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영의 IT] KT 황창규회장, KT맨인가 삼성맨인가?
[스포츠서울닷컴 | 황원영 기자] 한나라를 세운 유방(劉邦)은 중국 역사상 최장 기간 존속했던 왕조를 수립했다. 그는 중국 역사에서 가장 이상적인 군주의 전형으로 알려졌다. 유방이 천하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주위 사람의 의견을 포용력 있게 잘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능력에 따라 누구든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등용했기 때문이다.
나라뿐 아니다. 회사를 다스리는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용인술'은 중요한 핵심 덕목이다. 지난 6일자로 취임 100일을 맞은 황창규 KT 회장은 취임 당일부터 이석채 전 KT 회장 재임 기간 등용됐던 인사들을 대거 퇴진시키고 KT 내부 인사와 KTF 출신, 삼성 출신 등을 중용, 일사천리로 '황창규식 KT'를 만들어갔다.
황 회장의 용인술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삼성 출신'을 대거 영입한 것이다. 황 회장은 지난달 KT는 윤리경영실 내에 경영진단센터를 설치하고 삼성생명 출신 최성식 전무를 센터장으로 임명했다. 최 전무가 KT 구조조정 전략을 주도하는 경영진단센터를 이끌게 되면서 삼성 DNA가 KT 핵심에 자리 잡게 됐다.
이어 황 회장은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김인회 재무실장, 삼성물산 상무를 지낸 최일성 KT에스테이트 대표이사로, 3월에는 서준희 전 삼성증권 부사장을 BC카드 대표이사로 각각 영입했다. 또한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에서 근무한 윤종진 씨를 KT렌탈 전무에 앉히는 등 삼성 출신 인사를 중용했다. 이후에도 KT의 재무관리, 핵심 계열사, 구조조정 담당 등의 요직을 삼성맨에게 내줬다.
'삼성 DNA' 이식에 나섰다는 분석이지만, 황 회장이 친정 사람들을 KT 요직에 앉히면서 KT안팎에서는 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에서 성희롱 등 부적절한 행위로 징계를 받았던 전 임원을 KT 윤리경영실 핵심 직책을 맡겼다가 논란이 되자 당사자가 사표를 제출한 일이 발생했다. 삼성 출신을 검증 없이 영입하는 등 '자기 사람 심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요직에서 계열사까지 포진된 삼성 출신 인사를 두고 KT 임직원들은 혁신이냐, 낙하산이냐를 따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KT 새노조는 "황 회장이 이석채 전 회장과 같이 낙하산을 끌어들여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한다"며 "계열사에는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낙하산이, KT 본사에는 삼성 출신들이 줄줄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KT 역시 삼성 출신 인사가 내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황 회장이 일부 KT 고위 인사를 대변하는 사람이 아닌 KT 전체를 대변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존 KT 문화와 인사를 무시하지 않고 최소한이라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회장이 삼성 출신 인사에게 내준 자리는 모두 대표이사 등 핵심 직책이다. 회장이 바뀔 때마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지면 오랜 기간 KT에 몸을 담은 기존 인사들의 허탈감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KT 인사들을 믿지 못한다는 의구심이 증폭될 개연성이 높다. 그렇다면 회장을 중심으로한 그들만의 KT와 회장이 우리를 믿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진 버림받은 KT가 따로 움직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황 회장의 대 언론관계도 회사밖의 삼성출신 홍보맨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다는 말도 나돈다.
유방의 집단 내에는 이전에 항우의 밑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다수였다. 심지어 적군인 항우의 부대에서 견디지 못하고 유방에게 도망쳐온 사람들도 있었다. 항우의 부하였던 한신과 위왕의 수하였던 진평 역시 유방의 밑에 들어와 실력을 발휘했다. 유방이 자기 사람 심기에만 급급하고 한신과 진평을 배척했다면 지금 그의 명성을 구축할 수 있었을까.
이상적인 군주로 평가받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을 수립했던 진시황 역시 공적을 떠나 그의 살벌한 리더십 때문에 이상적인 군주로 불리지 못했다.
황 회장은 취임 직후 이 전 회장 라인을 대거 퇴진시키고, 취임 후 두 달 반 만에 KT 사상 최대의 명예퇴직을 단행하는 등 새로운 CEO로서 물갈이를 단행했다. 적절한 인재를 솎아내고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이유 있는 살벌한' 리더십이지만 배척과 낙하산이 판을 치는 인사 정책이 성행해서는 이상적인 CEO로서 자리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황 회장이 삼성맨들을 영입하면서 내부 임직원들에게는 어떻게 이해를 구했는지 궁금하다.
'파트너와 파트너의 관계는 최상의 믿음, 신뢰의 관계다.' 황 회장은 KT 전체 임직원에 대해 신뢰의 파트너십을 가져야한다.
[스포츠서울닷컴 | 황원영 기자] 한나라를 세운 유방(劉邦)은 중국 역사상 최장 기간 존속했던 왕조를 수립했다. 그는 중국 역사에서 가장 이상적인 군주의 전형으로 알려졌다. 유방이 천하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주위 사람의 의견을 포용력 있게 잘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능력에 따라 누구든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등용했기 때문이다.
나라뿐 아니다. 회사를 다스리는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용인술'은 중요한 핵심 덕목이다. 지난 6일자로 취임 100일을 맞은 황창규 KT 회장은 취임 당일부터 이석채 전 KT 회장 재임 기간 등용됐던 인사들을 대거 퇴진시키고 KT 내부 인사와 KTF 출신, 삼성 출신 등을 중용, 일사천리로 '황창규식 KT'를 만들어갔다.
황 회장의 용인술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삼성 출신'을 대거 영입한 것이다. 황 회장은 지난달 KT는 윤리경영실 내에 경영진단센터를 설치하고 삼성생명 출신 최성식 전무를 센터장으로 임명했다. 최 전무가 KT 구조조정 전략을 주도하는 경영진단센터를 이끌게 되면서 삼성 DNA가 KT 핵심에 자리 잡게 됐다.
이어 황 회장은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김인회 재무실장, 삼성물산 상무를 지낸 최일성 KT에스테이트 대표이사로, 3월에는 서준희 전 삼성증권 부사장을 BC카드 대표이사로 각각 영입했다. 또한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에서 근무한 윤종진 씨를 KT렌탈 전무에 앉히는 등 삼성 출신 인사를 중용했다. 이후에도 KT의 재무관리, 핵심 계열사, 구조조정 담당 등의 요직을 삼성맨에게 내줬다.
'삼성 DNA' 이식에 나섰다는 분석이지만, 황 회장이 친정 사람들을 KT 요직에 앉히면서 KT안팎에서는 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에서 성희롱 등 부적절한 행위로 징계를 받았던 전 임원을 KT 윤리경영실 핵심 직책을 맡겼다가 논란이 되자 당사자가 사표를 제출한 일이 발생했다. 삼성 출신을 검증 없이 영입하는 등 '자기 사람 심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요직에서 계열사까지 포진된 삼성 출신 인사를 두고 KT 임직원들은 혁신이냐, 낙하산이냐를 따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KT 새노조는 "황 회장이 이석채 전 회장과 같이 낙하산을 끌어들여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한다"며 "계열사에는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낙하산이, KT 본사에는 삼성 출신들이 줄줄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KT 역시 삼성 출신 인사가 내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황 회장이 일부 KT 고위 인사를 대변하는 사람이 아닌 KT 전체를 대변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존 KT 문화와 인사를 무시하지 않고 최소한이라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회장이 삼성 출신 인사에게 내준 자리는 모두 대표이사 등 핵심 직책이다. 회장이 바뀔 때마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지면 오랜 기간 KT에 몸을 담은 기존 인사들의 허탈감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KT 인사들을 믿지 못한다는 의구심이 증폭될 개연성이 높다. 그렇다면 회장을 중심으로한 그들만의 KT와 회장이 우리를 믿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진 버림받은 KT가 따로 움직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황 회장의 대 언론관계도 회사밖의 삼성출신 홍보맨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다는 말도 나돈다.
유방의 집단 내에는 이전에 항우의 밑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다수였다. 심지어 적군인 항우의 부대에서 견디지 못하고 유방에게 도망쳐온 사람들도 있었다. 항우의 부하였던 한신과 위왕의 수하였던 진평 역시 유방의 밑에 들어와 실력을 발휘했다. 유방이 자기 사람 심기에만 급급하고 한신과 진평을 배척했다면 지금 그의 명성을 구축할 수 있었을까.
이상적인 군주로 평가받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을 수립했던 진시황 역시 공적을 떠나 그의 살벌한 리더십 때문에 이상적인 군주로 불리지 못했다.
황 회장은 취임 직후 이 전 회장 라인을 대거 퇴진시키고, 취임 후 두 달 반 만에 KT 사상 최대의 명예퇴직을 단행하는 등 새로운 CEO로서 물갈이를 단행했다. 적절한 인재를 솎아내고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이유 있는 살벌한' 리더십이지만 배척과 낙하산이 판을 치는 인사 정책이 성행해서는 이상적인 CEO로서 자리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황 회장이 삼성맨들을 영입하면서 내부 임직원들에게는 어떻게 이해를 구했는지 궁금하다.
'파트너와 파트너의 관계는 최상의 믿음, 신뢰의 관계다.' 황 회장은 KT 전체 임직원에 대해 신뢰의 파트너십을 가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