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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파업에 나서는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

“지금까지 받았던 온갖 핍박을 다시 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떨립니다. 총파업으로 우리의 힘을 보여 줍시다.”

“차가운 강바람 맞으며 시멘트 바닥에서 자고 있지만, 가슴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뭉쳤습니다. 이제 파업으로 LG를 박살냅시다.”

 "진짜 사장이 나와라" 외치는 SK브로드밴드 노동자들 9월 17일 오후 서울시 중구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 ⓒ이미진

△ 7월 9일 여의도 LG그룹 쌍둥이빌딩 앞에서 열린 ‘진짜 사장이 나와라! LG그룹 규탄 2차 결의대회’. ⓒ이미진

희망연대노조 소속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9월 19일과 25일에는 94.29퍼센트, 93.76퍼센트의 압도적 지지로 파업을 가결시켰다. LG유플러스 노동자들은 9월 19일부터 해고자들을 중심으로 대주주인 LG그룹 앞에서 노숙농성도 시작했다. 

이들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서 인터넷ㆍ전화ㆍIPTV를 개통ㆍ유지ㆍ보수 하는 노동자들이다. SK브로드밴드ㆍLG유플러스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고 명함을 들고 일하지만, LG유플러스ㆍ SK브로드밴드의 직원이 아니다. 도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에 고용된 간접고용 비정규직들이다. 

심지어 이들 중 개통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하청업체와 다시 개인별 도급 계약을 맺거나(‘개인 사업자’), 하청업체가 또 다시 업무의 일부나 전부를 재하도급 한 ‘소사장’ 밑에 고용돼 있다. 이중ㆍ삼중의 다단계 계약을 맺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은 휴일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려 왔다. 노동자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 반면, 거대 통신사들은 이렇게 노동자들을 쥐어짜면서 수백 ~ 수천 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여의도 노숙농성 14일차 모습. ⓒ제공 우병철

올해 3월, 노동자들이 “더는 참을 수 없다”며 노동조합을 건설하자, 사측은 조합원들을 해고하고, 일감을 뺏고, 노조 탈퇴를 종용하며 탄압했다. 더 나아가 4대 보험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개별 도급 계약서에 합의할 것을 강요하며 노동자들을 완벽하게 ‘개인 사업자’로 만들려고 했다. 교섭에서도 사측은 “개통 기사는 우리 직원이 아니다” 하며 대화조차 거부했다. 사용자로서 최소한의 책임도 회피하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거대 통신사 뒤를 봐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시행한 SK브로드밴드ㆍLG유플러스 하청업체 27곳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면서 개통 업무를 하는 노동자의 일부(66퍼센트)만 노동자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번 근로감독은 처음부터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체 SK브로드밴드ㆍLG유플러스 하청업체 1백56곳 중 겨우 27곳만을 조사했을 뿐이다. 또, 고용노동부는 비슷한 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중 왜 일부는 노동자이고 일부는 아닌지 기준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희망연대노조는 “[근로감독 당시] 노동조합이 설립된 곳은 대부분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노동조합이 없었던 곳은 노동자성이 부정됐다”는 합리적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즉 노조가 없는 곳은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계약 형태나 임금체계 등 형식적 기준으로 노동자냐, 아니냐를 가를 수 없다. 이들은 사측의 엄격한 통제ㆍ지시 아래 일해 왔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업무를 배정받았고, 업무 평가를 받았다. 휴가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근로 소득’이든 ‘사업 소득’이든 이름과 상관없이 이들은 자신이 일해 받은 돈으로 생계를 이어나간다. 따라서 이들 모두 노동자이다. 

문제는 그동안 기업주들이 마땅히 직접 고용해야 할 노동자들을 자신의 이윤을 위해 간접고용, ‘개인 사업자’로 내몬 것에 있다. 

한편, 노동자들이 파업을 예고하자 사측은 중앙노동위원회에 SK브로드밴드ㆍLG유플러스 하청업체를 ‘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할 것을 요청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측의 요청을 수용했고, 이 때문에 조정기간이 늘어나 파업권 발생이 늦춰지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사측은 하청업체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되면, 노동자들의 파업권이 제한된다. 또, 사측은 대체인력을 합법적으로 쓸 수 있다. 노동자들 일부는 파업하고, 일부는 일을 하기 때문에 노동자들 간 분열도 용이해진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우리가 하는 업무가 그렇게 중요한 ‘필수 업무’라면서 여태까지 하청의 하청으로 고용해 온 것이 말이 되나? 우리 나라 재계 3, 4위라는 기업들이 이렇게 치졸한 짓까지 해야 하나” 하고 분노한다.

1997년 ‘IMF 위기’ 이후 대기업들은 일부 업무를 외주화하고, 간접고용을 급속도로 늘려 왔다. 노동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손쉽게 인력수급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최근 이런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하고 투쟁에 나서면서 자신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고 있다. 올해에만 삼성전자서비스, 티브로드,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 투쟁에 나섰고 일부 소중한 성과를 거뒀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도 그런 흐름의 일부다. 그리고 이들의 투쟁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열악한 처지로 내 몬 대기업들의 탐욕을 정면으로 들춰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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