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1조 쓴 KT, 실적 '호조'…8304명 명퇴는 왜?유선분야 선방, 나머지는 다 잘 나가는 KT…퇴직금 제외하면 2천억 이상 순익
지난 4월 말 8304명 특별명예퇴직을 단행한 KT(대표이사 황창규)가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수익은 전년동기 대비 2.4%로 늘고, 가입자와 가입자당 매출(ARPU)도 늘었다. KT뿐 아니라 증권가와 언론도 향후 사업전망을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KT는 2분기에 1조 원에 가까운 비용을 퇴직금으로 썼으나 이 비용을 제외하면 최소 2천억 원 이상 순이익을 기록했다. 결국, KT가 단기적 경영 위기에 직원들을 정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KT 2분기 실적 및 서비스별 매출실적. 자료=KT 실적공시 자료. |
KT가 29일 공시한 2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 5조8955억 원을 기록했다. 유선분야 매출은 1조4080억 원, 무선은 1조7988억 원, 미디어/콘텐츠 부문은 3813억 원, 금융/렌탈은 1조179억 원, 상품수익 9075억 원, 기타 382억 원이다.
매출이 가장 큰 무선분야를 보면, 수익은 “가입자 증가와 더불어 LTE 가입자 확대, ARPU 상승 영향 등으로 전년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KT는 무선 APRU가 3만3619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3%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가입자도 30만 명 순증했다. LTE 가입자는 941만 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56.1%고, 스마트폰 가입자는 1185만 명으로 전체 70.6%다.
▲ KT 무선분야 현황. 자료=KT 실적공시 자료. |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유선분야도 선방했다. KT의 유선수익은 “가입자 및 통화량 감소로 전년동기 대비 6.6% 감소”했으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기반을 지속 강화하는 가운데 결합상품 경쟁력을 극대화해 유선 분야 매출 하락을 극복”했다. 유선수익은 전년동기 대비 6.6%만 줄었다. 1분기 대비로는 0.9%만 빠졌다.
금융/렌탈 분야 실적은 무선분야에 맞먹는다. 금융은 매출 8305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 성장했고, 렌탈 매출은 1875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8.8%나 늘었다. IT/솔루션 및 자회사의 실적 개선으로 기타서비스 수익도 전년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기타 상품수익도 9075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8% 늘었다.
미디어그룹 KT가 재미를 본 분야는 미디어/콘텐츠다. KT의 미디어 콘텐츠 수익은 전년동기 대비 13.8% 늘었는데 IPTV 가입자 증가 덕이다. KT에 따르면, IPTV 가입자만 2분기에 21만 명 늘어 현재 가입자는 537만 명이다. KT는 올해 80만 명 이상의 가입자 순증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밖에도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의 실시간방송을 활용한 ‘올레TV스카이라이프’ 가입자가 230만 명인 점도 수익 원인이다.
▲ KT 2분기 영업비용 자료. 단위 십억 원. 자료=KT 실적공시 자료. |
그런데 종합해보면 KT의 영업이익은 8130억 원 적자로 7572억 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외손실도 1795억 원에 이른다. KT는 대규모 적자 원인으로 “약 1조 규모의 명예퇴직 비용이 일시 지급”을 들었다. KT는 지난 4월 8304명을 특별명예퇴직으로 내보낸 바 있다.
역대 최대손실에도 업계 반응은 긍정적이다. 헤럴드경제는 이날 <최대손실 KT…속으로 웃는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KT가 휴대전화 보조금 등 마케팅 비용지출을 크게 줄였고, 명예퇴직 비용을 빼면 실질적인 영업이익이 26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헤럴드경제는 “8분기만에 최고”라고 보도했다.
조선비즈도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유선 부문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매출이 증가했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는 “(KT는 그 동안) 통신경쟁력 강화, 비용구조 개선, 그룹 포트폴리오 점검 등 강력한 기업개선 작업을 시행했다”며 “2분기부터 무선 가입자 실적 호조를 기점으로 통신사업 회복세가 점차 가시화 되고 있어, KT의 차세대 성장성 확보 및 수익성 회복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KT는 지난 5월 8304명을 특별명예퇴직으로 내보냈다. (사진=미디어스) |
머니투데이는 KT의 주력사업인 무선분야 전망이 밝다고 분석했다. 머니투데이는 LTE 가입자에서 LG유플러스와 격차를 벌이고 있고, ARPU가 개선된 사실을 거론하며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최저점으로 재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이유”라고 보도했다. 이런 까닭에 KT 내부에서는 지난 대규모 특별명퇴가 단순 ‘직원 줄이기’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KT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회사가 어려워 명예퇴직을 단행했다고 하지만, 사실 1분기 적자는 BIT(내부 전산망 통합 작업) 때문에 발생했고, 명퇴도 2분기 연속 적자라는 이유로 단행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위기감을 조장해서 구조조정을 한 것인데 뚜껑을 열고 보니 2천억 원이 넘는 이익이 있었던 것이고, 이는 직원들의 문제로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회사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