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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의 필수 연수코스…백산주유소에 무슨 일이

머니투데이 2014.05.23 07:42 조회 수 : 4122

대기업들의 필수 연수코스…백산주유소에 무슨 일이

전직원 '정규직화' 자존감↑…"사람 중심 고객감동 서비스" 화제


SK텔레콤과 LG전자, E1에너지….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찾아와 경영 노하우를 배워가는 주유소가 있다. 오는 7월에는 엑손모빌 재팬 그룹 관계자들의 방문이 예정돼 있는 등 해외에까지 알려질 정도다. 

매출이 다른 곳에 비해 많다거나, 이익률이 높아서 주목을 받는 게 아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주유소 직원들이 항상 밝고 활기차다는 것. 서울 금천구 시흥대로변에 있는 '서비스1등 주유소' S-OIL 백산주유소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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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주유소 직원들이 주문을 받는 모습 /사진제공=S-OIL 백산주유소
지난 12일 백산주유소에 들어서자 빨간 색 유니폼을 갖춰 입은 주유원들이 "어서 오세요. 백산주유소입니다!"라고 허리를 90도로 숙여 목소리를 높여 인사를 했다. 주문을 받을 때도 무릎을 꿇은 채 "안녕하세요? 얼마나 넣어드릴까요"라고 한번 더 인사한다. 

계산할 때, 주유를 마쳤을 때까지 포함하면 주유원들로부터 받는 인사는 총 4번. 과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주유소에 머무는 2∼3분 동안 활기찬 주유원들로부터 기름이 아니라 삶의 에너지를 충전받는다는 느낌을 얻는다. 

이런 점 때문에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이 곳을 매장 관리자 연수의 필수 견학 코스로 넣고, 주유소를 경영하는 문성필 사장에게는 강연 요청이 쇄도한다. 

"우리나라에서 주유원만큼 사회적 신분이 낮은 직종도 없을 것입니다. 주유를 하러 온 손님들은 반말은 기본이고 심한 욕설을 할 때도 있어요. 그런 만큼 주유원들의 자존감은 낮아지고, 서비스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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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주유소 문성필 대표 /사진=양영권 기자
주유소에서 만난 문성필 사장은 좋은 서비스의 출발은 "직원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유소들이 모두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워진 것과 달리, 백산주유소 주유원 15 명은 모두 정규직이다. 4대보험을 적용받고, 계절별로 레프팅, 스키 등 활동을 함께 한다. 

뷔페에서 하는 연말 송년회는 직원 가족, 이웃까지 초대한다. 주유원이 다른 직업을 찾기 위해 잠시 머무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아닌, 가족과 주변에게도 떳떳한 직업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직원 대부분은 3년 이상 장기 근속자들이다.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도 2명이다.

백산주유소가 처음부터 이런 곳은 아니었다. 문 사장은 지난 92년 공터였던 현재의 부지에 S-OIL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주유소를 열었다. 자동 세차기를 인근에서 처음 도입한 덕분에 과천과 목동에서까지 이곳에 기름을 넣으러 올 정도로 한 때 장사가 잘 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남들이 말하는 '성공'만을 위해 달려가는 자신에 대해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오전 6시에 문을 열어 밤 11시 문을 닫아야 하고, 대리점에서 석유를 공급받는 날은 새벽부터 나와야 했다. 구성원들은 모두 단기 아르바이트뿐이어서 믿고 맡길 수 없었다. 이러니 가정과 건강은 포기해야했다. 

설상가상으로 주변에 주유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경쟁은 치열해졌다. 주유소를 접고, 패밀리레스토랑 프랜차이즈업체에 자리를 임대해 임대료만으로 먹고 살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문 사장은 문득 어린 자녀들에게 무언가를 도전해 성취한 아버지가 돼야겠다고 생각했고, 주유소를 바꿔나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인사'다. 일본의 '친절택시'로 이름난 MK그룹의 유태식 회장이 "인사가 모든 것을 바꾼다"라고 한 데서 힌트를 얻었다. 그는 주유소 업무 진행 단계에 따라 손님과 '인사'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백산주유소가 자랑하는 '네 번의 인사'다. 

6개월에 걸쳐 직원들을 정규직화하고, 친절 교육을 일상화했다. 직원들이 자신의 일에 애착을 가지면서 조직화가 되고, 업무가 분담되면서 사고 위험도 줄어들었다. 또 자발적으로 어떻게 하면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도 기름 가격을 비롯해 사은품 선택, 업무 배치 등 주유소 운영과 관련된 일 대부분을 직원들이 회의를 해 결정한다. 직원들과 사회공헌활동도 함께 하기 시작했다. 문 사장은 한부모가족 일시지원 복지시설 '은혜주택'에 장기 봉사활동을 벌인 공로로 오는 15일 여성가족부로부터 표창을 받는다. 

문 사장은 "사실 우리의 서비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라며 "우리가 한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을 실행에 옮긴 것뿐"이라고 말했다.

직원이 바뀌자 고객이 바뀌었다. 특히 한여름 직원이 자동세차기를 빠져 나온 자동차의 보닛의 물기를 닦다가 이마의 땀을 한번 훔쳐 내는 '디테일'에서 고객들은 감동했다. 주유원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어떤 손님은 비오는 날 빈대떡을 부쳐와 직원들에게 건넸고, 제주도의 농장에서 따왔다며 감귤 박스를 내려놓고 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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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주유소의 직원들이 프랜차이즈 점주들 앞에서 서비스 시범을 보이는 모습. /사진=S-OIL 백산주유소
사례가 알려지자 "우리 직원들은 돈도 많이 받으면서 왜 자발적으로 일을 하지 않지?"라고 생각하는 자영업자들과 대기업들이 앞을 다퉈 백산주유소를 배우러 몰려들기 시작했다. 

문 사장은 현재 시흥대로에 있는 주유소 외에 S-OIL의 도움을 받아 직영점 2개를 더 운영하고 있다. "늘어나는 직원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익은 많이 나나요?"라고 물었다. "최대의 이익을 내기 위해 기름 100드럼을 팔아야 한다면, 우리는 목표를 이익이 아닌 '서로의 행복'으로 놓고 30드럼을 팝니다. 나도 돈만 추구하고, 직원들을 소모품으로 생각하며 성공을 위해 달렸다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을 만들지 않았다고 누가 보장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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