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의 눈]단통법과 통피아
한달 전의 일이다. 이동통신 3사와 단말기 제조업체 대표들이 정부에 불려가 ‘조인트’를 까였다. ‘군기반장’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후 보조금이 줄면서 ‘호갱’(호구 고객의 준말) 논란이 일자 마련된 자리다. 업체 대표들은 한마디 변명도 못한 채 혼쭐이 났다. 최 장관과 최 위원장은 “보조금을 더 태우지 않으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후 며칠이 지났다. 이번에는 정반대 상황이 연출됐다. 최근 나온 아이폰6 판매를 놓고 불법 보조금 문제가 불거졌다. 이통사들이 고객 확보를 위해 과도한 보조금을 태운 게 문제였다. 방통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본때를 보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단통법 시행 후 시장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가입자의 고른 보조금 혜택과 통신요금 인하를 노린 단통법 취지는 오간 데 없이 논란만 부추긴 꼴이다. 당초 예상됐던 결과다. 단통법을 뒤집어 보자. 지난 한달간 법 시행의 최대 피해자는 소비자다. 그나마 이전에는 눈치 빠른 일부 소비자들은 ‘공짜폰’ 혜택을 누려왔다. 하지만 법 시행 후 상한액을 높였는데도 보조금이 하향 평준화되면서 모든 가입자들이 봉 취급을 받고 있다. 이에 반해 최대 수혜자는 이통사와 통신 마피아들이다. 경쟁을 제한하자 줄어든 보조금은 고스란히 이통사 수익으로 떨어지게 됐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규제 권한이 더 강화돼 신바람이 났다. 소비자를 위한다는 단통법 이면에는 이런 묘한 담합구조가 숨어 있다.
담합이 가능한 것은 시장의 특수성 탓이다. 이동통신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지금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5대 3대 2의 비율로 고객을 나눠 갖고 있다. 이통사는 경쟁을 피해 지금의 시장구조를 유지하는 게 최선이다. 이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게 ‘통피아’다. 이통시장은 철저한 규제산업이다. 서비스 상품 가운데 정부가 요금 규제를 하는 것은 통신비가 거의 유일하다. SK텔레콤은 지금도 새 요금제를 내놓을 때면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름도 생소한 ‘비대칭 규제’라는 룰 때문이다. 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는 SK텔레콤이 더 커지지 않도록 족쇄를 채우자는 게 기본 취지다. 초기라면 몰라도 30년 이동통신 역사를 생각하면 이런 코미디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연 10조원이 넘는 매출의 KT와 LG유플러스가 아직도 정부의 보호대상이란 말인가.
과도한 규제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기업 가운데 대관(對官) 인력이 가장 많은 곳이 이통사다. SK텔레콤과 KT의 대정부 업무 인력만 60~80여명에 달한다. 매출이 10배 많은 삼성전자가 30여명 남짓한 점을 감안하면 기형적인 구조다. 이들은 ‘상전’인 통피아 주변에서 정부 통신정책을 귀동냥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게 주 업무다. 대관담당 직원들이 술 마시고 밥 사는 데 들어가는 돈은 가입자들의 통신료다.
벌써 단통법 폐지론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도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보조금 규제를 없애 시장 자율에 맡기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래봐야 단통법 시행 이전과 달라질 게 별로 없다. 시장에 밝은 5%의 ‘메뚜기족’들만 혜택을 누릴 뿐 나머지 이용자는 언제나 찬밥 신세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지금의 담합구조가 적폐의 원인이다.
호갱 논란을 없애려면 정부 규제의 틀을 손봐야 한다. 결국 통피아의 밥그릇을 깨고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하는 게 답이다. 이를 위해 제조·서비스 분리가 선행돼야 한다. 시장경제 원리에 맞게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자는 얘기다. 삼성·LG전자는 단말기를 팔고 통신 3사는 개통 업무만 전담하는 식이다. 불법 보조금 논란은 이를 뒤섞어 놓는 바람에 누가 얼마의 보조금을 태웠는지 분간이 안돼 생긴 현상이다. 이런 다음 보조금 규제를 허물어야 한다. 삼성이 단말기를 팔기 위해 얼마의 보조금을 지급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그들의 선택이다. 정부가 간섭할 일도 아니다. 대신 이통사들은 단말기 판매에서 손을 떼고 서비스·요금 경쟁으로 가입자를 끌어들이면 된다. SK텔레콤이 반값 요금제를 내놨다는 소식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 아닌가. 그래야 가계의 통신비 부담도 줄어든다. 소비자를 위한다며 규제 권한만 강화하려는 통피아의 사탕발림이 계속되는 한 통신비 인하는 요원한 얘기다.
<박문규 논설위원>
보조금을 많이 줘도 탈이고 적게 태워도 문제다. 정부가 멀쩡한 대기업 최고경영자를 불러 조인트를 까는 현상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요지경 속 이통시장의 현주소다.
단통법 시행 후 시장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가입자의 고른 보조금 혜택과 통신요금 인하를 노린 단통법 취지는 오간 데 없이 논란만 부추긴 꼴이다. 당초 예상됐던 결과다. 단통법을 뒤집어 보자. 지난 한달간 법 시행의 최대 피해자는 소비자다. 그나마 이전에는 눈치 빠른 일부 소비자들은 ‘공짜폰’ 혜택을 누려왔다. 하지만 법 시행 후 상한액을 높였는데도 보조금이 하향 평준화되면서 모든 가입자들이 봉 취급을 받고 있다. 이에 반해 최대 수혜자는 이통사와 통신 마피아들이다. 경쟁을 제한하자 줄어든 보조금은 고스란히 이통사 수익으로 떨어지게 됐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규제 권한이 더 강화돼 신바람이 났다. 소비자를 위한다는 단통법 이면에는 이런 묘한 담합구조가 숨어 있다.
담합이 가능한 것은 시장의 특수성 탓이다. 이동통신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지금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5대 3대 2의 비율로 고객을 나눠 갖고 있다. 이통사는 경쟁을 피해 지금의 시장구조를 유지하는 게 최선이다. 이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게 ‘통피아’다. 이통시장은 철저한 규제산업이다. 서비스 상품 가운데 정부가 요금 규제를 하는 것은 통신비가 거의 유일하다. SK텔레콤은 지금도 새 요금제를 내놓을 때면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름도 생소한 ‘비대칭 규제’라는 룰 때문이다. 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는 SK텔레콤이 더 커지지 않도록 족쇄를 채우자는 게 기본 취지다. 초기라면 몰라도 30년 이동통신 역사를 생각하면 이런 코미디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연 10조원이 넘는 매출의 KT와 LG유플러스가 아직도 정부의 보호대상이란 말인가.
과도한 규제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기업 가운데 대관(對官) 인력이 가장 많은 곳이 이통사다. SK텔레콤과 KT의 대정부 업무 인력만 60~80여명에 달한다. 매출이 10배 많은 삼성전자가 30여명 남짓한 점을 감안하면 기형적인 구조다. 이들은 ‘상전’인 통피아 주변에서 정부 통신정책을 귀동냥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게 주 업무다. 대관담당 직원들이 술 마시고 밥 사는 데 들어가는 돈은 가입자들의 통신료다.
벌써 단통법 폐지론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도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보조금 규제를 없애 시장 자율에 맡기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래봐야 단통법 시행 이전과 달라질 게 별로 없다. 시장에 밝은 5%의 ‘메뚜기족’들만 혜택을 누릴 뿐 나머지 이용자는 언제나 찬밥 신세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지금의 담합구조가 적폐의 원인이다.
호갱 논란을 없애려면 정부 규제의 틀을 손봐야 한다. 결국 통피아의 밥그릇을 깨고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하는 게 답이다. 이를 위해 제조·서비스 분리가 선행돼야 한다. 시장경제 원리에 맞게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자는 얘기다. 삼성·LG전자는 단말기를 팔고 통신 3사는 개통 업무만 전담하는 식이다. 불법 보조금 논란은 이를 뒤섞어 놓는 바람에 누가 얼마의 보조금을 태웠는지 분간이 안돼 생긴 현상이다. 이런 다음 보조금 규제를 허물어야 한다. 삼성이 단말기를 팔기 위해 얼마의 보조금을 지급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그들의 선택이다. 정부가 간섭할 일도 아니다. 대신 이통사들은 단말기 판매에서 손을 떼고 서비스·요금 경쟁으로 가입자를 끌어들이면 된다. SK텔레콤이 반값 요금제를 내놨다는 소식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 아닌가. 그래야 가계의 통신비 부담도 줄어든다. 소비자를 위한다며 규제 권한만 강화하려는 통피아의 사탕발림이 계속되는 한 통신비 인하는 요원한 얘기다.
<박문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