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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황창규 회장 ‘알짜’ 계열사 매각 나서나

취임 100일간 악재로 악전고투…기대 충족시킬 ‘신의 한 수’ 필요한 시점


각종 악재로 위기에 몰린 KT는 최근 유동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적자 실적에 일련의 사건들로 자금 조달 계획이 뒤틀렸을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신뢰와 신용을 상실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KT가 당장 필요한 돈은 만기가 도래하는 사채 상환과 특별 명예퇴직금, 배당 등을 합쳐 2분기에만 2조 원 이상이다. KT 사업 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KT가 발행한 사채 중 2분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사채는 총 951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규모가 큰 사채는 5월 28일까지 상환해야 할 1700억 원짜리 공모 사채와 6월 24일까지 상환해야 할 6억 달러(약 6216억 원)짜리 외화 표시 고정금리부사채다. 


1조 원 내외 명퇴금 지급 등 유동성 ‘빨간불’ 
한편으로는 황창규 KT 회장이 비용 절감을 추진하며 진행 중인 명예퇴직에 소요되는 자금도 약 1조 원 내외다. 4월 10일부터 시작된 특별 명예퇴직 접수에 8320명이 신청했다. 이는 2003년 5505명, 2009년 5992명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KT는 이번 명예퇴직을 통해 매년 7000억 원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1조 원이 넘는 명예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재정적 부담이 크다. 

KT는 지난 4월 당장 쓸 돈이 필요해 5000억 원의 대규모 자금을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하려고 했다. 하지만 KT ENS 사기 대출 및 법정 관리 신청 등 일련의 악재들로 발행을 철회, 자금 조달 계획이 뒤틀렸다. KT는 5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1700억 원은 회사채 차환에, 나머지 3300억 원은 콘텐츠 구입비 등 운영 자금으로 운영할 계획이었다. 또한 명예퇴직금 지급에 필요한 자금 중 상당 부분을 회사채로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 KT는 2009년 명퇴 실시 때도 필요한 총 9000억 원 중 3000억 원 정도를 기업어음(CP)으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내부 운영 자금으로 충당한 적이 있다. 

설상가상으로 KT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초우량 회사로 명성이 높았던 KT는 이석채 전 회장 재임 시 문어발식 기업 확장 등으로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4분기에 1494억 원의 영업손실과 300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또한 올 1분기 실적도 형편이 좋지 않다. 410억 원의 순손실을 내며 2분기째 적자를 이어갔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절반 이상(58.6%) 감소한 1520억 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됐다. 매출은 5조8461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2% 줄었다. 

KT의 1분기 실적을 좌지우지한 것은 유선 매출이다. KT의 1분기 유선 매출은 1조420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나 줄었다. KT의 유선 매출은 수년째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12년 1분기 유선 매출은 1조6639억 원이었는데 매 분기 계속 매출이 감소해 1조4000억 원대까지 내려왔다. 매출은 계속 주는데 마케팅 비용은 늘었다. KT의 1분기 마케팅 비용은 7752억 원으로 최근 2년 새 가장 많다. 1~2월에 집중적으로 이동통신 3사가 보조금을 뿌려댄 결과다. KT 측은 당장 필요한 자금은 내부 보유 현금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말 개별 기준 KT의 현금성 자산은 1조 원 정도다. 이와 함께 지난 2월 단말기 할부대금채권을 기초 자산으로 5100억 원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내부 자금 운용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는 설명이다. 

KT는 회사채 발행을 철회하면서 국내 자금 조달 통로가 막혔었다. 하지만 지난 4월 15일 10억 달러(1조235억 원)에 달하는 해외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터키와 파키스탄 등 신흥국까지 채권을 발행할 정도로 호전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틈새를 노렸다. 수익을 찾아 헤매고 있는 자금들이 대거 투자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지난 4월 14일 밤 북빌딩(수요 예측 제도) 결과 총 4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 수요가 몰렸다”고 밝혔다. 조달 자금은 6월 24일 만기 도래하는 외화채 6억 달러 차환에 우선적으로 사용될 예정으로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다. 


비씨카드·KT렌탈 등 매각설 ‘솔솔’
하지만 적자 실적과 채권 발행으로 금융시장에서 KT의 신용 평가가 떨어지는 타격이 예상된다. 이미 국제 신용 평가 기관인 무디스는 올해 초 KT의 신용 등급을 ‘A3’에서 ‘Baa1’로 한 단계 내렸다. 무디스는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격화와 유선 매출 감소, 고비용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신용 등급 ‘A3’에 부합하는 수익성을 회복하기가 단기간에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한 앞으로 1~2년간 의미 있는 자산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부채를 큰 폭으로 줄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고 무디스는 지적했다. 



KT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실적 회복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KT는 4월 한 달 가까이 영업을 하지 못했다. 영업정지에 따른 피해가 2분기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KT는 2009년 이후 최초의 영업 적자와 함께 12년 만에 무선통신 시장점유율 30%도 붕괴됐다. 그래서 5월 초 단독 영업을 통해 영업정지 기간에 내준 가입자를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지난 영업정지 기간 동안 경쟁사에 14만8700여 명의 가입자를 빼앗겼다. 그래서 KT는 3월 27일부터 경쟁사들이 영업정지에 들어가고 KT만 단독 영업을 시작하면서 공격적으로 가입자 모집에 나섰다. 4월 27일부터 5월 7일까지 총 11만7400여 명의 가입자를 끌어 모았다. 11일 만에 빼앗긴 가입자의 78.9%를 회복한 것이다. KT의 가입자 모집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불법 보조금 의혹을 주장하고 있다. 삼성 갤럭시 S5 같은 최신 단말기에 페이백과 체험폰 정책 등 편법적인 수단을 이용해 90만 원에 달하는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는 등 구체적인 정황들도 속속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KT의 구원투수로 뛰고 있는 황창규 신임 회장이 지난 5월 6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취임 직후부터 KT 내부 문제와 자회사 금융 사기 사건부터 개인 정보 유출 사고, 가입자 쟁탈에 따른 불법 보조금 논란 등 각종 사건에 휩싸이며 험난한 100일을 보냈다. 사상 최대의 구조조정은 물론 연이은 삼성 출신 인사 영입으로 업계의 우려와 비난도 받고 있다. 

황 회장은 올 2분기부터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1분기에 적자를 내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KT가 최근 단독 영업 국면에서 불법 보조금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가입자 유치에 나선 것도 성과를 의식하고 있는 황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통신 업계의 분석이다. 황 회장은 최근 모바일 점유율을 유난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KT가 명퇴금 조달을 위해 ‘알짜’ 계열사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2분기 적자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황 회장으로선 장기적으로 재무구조를 견실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기 실적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적자를 낸다면 황 회장의 구원투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씨카드·KT렌탈·KT스카이라이프 등 유망 자회사 3개 정도를 팔면 1조5000억~2조 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어 매각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취임 초부터 유동성 위기, 실적 부담을 안은 황 회장이 어떻게 난관을 헤쳐 나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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