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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임원 출신이 ‘단통법’ 심사를…

한겨레 2014.11.11 08:54 조회 수 : 4106


이통사 임원 출신이 ‘단통법’ 심사를…


‘아이폰6 보조금 대란’이 일어난 다음날인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통신사 대리점에 아이폰 판매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월요 리포트] 감시받지 않는 권력 규제개혁위
규제개혁위, 이해충돌 있어도 ‘견제 장치’ 없어
위원 스스로 ‘안건 심의·의결 회피 가능’ 규정뿐

지난 9월24일 규제개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의 정부 고시안인 ‘지원금 공시 및 게시 방법 등에 관한 세부기준 제정안’(이하 분리공시제)에 대한 심사가 이뤄졌다. 이 사안은 삼성전자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와 에스케이텔레콤 같은 이동통신사 등 관련 이해당사자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는 사안이었다. 삼성전자는 “영업기밀을 침해한다”며 반대했고, 나머지 업체들은 찬성했다. 규개위가 내린 결정은 고시 철회 권고였다.

이 결정에는 민간위원 18명 전원이 참석했다. 이 중 조신 연세대 교수(글로벌융합기술원장)는 1999년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일하다 에스케이텔레콤으로 영입된 뒤 경영전략실장(상무), 마케팅사업부문장(상무), 전략기획부문장(전무) 등 주요 임원으로 일했다. 그 뒤에는 에스케이 계열사인 에스케이커뮤니케이션즈, 에스케이브로드밴드 등에서 대표이사 사장도 지냈다.

이날 결정이 에스케이 쪽의 입장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뤄졌으나, 분리공시제의 주요 이해당사자 기업의 이해에 밝은 인사가 심사에 참석한 것은 규개위 결정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대목이다. 조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회의 석상에서 에스케이 출신임을 스스로 밝혔고, 전문가 입장에서 논의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는 조 교수가 처음이 아니다. 2012년 규개위는 신용카드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까지 대주주 자격을 좀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법의 관련 조항에 대해 삭제 권고를 내렸는데, 이 회의에는 당시 삼성카드 사외이사를 겸직 중이던 홍기택 서강대 교수(현 산은금융지주 회장)도 참여했다. 2009년 사립학교를 부패방지법 관할 대상에 포함하는 법 개정안에 대한 규개위의 철회 권고에는 사립학교 교원인 교수 8명이 참여했다.

이는 규개위가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별다른 장치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정규제기본법’에는 “위원장 또는 위원이 공정한 심의·의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사유가 있는 때에는 스스로 그 사안의 심의·의결에서 회피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스스로’ 빠지지 않는다면, 누구도 해당 위원의 참여에 대해 이해충돌을 이유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셈이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교수(행정학)는 “정부위원과 동일한 권한을 갖고 있는 민간위원에게 아무런 이해충돌 방지 장치를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제도적 공백”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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