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황창규號 KT’ 이제는 뭔가 보여줘야 할 때 | |||
브레이크뉴스 유채리 기자= 첩첩산중(疊疊山中). 최근 황창규 KT 회장의 처지를 바라보는 대체적인 시각일 것이다. “판도라 상자를 열어보니 어려움과 고난이 쏟아져 나왔다”고 토로했던 황 회장의 말처럼 당장 올해 2분기 실적 전망은 비관적인데다 인사를 둘러싼 구설은 끊이지 않았으며, 구조조정 역시 기대만큼 순탄치 못한 게 사실이다. 지난 1월 취임 후 황 회장은 ‘1등 통신사’라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며 수익성 개선을 위해 속도를 냈지만, 1등 KT를 향한 그의 행보에 대한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우선, KT는 통신 분야와 시너지가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 대표적 비통신 부문 계열사 KT렌탈과 KT캐피탈을 내놓기로 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계열사 매각은 KT그룹의 정보통신기술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자신했지만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반응은 영 시원치 않다. 두 회사 모두 최근 실적이 양호하며 향후 전망에 있어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황 회장의 계열사 매각 방침은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지만, 업계 불황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모르는 마당에 알짜 계열사를 내놓겠다는 결정은 다소 위험한 도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명예퇴직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부터 심지어 황 회장 성과지향적인 성향과 실적주의 때문에 이 같은 매각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흉흉한 추측까지 나오는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황 회장은 취임 후 전열을 채 가다듬기도 전에 연이어 대형사건사고에 휘말리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알짜 회사부터 팔아 10조 원에 달하는 부채 감소 등 성과를 내는데 급급해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인사를 놓고는 ‘지극한 삼성맨 사랑(?)’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물론 황 회장이 영입한 삼성 출신 인사는 전체의 소수에 불과하지만, 이른바 ‘황창규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한다는 비난을 면치는 못했다.
당시 KT 측은 “해당 루머에 대해 전 직장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이 있었지만 추가 논란 없이 마무리된 일”이라고 적극 해명했지만, 결국 이 임원은 안팎의 뜨거운 시선을 견디지 못한 채 자진사퇴하고 말았다. 지난 일이야 그렇다 쳐도 문제는 앞으로다. 2분기에는 영업정지의 여파도 모자라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금 지급 등 내부요인이 발생하면서 적자가 확대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 이 같은 상황에서 “KT의 1등 DNA를 끄집어내겠다”고 자신했던 황 회장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난관들을 어떻게 풀어왔고, 또 풀어나갈지 이제는 시험대 위에 올라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취임 후 6개월이 긴 시간은 아니지만 결코 짧지도 않다. 이제는 혁신과 공격 경영을 통해 모두가 바랐던 ‘황창규 효과’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