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철 기자

'KT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회' 개최

[서울파이낸스 이철기자] "동료들과 술 한잔 하자고 해도 관리자 급의 따돌림 지시로 다들 슬금슬금 피한다. KT가 지금까지의 인생에 둘도 없는 버팀목이었지만, 지금은 KT라는 이름만들어도 소름이 끼친다".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KT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회'에서 현재 KT 경기지사 고객최우선경영실(CFT)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 지난 4월 대규모 명예퇴직을 거부하자 비인격적인 조치를 당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이인영,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개최한 이날 보고회에서는 KT 명퇴거부자들이 비인격적 조치 등으로 인해 정신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조사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노동건강연대' 등으로 구성된 조사연구팀이 현직 '고객최우선경영실'(CFT) 근무자 22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앞서 KT는 지난 4월 8300여명의 직원들을 명예퇴직을 통해 구조조정 하면서 신청 거부자들을 CFT에 배치시켜 왔다.  


조사에 따르면, 대상자 중 189명(86.3%)이 지난 4월 명예퇴직 요구를 받았으며 소속 기관장과 팀장이 주로 퇴직을 요구했다. 명퇴를 요구하는 수준은 '불이익이 우려될 정도의 압박'이 56%로 가장 높았고 강압적이라는 응답도 17.4%를 기록했다. 자발적인 의사를 존중하는 선에서의 권고 수준은 23.4% 수준이다.

  
▲ CFT 명예퇴직 요구 불응 이후 조치. 사진=KT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연구팀

명예퇴직 요구 불응자에게는 비인격적인 조치가 취해졌다. 응답자의 57%(복수응답)는 인사상의 불이익 예고를 받았으며 55.7%는 기존 업무에서 배제됐다. 지속적인 면담을 받은 것도 34.8%, 조직구성원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은 당했다는 응답자는 12.7%에 달했다.  이외에도 사내 메신저 감시(9.5%), 휴대폰 통화내역 열람(3.6%), 미행(2.3%) 등도 일부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회에 참석한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명퇴 요구에 응하지 않은 후의 조치는 업무, 인간관계,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세 차원에 모두 발생하는 강도 높은 폭력"이라며 "함께 일하는 동료를 비정한 방법으로 몰아내는 회사에 남아 있는 직원도 회사에 충성심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비인격적 행위와 동기부여의 저하는 응답자들의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졌다. 대상자들을 '(직장 내)괴롭힘 없음', '조금 심함', '심함', '매우 심함' 등의 4 그룹으로 나눠 간이정신진단검사를 실시한 결과, 괴롭힘이 심할수록 신체화, 강박증, 대민예민성, 우울, 불안, 적대감, 공포불안, 편집증, 정신증 등이 증가되는 성향을 띄었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은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작동되거나, KT처럼 노동자들을 내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며 "직원들 누구나 이같은 일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며, 이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와관련 KT 측은 "회사가 일부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가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제시된 설문조사는 매우 적은 모수를 대상으로 다수 선택이 가능한 방법을 사용해 통계 작성의 의도에 따라 매우 확장된 결과가 도출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또한 명예퇴직은 사업합리화와 대규모 조직개편의 하나로 당사자의 자발적 신청에 따라 이뤄졌다"며 "CFT 역시 현장 생산성 향상을 위해 신설된 정규조직으로 직원 퇴출을 위한 부서라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