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개인정보 유출’ 위약금 면제 ‘가시화’ 수조원 날리나 | ||||||
경실련, 정보유출 피해자 위약금 해지 분쟁조정…KT “잘못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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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태환 기자] KT(회장 황창규)가 개인정보유출에 따른 위약금 해지 가능성에 수조원대 손실 위기를 맞고 있다. ‘귀책사유가 회사 측에 있는 경우 위약금을 면제한다’는 약관을 이유로 분쟁조정신청 참여를 희망하는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980여만명에 달하는 가입자 중 상당수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로 옮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KT를 강하게 휘감고 있다.
◆ 가입자 1677만명 중 981만명 위약금 면제 대상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한국소비자원에 ‘위약금 없는 KT 서비스 해지를 위한 집단분쟁조정’을 제기했다. 관련해 KT는 지난 6월 가입자 981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해킹사고를 당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과징금 7000만원과 과태료 1500만원을 부과했다. 정보유출 책임이 KT에 있다고 인정한 셈이다.
이를 토대로 KT 이용약관 상 위약금 면제 조항, 민법에 의거한 피해자들의 해지권, 정보통신법 위반 문제 등을 종합하면 위약금 면제사유가 인정된다는 게 경실련 측의 주장이다. 실제 약관 제38조에는 ‘회사 측의 귀책사유로 인해 가입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위약금 면제를 가정하면 가입자는 24개월 약정을 조건으로 받은 단말기 보조금을 환불하지 않고도 해지 할 수 있게 된다. 해당 조항이 적용될 경우 가입자는 별도의 비용누수 없이 통신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정보유출 피해자 수는 981만명으로 KT 전체 가입자 1677만여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통신업계에서는 최악의 경우 KT가 존폐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KT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는 3만3619원이다. 정보유출 피해자 981만명이 모두 번호이동을 한다고 가정하면 매달 손실액은 3298억239만원, 1년이면 3조9000억원의 순 손실을 피할 수 없다.
KT는 2분기 영업손실이 8130억원으로 적자전환을 한 상태다. 명예퇴직으로 인한 일회성 퇴직금 비용 1조원이 포함돼 있긴 하나 영업익은 24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00억원 감소했다.
◆ “회사측 귀책사유로 해석되지 않는다”
KT는 정보유출이 해킹에 의한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위약금 면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해킹은 기술적으로 100% 방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다루는 업체 입장에선 언제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법규상 지켜야 했던 부분은 모두 충실히 이행했기 때문에 회사측 귀책사유로 해석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경실련 관계자는 “소비자가 매달 지불하는 이용료에는 당연히 정보 보호 비용 포함돼 있는 것”이라며 “이번 KT 정보유출은 다수의 보안 전문가와 방통위가 고객정보를 제대로 관리 못해서 발생했다고 인정했기 때문에 충분히 위약금 해지사유가 발생하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통사들이 출혈성 요금할인 경쟁에 앞다퉈 나서면서 ‘박리다매’ 구조가 된 상태라 가입자 1명이 아쉬운 상황”이라며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 같은 경쟁사들이 KT의 위기를 기회로 인식, 소비자들을 상대로 암암리에 (집단분쟁조정 참여를) 부추길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