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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신의 직장'에서 '데스(death)직장'된 이유

시사오늘 2014.10.19 19:09 조회 수 : 4626

KT, '신의 직장'에서 '데스(death)직장'된 이유
<토요필담>공기업 직원이 구조조정 대상자가 된 사연
2014년 10월 18일 (토)홍세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2009년, 필자는 직장체험 프로그램으로 KT에 잠시 몸담은 적 있었다. 다른 대기업도 직장체험을 진행했지만 KT에 지원했다. KT는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특별한 기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기업들이 몇 있다. ‘신조차도 일하고 싶은 직장’, ‘신이 부러워하는 직장’이라는 의미다. 다양한 직원 복지와 높은 연봉, 그리고 일하기 편한 기업문화까지 포함된다면 신의 직장 대열에 올라선다. 보통 연봉이 높은 공기업이 대열에 합류한다.


KT는 신의 직장 대열에 오르기 충분하다. 1993년 민영화 이전인 한국통신 시절 가지고 있는 ‘공기업’이미지와 민영화 이후 높은 연봉을 받는 ‘대기업’이미지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 기업문화에, 복지와 연봉이 대기업 수준이라면 그야말로 ‘최고의 직장’ 표본이다.  


하지만 막상 KT 내부에 들어가 보니 겉에서 보던 모습과는 달랐다. 필자는 전화 품질을 담당하는 부서에 배치됐다. 그 부서는 영업과 관련이 없었지만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매달마다 영업 실적을 걱정하고 있었다. 영업 실적에 상사는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을 압박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시 KT에서 근무하던 김모 부장은 아르바이트생과 다름없는 필자에게 인터넷 전화를 써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필자가 “이 부서는 영업 실적과 상관없지 않느냐”고 질문 했다. 김 부장은 “KT에 영업과 관련 없는 부서가 어딨느냐”면서 “KT직원은 모두 영업사원이나 다름없다”고 답했다. 필자의 집이 당시 근무했던 KT 지점과 멀어 소용없다고 둘러대니 김 부장은 그럼 이 근처 사는 친척이나 친구는 없냐고 집요하게 물었다. 당시 2009년엔 KT에서 새 브랜드 ‘QOOK(쿡)’을 런칭해 실적 압박은 더욱 심했다고 회상된다.  ‘신의 직장’ 이미지와 KT 내부 분위기는 겉모습과 완벽하게 달랐다. KT의 대부분 직원들은 영업 압박에 시달렸다. 팀장이나 부장 등도 예외는 아니었다. 직원들을 압박주고 자신의 실적을 채우기 급급했다.  


하지만 최근 KT 상황을 보면 필자가 겪었던 상황은 약과였다고 느껴질 정도다. KT는 우리나라 대기업 중 직원 자살율이 가장 높은 회사로 꼽힌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KT노동인권센터가 확인한 사망자는 245명이다. 뇌출혈, 심장마비 등 돌연사가 70명, 백혈병을 포함한 각종 암에 따른 사망이 102명, 자살한 사람이 18명이다. 지난해도 8명의 직원이 재직 중 자살했고 명퇴자 중에서도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KT의 자살율이 높은 이유는 영업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구조조정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 1월 ‘KT 직장내 괴롭힘 조사연구팀’이 KT 전·현직 직원 211명 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결과 직원에게 과도한 업무를 주는 등 업무 관련 스트레스는 물론, 인격적인 모욕발언이 잦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4월 황창규 회장이 취임하면서 더 심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황 회장은 공기업 마인드를 뿌리 뽑겠다면서 3개월만에 직원 8356명을 잘랐다. 이에 KT 직원수는 기존 3만 2천 188명에서 2만 3천 884명으로 대폭 줄었다. 퇴직자의 평균 연령은 51세, 평균 재직기간 26년으로 나타났다.

  
▲ 광화문 KT 사옥 ⓒ 시사오늘

“평생직장인줄 알고 들어왔는데…” 공기업 직원이 잘릴 위기에 놓인 사연


<시사오늘>은 17일 KT에 근무 중인 이 모 사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통신(현 KT)에 입사한지도 20년이다. 입사 당시 연봉이 더 높은 대기업도 갈 수 있었지만 한국통신을 택했다. ‘평생 직장’이라는 장점 때문이었다. 평생 이 회사에 헌신하며 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민영화되고 회장이 바뀌면서 구조조정이 일어났다. 회장들은 ‘뭔가 보여 주겠다’라는 생각으로 대거 구조조정을 하는 것 같다. 나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 그런 불안감에 직원들이 공격적으로 영업한다. 내부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내가 들어왔던 회사는 온데 간데 없어지고 다른 회사에 다니는 기분이다.”


왜 다른 기업보다 KT 직원의 자살율이 높을까. KT노동인권센터는 인력보충 없는 강제명퇴와 무한경쟁등을 초래한 민영화가 노동자들의 잇따른 사망의 원인이라고 내세웠다. 이들의 주장대로 만약 KT의 자살율이 기업 문화와 관련돼 있다면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것이 무관하지 않다. 공기업이었던 회사가 민영화되면서 오는 괴리감에 다른 민간 기업 직원들보다 더 견디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KT 측은 구조조정에 대해 “우리 회사는 근속연수가 길다”고 해명한 바 있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14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평균근속연수 중 KT가 18년으로 가장 길었다. SK텔레콤은 12.6년으로, LG유플러스는 7년을 기록했다.


KT의 한 직원은 절대적인 근속연수를 비교하면 낮지 않지만 직원들은 다른 회사에 비해 괴로워한다고 전했다. 구조조정의 방법이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원래 없던 것보다 있다 없어진 것이 견디기 힘든 법, 구조조정 위험이 없던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한 번에 8,000여명이 넘는 직원을 잘라 괴로움은 배가 된다고 전했다. 구조조정 대상도 근속년수 15년 이상으로 공기업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KT는 공기업 마인드를 뿌리 뽑겠다며 무한 경쟁을 직원들에게 재촉했다. 일반 기업보다 더 심한 영업 압박과 노동을 시켰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살 이외에 돌연사(뇌출혈·심장마비)와 사고 및 질병 등으로 숨진 직원들의 유가족은 과도한 노동으로 인해 숨졌다고 주장한다. 인력 보충 없이 자르기만 급급해 남은 사람들이 두, 세명의 일을 담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KT에서 14년 간 근무하던 박 씨는 2010년 5월 회사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숨졌다. 박 씨의 유가족들은 “2009년 12월 대규모 구조조정 뒤 8명이서 일하던 일을 4명이서 하게 됐다”며 “노동강도가 높아져 구조조정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겹쳐 뇌출혈이 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KT에 재직 중 사망한 노동자 3명의 유족 7명은 KT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KT가 CP퇴출프로그램으로 불법적인 구조조정을 하면서 살인적으로 노동강도를 높였고, 이로 인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KT 황창규 회장은 이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국회의원들이 황 회장을 국정감사장에 소환해도 불응하고 있다. 황 회장은 자살을 방지하려 옥상 문을 걸어 잠그는 것으로 대응한다. 자신의 직장이었던 ‘KT 옥상’에서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다. 황 회장은 이런 비극적인 일 앞에서도 입을 닫고 있다.


세계적으로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기업이 있다.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다. 이들은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기업에 비해 눈에 띄는 높은 연봉을 자랑하진 않는다. 그러면서도 신의 직장에 들어설 수 있는 이유는 기업 문화와 직원 복지 때문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에릭 슈미츠의 공통점은 직원을 자신의 밑으로 생각하는 상명하달식 보단 ‘하의상달식’ 업무체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직원이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직원 복지가 다른 회사에 비해 좋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에릭 슈미츠는 “리더가 혁신을 생각해내는 것보다 직원이 혁신하게 이끌어야 한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애플의 스티브잡스, 구글의 에릭 슈미츠 그리고 KT의 황창규. 무엇이 다를까. 황창규 회장은 바다 건너 나라 CEO들이 어떤 점으로 세계적으로 존경 받을만한 CEO가 됐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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