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회사 가면 고용보장 해줄께 단, 3년만…˝ | ||||||
계약 만료 되자마자 일방적 계약 변경…동일노동 동일임금 앞세워 임금 53%p 삭감 | ||||||
| ||||||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전직 KT직원이자 현직 KTIS·KTCS 직원들이 사측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제기한 소송이 법원에서 패소하자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논평이 학계에서 나왔다. 11일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노상헌 교수는 <노동리뷰>에서 "KT에서 자회사로 전출된 직원들에 대해 직급체계를 없애고 최저임금 정도로 임금을 삭감해 근로자의 자존감을 무너뜨려 사직을 강요하는 회사를 용인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는 고용사회의 신뢰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3년간 근로조건 보장…만기 직후 일방적 계약 파기 이 사건은 지난 2008년 KT가 직원 550명을 자회사로 전출 시키면서 시작된다. KT는 이들에게 구조조정 대신 케이에스콜, 코스앤씨, 한국콜센터, 티엠월드로 전출을 요구했다. 이들 상당수가 50대로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라 회사 이동은 큰 모험이었다. 이에 KT는 '전출 직원에게 분사 후 3년간 고용 보장'과 '같은 기간 KT 급여의 70% 수준 임금'을 약속했다. 또 '3년이 지나더라도 회사 규정에 맞춰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났을 무렵 자회사가 KTIS(케이에스콜,코스앤씨)와 KTCS(한국콜센터, 티엠월드)로 통합되면서 이들이 맡았던 VOC(Voice of Customers) 업무는 모두 본사로 회수됐고 대신 20~30대가 맡아 하던 콜센터 상담일을 떠안게 됐다.
3년의 약속시간이 끝날 무렵인 2011년 6월, KT는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파기한 뒤 KTIS와 KTCS에 지시를 내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주장을 앞세워 임금을 절반 이상 삭감했다. 근로조건 악화와 임금 삭감 등을 통해 제발로 나가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재계약 당시 이들의 임금 수준은 KT의 약속과 달리 평균 46%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이를 견디지 못한 KTCS 소속 노동자 한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대부분이 회사를 그만둬 지난 9월 기준 26명 밖에 남지 않았다. 사건을 맡았던 민변 권영국 변호사는 "회사의 일방적 조치로 직급을 강등하고,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 삭감을 강행하는 것을 허용하게 된다면 사실상 대한민국에 정규직 근로자는 존재할 수 없게 딘다"면서 "향후 근로 관계의 불안정 등 사회 혼안과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3년간 신분보장과 그 이후 자회사 규정에 따라 계속근무가 가능하다고 약속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자회사 입사 후 보장기간이 지난 원고들의 직급을 폐지하고 보수를 감액한 것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노 교수, "법원 합리적 판단했다 보기 어려워" 이에 노 교수는 "해당 직원들이 KTIS·KTCS의 흡수합병으로 인해 취업규칙 변경에 따른 불이익이 있었는데도 법원이 동의주체 범위를 오해해 정당성을 인정해버렸다"고 말했다. 모든 근로자의 계약조건이 동일하다면 사측이 고용계약을 변경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들처럼 본사에서 별도로 계약서를 작성했다면 고용 계약 변경 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의미다. 즉, 이들이 직급과 직무내용의 변경과 임금 감액이 예정돼 있다 하더라도 합리적 예상 범위를 벗어난 업무로의 전출과 기존 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임금 삭감은 수긍할 수 없다는 것. 법리상으로 보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조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노 교수는 "변경된 근로조건 내용의 합리적·실질적 심사 없이 필요성만으로 사측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 뿐만 아니라 내용의 합리석 심사마저 미진하다"고 비판했다. KT "약속 이행했기 때문에 문제없다" 이에 KT는 논평에 대해 기업의 전체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한쪽면만 바라봤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당시 전적 직원들 대부분이 명예 퇴직 상황에 처해 있었던 가운데 계속 근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데다 3년간 처우를 보장해주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KT관계자는 "기존 직원들과 이들의 근로 조건이 현격한 차이를 보여 형평성을 맞추는 차원에서 계약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며 "만약 기존 계약을 유지했다면 위화감이 조성돼 상황이 더 나빠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사전에 보장한 3년이라는 시간을 지켜줬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