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사건, KT는 뭘 했나
조진형 경제부 기자 u2@hankyung.com
“모뉴엘의 총판을 맡아 7년간 홈시어터PC 제품 2000억원어치를 정상적으로 팔았을 뿐입니다.”
열흘 전 KT 관계자는 모뉴엘의 수출 조작 사건에 KT ENS의 연루 의혹을 취재하자 이같이 해명했다. 본지 단독 보도로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과 허위 수출 사건이 알려진 직후였다.
관세청의 조사 결과는 KT의 해명과 달랐다. 관세청은 KT ENS가 모뉴엘로부터 팔리지도 않을 제품을 받아 수출채권을 발행했을 뿐 아니라 해외 유통업체를 알선했다는 증거를 확보해 검찰에 관련자를 송치하기로 했다.
모뉴엘의 3조2000억원대 허위 수출 사건은 앞서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들이 짜고 벌인 ‘1조8000억원대 대출 사기’ 사건과 닮았다. 사기 대출에 매출채권을 활용한 구조가 똑같고, 대출 사기가 발생한 시점도 2007년 전후로 비슷하다. 모뉴엘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KT ENS와 홈시어터PC 총판 계약을 맺었다. 모뉴엘은 성장 초창기였던 2008년 KT ENS와 미국 ASI 등 2곳에 매출(738억원)의 94%를 의존할 정도였다.
관세청은 모뉴엘의 급성장 과정에서 KT ENS가 사실상 모뉴엘의 ‘은행’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총판업체 KT ENS가 발행해준 수출채권은 안심하다고 믿고 모뉴엘에 자금을 융통해줬다가 또 당한 셈이다.
KT ENS가 희대의 사기극 두 건에 잇따라 연루되면서 KT의 관리능력도 의심받고 있다. KT는 지난 3월 ‘꼬리 자르기’ 논란에도 KT ENS를 법정관리에 집어넣어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사건의 성격은 인감을 날조한 직원의 ‘개인비리’로 규정지었다. 비리가 저질러졌던 시기에 KT ENS 사장을 지낸 인사를 본사 요직에 발탁했다.
모뉴엘 사건은 KT ENS의 신규사업이었던 총판사업에서 발생했다. 조직적인 과실이다. 사기대출 사건을 계기로 당시 KT ENS 사업 내용을 들여다봤을 KT가 모뉴엘 사건에 대해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주장하는 대목은 석연치 않다. 자체 조사가 부실했거나, 지나가면 그만이라고 여겼던 것이 아닐까. 자회사 일이라고 뒷짐지고 있을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조진형 경제부 기자 u2@hankyung.com
열흘 전 KT 관계자는 모뉴엘의 수출 조작 사건에 KT ENS의 연루 의혹을 취재하자 이같이 해명했다. 본지 단독 보도로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과 허위 수출 사건이 알려진 직후였다.
관세청의 조사 결과는 KT의 해명과 달랐다. 관세청은 KT ENS가 모뉴엘로부터 팔리지도 않을 제품을 받아 수출채권을 발행했을 뿐 아니라 해외 유통업체를 알선했다는 증거를 확보해 검찰에 관련자를 송치하기로 했다.
모뉴엘의 3조2000억원대 허위 수출 사건은 앞서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들이 짜고 벌인 ‘1조8000억원대 대출 사기’ 사건과 닮았다. 사기 대출에 매출채권을 활용한 구조가 똑같고, 대출 사기가 발생한 시점도 2007년 전후로 비슷하다. 모뉴엘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KT ENS와 홈시어터PC 총판 계약을 맺었다. 모뉴엘은 성장 초창기였던 2008년 KT ENS와 미국 ASI 등 2곳에 매출(738억원)의 94%를 의존할 정도였다.
관세청은 모뉴엘의 급성장 과정에서 KT ENS가 사실상 모뉴엘의 ‘은행’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총판업체 KT ENS가 발행해준 수출채권은 안심하다고 믿고 모뉴엘에 자금을 융통해줬다가 또 당한 셈이다.
KT ENS가 희대의 사기극 두 건에 잇따라 연루되면서 KT의 관리능력도 의심받고 있다. KT는 지난 3월 ‘꼬리 자르기’ 논란에도 KT ENS를 법정관리에 집어넣어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사건의 성격은 인감을 날조한 직원의 ‘개인비리’로 규정지었다. 비리가 저질러졌던 시기에 KT ENS 사장을 지낸 인사를 본사 요직에 발탁했다.
모뉴엘 사건은 KT ENS의 신규사업이었던 총판사업에서 발생했다. 조직적인 과실이다. 사기대출 사건을 계기로 당시 KT ENS 사업 내용을 들여다봤을 KT가 모뉴엘 사건에 대해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주장하는 대목은 석연치 않다. 자체 조사가 부실했거나, 지나가면 그만이라고 여겼던 것이 아닐까. 자회사 일이라고 뒷짐지고 있을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조진형 경제부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