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황창규 KT 회장의 특명 "KT만의 기업 문화 만들라"
KT 계열사간 시너지 확대 속도낸다…삼성식 경영·영업력 회복 관건
황창규 KT회장/사진제공=뉴스1 |
황창규 KT회장(사진)이 취임 100일을 넘어섰다. 취임 초반부터 계열사 직원 연루 사기대출 사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 각종 악재들이 연이어 쏟아지는 등 위기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그는 과감한 '조직 쇄신'을 단행했다. 취임 후 곧바로 본사 스텝임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인적 쇄신에 나선데 이어 KT의 고질적인 악재였던 '방만한 인력·조직체계'에도 과감한 메스를 가했다. 8320명에 달하는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 경영의 효율성을 위해 유선 부문 현장 영업과 사후관리(AS)업무 등을 자회사들에게 위탁하고 전국 지사를 79개로 통폐합하기도 했다.
최근 황 회장은 "KT만의 문화를 만들라"는 특명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비통신 부문까지 포함한 KT 관계사는 50여 개를 넘어선다. 하지만 이들은 그룹 간의 협업이나 연대의식 없이 따로 따로 전략을 펼쳐왔다. 황 회장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게 "그룹 입장에서 생각하라"며 별도의 질책을 가한 것도 이같은 이유다. 이 연장선상에서 황 회장은 '싱글KT'라는 타이틀로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를 주문했다. 계열사 한 임원은 "현 사업에서 계열사와 연계하거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 모색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식 DNA 이식? KT 조직문화 주목=황 회장이 보여준 행보는 '스피드'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삼성식 경영 스타일이다. 과감하고도 빠른 인사, 조직 개편과 구조조정이 그랬다. 그가 요즘 내세우고 있는 '싱글 KT'도 언뜻 '싱글 삼성'을 떠오르게 한다. 삼성그룹은 1990년대 그룹사간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싱글 삼성' 전략을 펼쳐왔다. '싱글'은 삼성그룹의 전사 인트라넷 이름이기도 하다. 비서실 위상을 강화하거나 삼성맨들을 주요 요직에 잇따라 영입한 것을 두고 '삼성 DNA'를 본격적으로 이식하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영화 된지 올해로 12년째지만 공기업 특성이 남아있고 규제산업이 중심이라는 KT 특성상 삼성 문화가 부작용 없이 이식될 것인지는 지켜봐야한다. 특히 삼성 출신들이 줄줄이 요직을 차지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낙하산을 피했더니 삼성출신들이 조직을 장악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 실적 회복 급선무…계열사 교통정리 주목=앞으로의 평가는 실적 회복 여부에 따라 엇갈릴 전망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망가진 영업력 회복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LTE(롱텀에볼루션) 시대에 접어들면서 KT의 무선 사업 경쟁력이 크게 악화된 데는 주파수 정책 실패 등의 탓도 있지만 지난 2011년 페어프라이스제(가격표시제) 도입 이후 훼손된 영업망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이용자 차별 방지라는 좋은 취지에서 도입했지만 유통망의 가격 경쟁을 가로 막았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이에 KT는 최근 신규 점포를 신설하는 등 영업력 복원에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후발사업자인 LG유플러스에게 조차 밀려왔던 서비스와 상품 주도권 회복 역시 변수다.
계열사 재정비 작업 역시 그의 경영능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핵심 잣대로 꼽히고 있다. 유선부문의 쇠퇴 등 실적 악화 속에서 KT를 지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비씨카드, KT렌탈, KT스카이라이프 등 몇몇 효자 계열사의 덕이다. 반면 전방위적 사업 확장 과정에서 계열사간 사업 영역이 중첩돼 혼선을 빚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최근 미디어 콘텐츠 계열사들의 사업재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르면 이달 중 계열사 조직 개편에 발표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황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유사 중복사업을 통폐합하는 한편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