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병간호해야 해, 외곽 근무지 보면 막막하기만 할 뿐”
이영주(46)씨도 김씨와 마찬가지로 명퇴를 거부한 뒤 CFT로 발령이 났다. 이씨는 95년 KT에 통신기술직으로 입사해 지난 2011년 9월 영업직으로 보직 변경 받았다. CFT로 재배치를 받기 전까지 그는 KT 수도권 서부고객본부 부평지사 리텐션팀에 근무하며 2년 3개월간 민원처리 업무를 주로 해왔다.
이씨는 CFT 경기업무지원부로부터 첫 근무지로 장호원을 배치 받았다. 이씨는 전출 동의서에 서명을 거부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입장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회견에 가려던 이씨는 장호원이 근무지에서 제외 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씨는 사측이 정한 새 근무지를 들뜬 마음으로 훑어 봤지만 이씨의 표정은 금세 어두워졌다. 새로 지정된 11곳의 근무지가 여전히 서울 외곽 위주로 선정된 까닭이다.
이씨는 “수원에서 같이 사는 어머니는 중풍이라 간병인 아주머니가 퇴근하시는 저녁 이후로는 내가 병간호를 해야 한다”며 “장호원으로 발령이 났을 때 출퇴근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CFT 근무지 중 수원이 있었는데 내가 사는 수원을 굳이 배제한 체 장호원으로 배치한 걸 보면 명백한 보복성 인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냐”라고 덧붙였다.
“3년 지원해 공채로 입사했는데 이제 명퇴까지 강요”
이씨에 따르면 KT직원들은 황창규 사장 부임 후 사측의 명퇴 압박에 못 이겨 명퇴를 신청하고 있다.
이씨는 “노무관리 하면 삼성인데 황 사장이 삼성 출신이고 사장 취임 이후 삼성 사람들이 낙하산 인사로 경영진에 많이 포진하게 됐다”며 “이에 많은 직원이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에 명퇴를 신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KT에 들어오겠다고 3년을 지원해 94년 공채로 들어왔지만 최근 10년간 월급은 동결되고 이제는 명퇴까지 강요당하고 있다”며 “이런 일로 주변 사람이 자살하는 일이 생길까 우려가 되고 이는 명백한 사측의 간접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KT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과 이익만을 생각하는 자본 탓에 직원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며 “사측이 또다시 말도 안 되는 발령을 내는 일이 없도록 열심히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KT 측은 이들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퇴직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한 배치 일 뿐 보복성 인사는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KT관계자는 “명예퇴직 후 퇴직공백을 줄이기 위한 전략배치 신청을 받았고 받지 못한 나머지 부서원들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CFT로 발령내게 된 것”이라며 “대도시 위주로 전략배치를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도시에 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