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올레'는 그동안 브랜드이자 경영철학이자, 실질적인 사명(社名) 역할을 해왔다. 한국통신 이라는 오래된 이미지를 지우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현재 KT의 상황과 '올레'는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황창규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1등을 강조하고 있다. 1등 KT를 위한 전술적 구호로는 ‘싱글 KT(Single KT)'를 선언했다. ‘싱글 KT’는 말 그대로 하나 된 KT를 의미하는 용어다. 그룹이 하나가 되는 ‘싱글 KT’가 돼야 글로벌 1등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황창규 회장이 ‘올레 KT’를 뒷전에 놓고 ‘싱글 KT’와 ‘1등 KT’를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이석채 전 회장의 흔적을 지우려는 것은 아니다. 현 시점에서 KT가 1등을 하겠다는 의미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2등, 3등이 1등을 하겠다는 도전적 취지가 아니다. KT는 원래 모바일을 제외한 모든 통신영역에서 1등이었고 역할이나 역사적으로도 당당한 통신업계의 맏형이었다.
KT는 56개의 자회사 및 손자회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이다. 본사직원 3만에 계열사를 합치면 6만이 넘는 거대 그룹이다. 본사 직원 수는 꾸준히 줄고 주가도 떨어졌지만 통신방송 시장에서 KT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KT의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과거 KT 경쟁력의 근원이었던 유선사업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못하고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부진이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이 전 회장 시절 주파수 정책 실기에 LTE 전략 실패 등으로 KT의 위상은 한 순간에 떨어졌다. KT는 덩치로, 역사로 보면 최대(最大), 최고(最高)의 통신사임에는 분명하지만 현시점에서 1등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지금 KT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하나 된 KT가 맞을지 모른다. 힘을 모아야 1등으로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힘을 모으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직원의 희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KT는 지금 중대기로에 서있다. 회장이 바뀔 때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그 힘으로 조금 버티다가 다시 주저 않는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KT의 1위 회복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