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52년 만에 복수노조 설립, 민주노총 가입
노조간부 선출하고 지회 설립 선포...“민주노조로!”
노동자 집단 돌연사 사건과 연이은 산업재해, 부당 해고와 징계 등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한국타이어에 복수노조가 설립됐다.
1962년 노조가 설립된 이후 줄곧 한국노총 소속 한국타이어노조 조합원이었던 일부가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과 노조의 비민주성 등을 문제 삼아 따로 노조를 설립해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로 가입했다.
전국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한국타이어지회는 27일 오후 6시 민주노총 대전본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토론과 찬반투표를 통해 노조 간부를 선출한 뒤 지회 규칙을 품에 안았다. 조합원들의 우렁찬 박수와 환호소리, 머리가 희끗한 늙은 노동자가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은 그동안 복수노조 설립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열망을 대변하는 듯했다.
이날 당선된 한국타이어 양장훈 지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타이어 입사 25년 동안 어려움과 서러움이 많았다”면서 “회사와 한국노총 한국타이어노조는 52년 무분규를 자랑했지만 노동자의 의사와 상관없는 일방적 전출, 강압적 노무관리, 열악한 작업환경 등으로 우리를 벼랑으로 몰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타이어는 주변 제조업 정규직 공장과 비교해봤을 때 1년 임금이 2천~3천만 원가량 적을 뿐만 아니라 4조3교대제로 야간 노동에 시달리고 쉴 새 없이 일한다”고 근무 환경을 전했다.
또한 “기존 노조의 비민주적 활동과 회사의 노조 활동 개입, 공장에서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어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가 상당했다”면서 “회사에 맞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노조를 보면서 참담했다”고 밝혔다.
복수노조 설립에 따라 회사의 탄압이 우려스럽지만, ‘단결과 연대’로 이겨나가겠다고 양 지회장은 말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회사의 복수노조 설립 방해 공작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회사가 설립총회와 노조 출범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한다는 연락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 지회장은 “이제라도 민주노조가 설립된 만큼 조합원의 입장에 서서 민주노조를 안정화 시키고 조직 확대에 최선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창립총회와 더불어 이날 오후 7시부터 한국타이어지회 선포식이 열렸다. 영상상영, 민중의례, 대회사 및 투쟁사, 노래공연 등 순으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금속노조 남문우 수석부위원장은 선포식에서 “52년 어용노조의 굴레를 뚫고 당당하게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를 건설한 조합원들이 자랑스럽다”면서 “진심으로 환영하고 반갑다”고 말문을 열었다.
남 수석부위원장은 “숱한 밤을 지새우며 혼신의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한국타이어지회가 건설됐다고 본다”면서 “앞으로 사측의 탄압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자주적인 노조, 충분한 소통과 민주적 운영을 통해 투쟁하는 노조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금속노조 조민제 대전충북지부장은 “우리는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하지 못하는 삶을 강요받았다. 민주노조 설립은 노동자의 권리를 스스로 선택하고 착취와 수탈 수준의 열악한 노동환경 소속에서 작은 희망을 만들어가는 첫 단추”라면서 “한국타이어지회 조합원들의 결단을 높이 산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타이어 대전과 금산공장에선 생산직 4천8백여 명의 정규직 노동자와 1천8백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