KT 인력 감축 후폭풍…"의견수렴 과정·배려 없었다"
내부 갈등 최고조
노사·노노 간 대립의 골 깊어져
KT가 15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을 시작하면서 내부 진통이 불거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노·사 합의 형식을 따랐지만 예상보다 강한 수준의 △명예퇴직 △복지축소 △임금피크제 등이 현실화되면서 노노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본사 차원을 벗어나 계열사까지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10일 KT에 따르면 KT 노조는 사측과 인력 감축안에 합의한 다음 날인 9일부터 각 전화국과 지부를 중심으로 설명회를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대부분 직원들이 사측과 구조조정을 합의한 노조 집행부에 강한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설명회에 참석한 KT 직원은 “명예퇴직에 따른 보상안이 그렇게 좋다면 노조 집행부부터 앞장서서 퇴사하라는 등 강한 반발이 있었다”며 “무기력하게 사측의 강한 인력 감축 프로그램을 받아들인 노조에 대한 질타가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또 다른 KT 관계자는 “대학학자금 폐지 등 복지제도 축소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직원들사이에 불만이 상당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합의과정에서 최소한의 의견 수렴과정도 없었다”며 “어용 노조의 폐혜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자회사, 계열사로 인력감축이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도 쏟아졌다. KT 계열사 한 관계자는 “본사 인력감축이 마무리되는 6월 이후 계열사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며 “황 회장 취임 이후 ‘조직 슬림화’가 전면에 대두되며, 일부 계열사는 미리 20% 정도 인력 감축안을 보고 했다는 이야기도 횡횡하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대규모 인력감축이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런 의견마저도 KT가 복지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하며 비판 여론에 힘을 잃는 모습이다.
KT는 앞으로 △본인 학업 지원 축소 △자녀 대학 학비 보조 완전 폐지 △자녀 중고등학교 학비 축소 △복지 포인트 년 160에서 130으로 축소 이후 실적과 고가에 따라 상향 등 기존 복지혜택을 대폭 줄일 계획이다.
한 KT 직원은 “젊은 직원들 중 상당수는 회사 인력이 업무에 비해 과도하게 많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하지만 복지혜택까지 칼날이 들어오면서 회사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KT 자회사 관계자는 “본사 복지 프로그램이 대폭 축소되며 자회사들도 이를 기준으로 복지를 축소할 것이 확실시 된다”며 “KT 안을 기준으로 이미 각 노조와 계열사 경영진이 협의를 시작했다는 소문이 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KT 내부 분위기는 명예퇴직 신청 마감이 다가오면서 점점 더 짙어질 전망이다. KT 새노조는 부당행위에 대한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해관 KT 새노조 대변인은 “전례로 볼 때 이번 명예퇴직에 응하지 않은 인원을 중심으로 지방 전보배치 등 후속 구조조정이 예상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개개인에 대한 압박이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