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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 집에 셋톱박스 3개나 달린 까닭?

희망연대노조 2014.07.30 07:38 조회 수 : 5107

이주 노동자 집에 셋톱박스 3개나 달린 까닭?
[간접고용 기획②] 방송·통신 사업자의 ‘마약’, 간접고용 폐부 엿보기
[0호] 2014년 07월 28일 (월)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62%. 지난 1일 고용노동부가 공시한 케이블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씨앤앰(C&M)의 간접고용비율이다. 노동자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하청‧도급업체 소속이다. 

정규직 300인 이상 사업장 2942곳 평균이 20.1%였다는 걸 고려하면, 고용노동부 공시자료에 나타난 씨앤앰의 간접고용 수준은 일반 상식을 넘어선다. 

2013년 방송산업실태조사보고서를 보면 2012년 씨앤앰의 방송사업수익은 4,582억 원이었다. 전체SO 방송사업수익의 20%에 달하는 수치다. 즉, ‘독과점 케이블’이라는 지위는 하청‧도급업체를 굴려서 얻어낸 것이었다.

비단 씨앤앰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3년 방통위 자료를 보면 CJ헬로비전, 티브로드, 현대HCN 등 주요 독과점 케이블SO 간접고용비율은 60%를 상회한다. 지난해 7월 이 자료를 요구했던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은 “방송제작 외주 인원, 케이블 포설 및 공사 외주 인력까지 포함하면 간접고용비율은 80%를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SK 브로드밴드, LG 유플러스 등 대기업 유료방송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쉽게 회피할 수 있어 ‘손 안대고 코 푼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간접고용 문제가 방송‧통신업계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것이다.
 
  
▲ <표> 케이블방송업체 간접고용/비정규직 현황 (자료 : 2013년 최재천 의원실이 방통위에 요청한 자료)
 

‘갑질’은 계속된다


이들은 보통 △가입자 영업 및 설치 △유지보수(AS) △철거 해지 등의 업무를 협력업체(하청)에 위탁한다. AS는 주로 협력업체 정직원이 맡지만 설치는 협력업체가 개인사업자 그리고 건당으로 계약된 일명 ‘건 바이 건’ 기사(도급계약)와 나누어 맡는다. 협력업체가 다시 재하도급을 주는 것이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협력업체에 대한 원청 케이블SO ‘갑질’은, 소속 노동자에 대한 협력업체 ‘갑질’로 이어진다. 원청은 협력업체 노동자 근로조건 및 임금과 직결되는 단가수수료(원청이 지급)를 고정시켜놓고, 혹독한 영업 압박을 넣는다. 

원청은 한 협력업체가 끌어올 수 있는 건수 이상으로 상시적 영업을 요구하면서, 영업 외주업체 혹은 유통업체를 따로 가동해 무한 경쟁을 시킨다. 영업 압박을 하면서 협력업체를 폐업 위기로 몰아가는 이중 행태를 반복하는 것이다. 최근 티브로드는 이와 관련해 원·하청 간 공정거래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한 바 있다. 

이종탁 희망연대노조위원장은 28일 “협력업체는 단가수수료가 오르거나 관할 지역 가입자가 늘지 않으면 경영 비용을 지불하는 능력이 구조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2012년 전후로 단가수수료가 낮아진 상황, 그리고 각종 지원금이 원청으로부터 지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협력업체 사장들이 기존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노동자 쥐어짜기뿐이었다. 쥐어짜는 방법은 일을 무조건 많이 시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 희망연대노동조합이 제작한 영상 ‘케이블뱡송 노동자 산업안전, 이대로 괜찮은가?’ 한 장면. 협력업체에 소속된 노동자가 아찔해 보이는 옥상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20년 경력에 기본급은 150만 원 수준이다. 원청과 단기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가 교체될 때 상법상 ‘영업 양도’로 인정되지 않아 노동자의 고용승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근속연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또 이들은 비정규직 노조가 생기기 전 오후 9시~10시가 되더라도 퇴근을 하지 못했다. 원청이 실시간으로 업무 처리율, 응대율 등 실적을 모두 지표화해 협력업체 등급을 매기기 때문이다. 등급은 원청이 업체에 지원하는 성과금과 연결된 중요한 수치다. 영업 과정에서 불법‧탈법이 속출하는 이유다.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아래 케비지부, 지부장 김영수)의 조합원 A씨는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하루 할당 영업을 마치지 못하면 사무실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영업 끝나기 전에는 들어올 생각은 하지도 마라’는 사장의 지침이 생각났기 때문”이라며 “그나마 노조가 생기면서 우리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원청과 협력업체는 여전히 노조를 적대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수 케비지부장은 “노조가 설립되기 전에는 원청이 하청에 상주해 일일이 지시했을 정도로 감시와 통제가 심했다”며 “원청은 영업 건수와 관련해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하청과의 기존 계약을 깨면서 영업 외주업체를 확대하는 등 협력업체를 달달 들볶는다. 기대한 실적이 안 나오면 ‘계약 해지하겠다’고 협박하는 게 일상이었다. 이는 사실상 위장도급이며, 기사들이 불법‧탈법 영업 유혹에 빠지게 되는 근본 이유”라고 밝혔다. 

사전 점검 없이 맨홀로 

케이블SO의 문어발식 도급화와 그로 인한 영업 압박은 협력업체 노동자의 근로조건 더욱 악화한다.<기사링크> A씨는 “비나 눈이 올 때 장갑 없이 올라가는 경우도 많았다”며 “케이블이 만약 지하에 묻혀 있다면 안전장비 없이 맨홀로 들어간다. 밤에는 안이 잘 보이지도 않고, 교통사고 위험도 크다”고 밝혔다. 산소 부족으로 맨홀 속에서 질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는데도 사전 점검 작업은 이뤄지지 않는 게 보통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설치 작업을 위해 사다리, 각종 장비함, 셋톱박스, 케이블 뭉치 등과 같은 중량물을 한꺼번에 짊어져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 중량물 한계치인 25kg을 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허리와 목, 무릎 통증 등을 호소하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도급 계약 관계에서 협력업체와 원청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노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 희망연대노동조합이 제작한 영상 ‘케이블방송 노동자 산업안전, 이대로 괜찮은가?’ 한 장면. 협력업체에 소속된 노동자가 안전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맨홀 작업을 하고 있다.
 
 
  
▲ 희망연대노동조합이 제작한 영상 ‘케이블방송 노동자 산업안전, 이대로 괜찮은가?’ 한 장면. 협력업체에 소속된 노동자가 안전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맨홀 작업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조합원 B씨는 “도심에서 교통사고가 심하게 났는데 (협력업체) 사장은 얼굴을 보자마자 ‘그래서 영업을 했느냐’는 말만 거듭했다. 사람이 다쳐도 영업이 우선”이라며 “이런 일들은 이쪽에선 숱하다. 산재처리는커녕 동료들이 힘들까봐 아파도 휴가를 못 쓰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산재 문제가 터졌을 경우 원청이 책임지지 않는 한 협력업체가 이를 제대로 보상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이종탁 위원장은 “최근 씨앤앰 협력업체에서 작업 중에 사망하신 분과 허리를 크게 다치신 분이 있었다”며 “이 업체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벌금 1억을 받았다. 원청이 지원을 하지 않았다. 결국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산재 지원과 노동 여건 개선, 그리고 임금 협상까지. 실질 사용자인 원청이 나서지 않으면 개선되지 않을 문제인 셈이다. 

최근 불거진 티브로드·씨앤앰의 직장폐쇄와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도 원청이 직접 노사교섭장에 나와야 풀릴 것으로 보인다. <기사링크 : 길에서 먹고 자는, 당신의 TV 수리기사들케이블 하청 노동자는 올 여름 휴가 떠날 수 있을까?> 

씨앤앰의 경우 중앙노동위원회가 “원청이 나오지 않는 한 노동조합의 요구안(고용승계 및 임금인상 등)에 대해 협력업체 사장단에서 나올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원청(씨앤앰) 관계자는 “듣기로는 노조가 지나친 요구를 했고, 협력업체들이 더 이상 경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알고 있다. 직장 폐쇄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자신의 사용자성을 부인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와 고객에게
직접고용 의무화 법제 마련 시급


“노동자들이 느끼는 영업 압박은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한 외국인 가입자 집에는 셋톱박스만 무려 3대가 설치됐다. 그 분은 SK 브로드밴드 가입자였다. 티브로드 기사가 와서 하나 더 달았고 LG 유플러스 기사가 나중에 하나 더 달았다. 기사들이 스스로도 분명 잘못된 것이라 인식했지만 영업 압박에 못 이겨 그런 불법 영업을 한 것이다. 원청에서 오는 고객 확인 전화도 어눌한 외국인처럼 받아서 영업을 한 것이다.”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의 말이다. 무리한 경쟁이 소비자 피해로 돌아온 대표 사례다. 지난 2일에는 주소, 전화번호, 가입상품 등 티브로드 고객 정보가 경쟁사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티브로드의 영업 외주업체가 티브로드로부터 받은 고객 정보를 다른 케이블회사 영업에 악용한 것이었다. 이들은 티브로드뿐 아니라 동시에 씨앤앰, CJ헬로비전 등과도 영업 계약을 맺고 있었다. 
 
  
▲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원청업체 씨앤앰의 대주주 ‘MBK파트너스’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riverskim1)
 
케비지부의 조합원 C씨는 “방판업체(영업 외주업체) 같은 경우 한 사업자와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업자와 계약을 맺는다”며 “한 쪽 업체에서 받은 정보를 다른 쪽 업체 고객 유치를 위해 사용하는 일도 많다. 고객들한테까지 화가 미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업 외주업체는 아날로그 요금제 가운데 가장 비싼 요금제를 최하위 등급 요금제로 바꾸어 버리기도 한다”며 “의도적으로 디지털 셋톱박스를 강매하려고 그런 짓을 하는 거다. 그러나 현장 기사들도 그걸 알면서도 영업 압박에, 또 권한도 없기 때문에 고객님께 제대로 말씀드리지 못하고, 그대로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원청 기업이 간접고용이 아닌 직접고용으로 자연스럽게 고용 형태를 바꿀 수 있게 하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지금과 같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 아래서는 노동자들이 고통 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케이블 업체에 이중으로 가입되는 등 소비자 피해도 커지고 있다”며 “간접고용이 노동자에 이어 소비자, 시청자에게까지 큰 피해를 미치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 적어도 핵심 업무와 관련해서는 직접고용을 의무화하고, 간접고용형태에 대한 규제 및 감시를 강화해 원청의 책임을 강하게 부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철희 공인노무사(은수미 의원실 보좌관)는 “사업자 입장에서 비정규직 간접고용은 뿌리칠 수 없는 매력이라고 한다. 산재‧고용‧노사관계 등에서 발생하는 책임을 손쉽게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간접고용은 한국 사회의 선택지에 있는 게 현실이다. 사회 합의를 통해 제정된 법이 그 암울한 선택지를 지울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직접고용된 이들의 노동 3권만 보장했던 과거 개념을 확장시켜야 한다”며 “간접고용을 통해 실질 이득을 얻은 사용자까지 책임지게 하는 법 개정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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