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회장, KT 대리점 관리직에 영업권한 축소
신규 가입 전산업무 대리점에 이관…영업 경쟁력 약화 논란
기사승인 [2014-07-16 17:41:00], 기사수정 [2014-07-17 08:37]
아시아투데이 홍성율 기자 = 황창규 KT 회장<사진>이 대리점 관리직 마케팅 매니저의 신규 가입자 전산 처리 권한을 박탈하기로 했다. 해당 권한은 대리점으로 이관한다. 전사적인 영업 경쟁력 강화를 지시한 지 불과 한 달 만이다.
이에 따라 KT 내부에서는 황 회장의 경영 방침에 일관성이 없어 업무 혼선을 유발한다는 반발이 적지 않다. 이번 방침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이 줄어 되레 영업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6일 KT에 따르면 전날 황 회장은 사내 이메일을 통해 마케팅 매니저의 직접 영업을 없앤다는 내용을 담은 지침을 내렸다. 18일까지 마케팅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유·무선 부문 신규 가입자 전산시스템 입력 권한을 회수하고, 해당 권한을 대리점에 이관하기로 했다. 대리점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하게 해 간접유통 체계를 정착시킨다는 의도다.
마케팅 매니저는 지난 4월 8일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생긴 직무로, 대리점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KT 내부에서는 마케팅 매니저의 직무 권한이 축소되면서 업무 혼선과 현장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관되는 권한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없는 데다 업무 프로세스가 복잡해져 비용만 증가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KT 한 마케팅 매니저는 “대리점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인터넷·TV·전화 신규 가입 수준이다. 모든 상품을 다 처리할 수 없어 본사 차원에서 직접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많다”며 “권한을 이관한다고만 했을 뿐 다양한 상품에 대한 처리 업무를 어디서 처리할지도 정해주지 않아 업무 혼선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리점 영업을 강화하면 되레 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판매 보상금과 유지 수수료 등 대리점 관리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무 변경에 대한 취지도 설명해주지 않아 2차 구조조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마케팅 매니저는 “어떤 합의 도출이나 현장 의견 반영 없이 무조건 추진했다”며 “회사와 직원 간 신뢰가 없어 구조조정 같은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KT 측은 이번 직무 변경이 영업 업무를 일원화하는 업무 효율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KT 관계자는 “본사 직원과 대리점의 중복 업무를 없애 경쟁 관계를 해소하려는 조치”라며 “조직 개편 이후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 주는 효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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