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계열사 Ktis(100번 안내) 성수콜센터에 근무하는 50대 후반 근로자 26명은 2013년 8월 하순부터 현재까지 9개월 넘게 교육만 받고 있다. 실제 교육은 매일 한 시간 정도, 나머지 시간은 독서실 분위기지만 마음대로 자리를 뜰 수 조차 없다. 일반 기업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KT는 이들에게 교육의 목적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해당 콜센터 책임자도 언제까지 교육할지 모른다고 한다.
사내통합전산망(BIT) 추진으로 적응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시작한 이 장기 교육은 무엇인가? 현재 BIT는 KT가 경제성을 검토한 결과도 없이 운용되고 있고, 정리해고를 위한 무기한 줄다리기에 지쳐가는 직원들은 KT 황창규 회장의 ‘일등 KT’, ‘기가 토피아’의 면모를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KT, 2008년 10월 ‘위장’ 정리해고 기획
지난해 환노위 국감에서 잔혹한 노무관리 지적…
하지만 KT는 ‘관피아’식 대처?…상식을 벗어난 판결까지
KT는 2008년 10월 구조조정 목적으로 자회사인 케이에스콜, 코스앤씨, 한국콜센터, 티엠월드(2009년 11월 케이에스콜과 코스앤씨는 Ktis로, 한국콜센터, 티엠월드는 Ktcs로 통합)로 550명을 전출시켰다. 전출 직원에게 ‘3년 고용 보장’과, ‘3년 근무 후에도 능력과 업적에 따라 지속적으로 근무 가능하며 3년까지는 KT 급여의 70% 수준으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2011년 6월 KT는 이들에게 맡겼던 VOC(voice of customers) 업무를 KT로 회수하고 계열사인 Ktis, Ktcs에 지시해 정리해고를 시작했다. 콜센터 강제배치 및 직급강등(부장급에서 상담직원)과 임금을 절반이상 대폭삭감 등 근로조건을 극도로 악화시켰다. 이로 인해 Ktcs 소속 노동자 한 명이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노동자 대부분은 사전 의도된 잔혹한 노무관리를 견디지 못해 떠나고 현재 26명이 남았다.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은 KT가 계열사인 Ktis의 노무관리를 통제, 감독(KT본사 윤리경영실 직원 파견근무)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 KT그룹이 지난 4월 분당 KT 본사에서 황창규 회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CEO와 KT 주요임원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4년 계열사 1등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뉴시스 |
Ktis가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기 위해 50대에 도무지 적합하지 않은 콜센터 상담 업무를 강제로 시키고 실적부진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에게 경고장을 월 1회, 누적 21차례나 남발하면서 과도하게 정신적·육체적·경제적 고통을 준 ‘가학적 인사관리’를 지적했다. 당시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시정과 대책을 강구할 것을 요청했으나 고용노동부와 KT, Ktis는 현재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KT의 ‘관피아’적인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법원의 소송문제에서도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41부(재판장 정창근)는 지난해 1심 판결에서 KT와 계열사 Ktis, Ktcs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에 대하여 원고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KT 측)의 위법을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고, 피고 측에 유리한 취업규칙과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체결된 각서와 경영상의 이유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제1피고 KT가 말한 공모 조건의 고용보장에 대한 원고 측(강영록 외 54명)에 대한 기망행위를 불인정했다.
이어 Ktis와 Ktcs에 각각 흡수 합병되면서 피합병 법인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아 50대 중후반의 직원들을 20~30대가 주로 근무하는 100직군(콜센터 상담직)으로 강제 발령한 후,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이론을 내세워 임금을 절반이상 삭감한 행위를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이 판결에 대해 원고 측 변호사는 “원고 주장을 재판부가 제대로 경청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으며, 노무 관계자 역시 “절반 이상의 임금삭감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동관계법과 판례에 입각한 KT위법행위 지적에도…
정규직 근로자는 누구나 다양한 형태로 근로계약을 사용자(회사)와 체결하므로 해당 근로자에 대해 근로조건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 근로기준법은 당사자간 자유로운 합의에 의해 결정하도록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판결이라면 사용자가 임의로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나쁘게 해도 문제없다는 상식밖의 얘기가 된다. 이 사안은 우리 사회에서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해서 근로자인 ‘을’의 생존권을 유린한 부끄러운 사례이다.
위 사건과 관련해 2012년 9월 Ktis 민주노조 사무국장 직에 있던 필자도 불법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이어 지방 및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측은 회사 경비로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내가면서 행정소송을 강행했다. 또한 해당 소송에서 패소했는데도 복직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 노동위원회의 심판결정을 수용하는 것이 관례인데, Ktis는 KT의 지시로 이를 거부하면서 노동인권을 유린하고 있다. 민주국가, 법치사회에서 불법과 비민주 악행을 이어가며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만행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이에 노동관계 한 전문가는 “사회적 약자가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법원이다. 사법부는 법과 양심에 따라 심판하여야 한다”며 “법관이 법 이념과 동떨어진 판단을 내리면 피해자 뿐 아니라, 가해자는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위법행위를 계속 저지르는 불행의 악순환을 깊이 인식하여야 한다”고 일갈했다. 한편, KT와 계열사 Ktis, Ktcs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의 고법 판결선고(결심)는 지난달 15일 예정됐으나 이달 11일로 연기됐다.
이에 따라 관피아, 법피아 등 각종 마피아 세력들이 판을 치고 대기업과 ‘갑의 횡포’가 횡횡한 이 시점에 취임한 황창규 회장의 책임이 무겁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대로 대한민국 ‘적폐’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과 우리 사회의 감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