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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대규모 구조조정, 냉혹한 삼성 경영의 시작이다

참세상 2014.04.30 04:44 조회 수 : 4258

KT 대규모 구조조정, 냉혹한 삼성 경영의 시작이다

[기고] ‘KT는 죽음의 기업’ 이라는 오명이 재연될까 두렵다

KT 직원 8,350명이 사직했다. 전체의 25.6%가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이다. 신청자의 평균 나이는 51세, 40대는 31%나 되니,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을 그만 둔 것이다.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의 진행과정이 더없이 폭력적이었다고 연일 언론에 올랐다. 말이 명예퇴직이지 정리해고나 다름없었다. 황창규 회장은 각종 횡령, 배임 행위로 회사를 망가뜨린 전임 이석채 회장의 책임을 묻지 않고 부실을 초래한 이석채 씨의 핵심 추종세력을 내몰지 않고, 이를 발판으로 정치권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낙하산 인사와 삼성 출신 인사를 영입하여 조직을 장악하면서 ‘경영쇄신과 1등 기업을 만들자’는 이름 아래 삼성의 무노조경영을 거침없이 연출하고 있다. 철저한 성과주의 체제로 운영되는 기업문화에 익숙한 그가 삼성식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들을 내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매년 약 7,000억 원의 인건비가 절감된다. 조기에 성과를 보기 위한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KT의 적정 직원수를 8,000명 이하로 진단,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앞으로 임금 삭감, 면직과 퇴직 등 정리해고 수단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도록 방치한 것이 부끄럽게도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해야 하는 제 1노조 집행부였다. 이른바 어용노조 정윤모 집행부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노동조합이다. 이런 단체가 조합원의 생존권을 박탈하는데 조합원의 사전 동의를 거치지 않았으며, 이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을 사용자와 담합해 회사경영에 불만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했다. KT노조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은 KT노조에 대해 보완조치를 지시했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논평이라도 냈어야 하는데 이를 방관했다. 나아가 양대 노총의 하나인 민주노총이 이런 어용노조의 배신행위에 대해 논평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매우 유감스럽다. 양대 노총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노동자 권익 증진에 힘써야 한다. 그게 노동조합 본연의 책임과 의무다.

KT는 과거 어용노조가 들어서면서 비극이 시작되었다. 노동인권이 척박한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어용노조가 들어섰으니 사측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KT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3년 11월까지 확인된 것만 총 245명의 KT 노동자들이 사망했다. 전·현직 직원, 본사 및 계열사 직원을 포함한 집계 결과다. 뇌출혈, 심장마비 등 돌연사가 70명, 백혈병을 포함한 각종 암에 따른 사망이 102명, 돌연사와 과로사뿐 아니라 자살한 사람도 18명이다. 수많은 노동자가 생계 압박,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과도한 노동 강도에 시달리다가 과로사, 돌연사로 목숨을 잃었다. 이는 부도덕한 기업과 이를 비호한 반노동 친기업 국가 권력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다. 그래서 KT는 “죽음의 기업”이란 오명이 붙었으며,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를 제일 괴롭히는 기업이 되었다. 쌍용차와 한진중공업 희생자와 차원이 다르다. 이 두 기업은 경영상의 위기로 인해 정리해고가 불가피하여 발생한 사고인 반면, KT는 정상적인 회사인데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을 괴롭혀 희생시켰기 때문에 비도덕적이며 위법한 것이다. KT는 전화 교환 업무를 하던 여성 노동자에게 전봇대를 타게 하는 등 악랄한 ‘퇴출 프로그램’으로 노동자를 괴롭혀 끝내 해고했으나, 그는 오랜 고통을 참고 견뎌내며 마침내 법원의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냈다. 과거 전화교환원이었거나 기술자였던 사람들은 재교육을 시키지 않고 영업 사원으로 전환해 실적을 강요했고, 포화 상태에 달한 통신시장에서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별수 없이 자기 돈을 쏟아 붓는 사람들도 많았다. 국내 어느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악명 높은 CP (C-Player)를 만들어 잘못된 경영에 대해 직언을 하거나 퇴직강요에 맞서는 직원들을 쫓아내기 위해 뺑뺑이를 돌리고 괴롭혔으며, 이에 따라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도 생겨났다.

이런 KT의 반인권적 노무관리에 대해 여러 차례 국정감사와 수많은 기자회견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시정된 게 전무하다. 지난 2011년 11월 7일 국회 환노위 국감에서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KT가 과도한 인력프로그램으로 인력을 퇴출해 자살자가 늘어나고 있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데 특별 감사할 계획이 있느냐”고 당시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질의하자 그는 “9월말에 KT와 관련해 근로감독 요청이 들어와서 어제부터 실시 중”이며 “전 계열사와 관련해 성역 없이 수사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결과는 고용노동부 보다 친기업적인 검찰이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2013년 10월 14일 국회 환노위 국감에서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은 KT가 감언이설로 자회사 Ktis로 전출시킨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자 근로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KT와 Ktis가 담합하여 20~30대가 할 수 있는 콜센터 상담업무를 50대 중후반 노동자들에게 강제로 시키면서 임금을 절반 이상 삭감하고 콜센터의 해당 근로자들에게 총 681장의 '생산성 향상'과 '업무촉구' 관련 경고장을 준 가학적 인사관리에 대해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시정 및 대책을 강구할 것을 질의하자, 방장관은 조치하겠다고 답변하였으나 마찬가지로 시정 및 대책이 이행되지 않았다. 그리고 새정치연합의 을지로위원회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KT와 교섭중인데, 지난해 9월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KT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갑을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겠다는 합의서에 동의하고서 KT의 구태의연한 불성실 자세로 인해 현재까지 실적이 전무하다. 이처럼 정치권은 문제제기는 있으나 성과 없는 용두사미로 끝나는 식이니 KT는 법을 버젓이 어겨가며 적반하장의 인권탄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언론, 법조계도 노동자의 권익보호에 소극적·수동적이며 친기업적이다. 고용노동부는 영리 추구에 혈안인 된 기업들이 어용노조를 형식적으로 만들어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도 문제없다는 식이다. 삼성의 무노조경영도 기업 봐주기로 일관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언론 보도행태도 그렇다. 메이저급 언론사 대부분이 노동인권에 대한 보도는 소극적, 사후적이며, 대체로 인터넷 언론사가 그나마 대변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해당 사업장 사이에 오갔던 수십억원대의 금융거래정보 기록을 확보했음에도,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릴 정도로 더 친기업적이다. 사회적 약자가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법원이지만 이마저도 노동자 편이 아니다. 직장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의 신분보장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근로자를 내쫓기 위해 임금을 절반 이상 삭감하고 도저히 맞지 않는 일을 강제로 시킨 KT의 위법행위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고 손을 들어 주었다. 그리고 Ktis는 지방 및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하고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냈으며, 또한 행정소송에서 패소당했는데도 해당 노동자를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3년도 발표를 보면 국가경쟁력 순위는 25위로 전년도(19위)에 비해 6계단이 하락했다. 노동시장 효율성(78위), 제도적 요인(74위) 등이 주요 약점 요인으로 지적됐다. 제도적 요인은 정부규제 부담, 정부지출 효율성, 법체계 효율성, 정책결정 투명성 등을 평가하는데 2012년 62위에서 2013년은 74위로 12계단이나 추락한 것이다. 평가항목 중에서 정책결정의 투명성(137위), 노사협력(132위), 이사회의 유효성(130위), 소수주주 보호(124위), 해고비용(120위), 독과점 정도(118위) 등은 최하위권이었다. ‘중산층 70% 달성’이라는 정부의 정책목표와는 달리 나랏빚과 가계부채가 각각 1천조원을 넘어서 국민의 가계재정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며 저소득층일수록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린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삶에 대한 가치척도를 나타내는 자살률을 보면,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OECD 33개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OECD 국가 간 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명당) 평균이 12.5명이었던 것에 비해 한국은 29.1명으로 가장 높았다.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대표는 한 나라의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로 자살률과 출산률을 내세우며 “자살률은 현재의 우리 상황에 대해서, 출산률은 우리 미래를 얼마나 희망적으로 보는가를 나타내는 지표” 라고 하면서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지금 현재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우리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각종 통계자료나 안철수 대표의 말을 보면 우리 사회는 사회양극화가 매우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대 정권은 서민경제 우선, 사회양극화 해소, 사회적 약자의 권익 증진을 목소리 높여 외쳤으나 실천은 미미하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고 삶의 회의를 느끼고 있다. 금전 만능주의와 도덕불감증에 빠져 수많은 선량한 사회적 약자가 희생을 당한 것이다. 이와 같은 사고는 과거 수없이 많았다. 서해 훼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도시가스 폭발, 삼풍백화점 붕괴, 씨랜드 화재, 대구지하철 방화,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등 수많은 대형참사를 겪었으며, 대부분 인재로 밝혀졌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우리 사회는 도덕불감증에 젖어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한 것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정치권과 공직자로부터 세월호 비정규직 선원에 이르기까지 불법, 비리에 연루되어 결국은 세상물정 모르는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희생양이 되었다. 언론에 게재된 기사제목을 보면 참담할 정도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 사회를 밝고 건강한 사회로 만들도록 하는 것이 참사로 희생을 당한 영령에 보답하는 길이다. 사회적 강자는 배금주의에서 벗어나 더 이상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악행을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상식과 원칙에 입각해 진정 민생경제를 위해 법과 제도를 지키면 된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민생경제의 첫걸음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기업의 비윤리적 행태를 정부가 통제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와 검찰을 비롯해 관계 기관이 공조를 해야 한다. 기업 봐주기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공직자가 이를 근절하지 않으면 사회양극화 해소는 불가능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지는 이치와도 같다.

이번 KT 구조조정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90% 이상의 노동자들이 잘못되었다고 답했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앞으로 황 회장과 정윤모 위원장을 믿어서는 안 된다. 제 1노조는 노동자들을 배신했다. 더 이상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 이번 명퇴자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더 이상 슬픈 소식을 전해주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남아있는 노동자들은 1노조를 과감히 탈퇴하고 2노조인 새노조에 가입해 1노조로 만드는 것이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생존권을 지키는 길이다. 노동자들에게는 직장이 곧 생존권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일종의 저항권과도 같다. 주어진 환경에서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번 사태만 넘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해서는 또 다시 당할 것이다. 권익이란 본인이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뺏기게 마련이다. “정의란 강자의 이익” 이란 소피스트의 말이 있다. 누가 지켜주겠거니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 과감한 사고의 전환과 유비무환의 자세로 의연하게 생존권을 지키도록 힘쓰는 것이 곧, 나와 가족, 그리고 동료를 살리고 건강한 KT를 만들 수 있다. ‘KT는 죽음의 기업’ 이라는 오명이 재연되지 않도록 모두가 합심하여 상식이 통하고 인간미 넘치는 기업을 만드는 게 삶의 보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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