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7.31 19:53l최종 업데이트 14.07.31 19:53l 김종철(jcstar21)
삼성전자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이른바 '갤럭시 쇼크'의 후폭풍이다. 인력 재배치 뿐 아니라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만큼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부재 속에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31일 삼성전자가 내놓은 2분기 성적표는 예상했던대로 였다. 이번 달 초 발표됐던 영업이익 잠정치에서 100억 원 정도 줄어든 7조1873억 원이었다. 매출액은 52조3532억 원이었다. 금액으로만 따지면 그리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몇년 새 삼성전자가 누려왔던 호사(?)에 비하면 추락에 가깝다. 당장 작년 같은 2분기에 비하면 영업이익은 20.4%나 줄었다. 매출액도 8.7% 감소했다. 이 정도의 하락폭은 전례가 없었다. 2012년 2분기 이후 매 분기마다 8조 원 이상 영업이익을 기록해왔다. '분기 8조 원대 이익'이 깨진 것이다. 또 매출액 자체가 1년 전보다 떨어진 것은 거의 10년 만이다.
'갤럭시 쇼크' 현실화... 스마트폰 판매량 ↓ 시장점유율도 ↓
▲ 삼성전자의 추락을 이끈 장본인은 '갤럭시'였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공개한 갤럭시S5 영상 중 한 장면.
ⓒ 삼성전자
이번 추락을 이끈 장본인은 갤럭시였다. 삼성전자의 효자폰이 '불효폰'으로 바뀐 것이다. 실제로 휴대전화를 맡고 있은 무선사업부가 있는 아이티-모바일(IM)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은 4조4200억 원, 매출액은 28조4500억 원이었다. 올 1분기보다 이익은 31.3%, 매출액도 12.3%나 줄었다. 1년 전인 작년 2분기에 비교해도 영업이익은 29.6%나 줄었다.
이명진 삼성전자 전무(IR 팀장)는 "(2분기) 계절적인 비수기와 함께 시장경쟁이 격화되면서 스마트폰의 판매가 줄었고, 태블릿 피씨의 수요도 감소했다"라고 말했다. 계절적인 영향의 경우 지난해와 같은 것을 감안하면, 결국 삼성 갤럭시가 시장 경쟁에서 밀렸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이는 판매량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은 2분기에 7450만 대였다. 올 1분기 8900만 대보다 무려 1450만 대나 줄었고, 작년 2분기 7600만 대보다도 150만 대 이상 감소했다. 따라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시장점유율도 25.2%로 줄어들었다. 작년 2분기엔 32.6%였다. 그에 비하면 무려 7.4%포인트나 추락한 것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았다"고 토로했다. 삼성 스마트폰의 경우 중저가부터 고급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출시해 왔다. 하지만 중국의 화웨이와 샤오미 등 후발 업체들이 기술개발과 함께 낮은 가격을 무기로 삼성 휴대전화를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애플-중국업체 사이에 낀 삼성전자... 비상경영체제 돌입
▲ 31일 삼성전자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서울 서초사옥과 수원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인력 수백여 명을 사업 일선에 재배치하기로 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의 삼성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
ⓒ 연합뉴스
실제 2분기동안 이들 중국업체들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7.3%를 기록했다. 작년 2분기 11.4%에 비교해서 5.9%포인트나 상승했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도 싼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샤오미' 등 일부 제품은 성능이나 디자인 면 등에서 갤럭시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가격은 30~40% 정도 싸다.
고가 스마트폰인 갤럭시 에스5(S5)도 당초 예상보다 기대에 못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업체에 추월당하고, 고가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삼성전자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돌파구를 어떻게 찾느냐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갤럭시 노트4를 비롯해 신제품 등을 내놓고, 웨어러블 기기 시장 진출 등으로 수익을 올려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자쪽 전문가들 사이에선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반기에는 애플의 아이폰6 등이 준비 중에 있고, 중국 업체들 역시 신제품을 대거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진 전무도 이날 실적 설명회에서 3분기 전망을 다소 어둡게 보고 있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격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날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서울 서초사옥과 수원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인력 수백여 명을 사업 일선에 재배치하기로 했다. 또 무선사업부에서 추진 중인 출장비 축소 등 비용감축 방안도 확대할 방침이다. 일부에선 명예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삼성의 고위 인사는 "전자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다"라면서 "대내외적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그룹차원의 위기의식을 갖고 비상경영체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력 재배치와 명예퇴직 등도 포함해서 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방안들이 추진, 검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