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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 조용한 칼바람 … "누구도 안심 못하는 미생 신세"

[중앙일보] 입력 2014.12.15 02:03 / 수정 2014.12.15 06:58

기업들 "일자리 안전지대가 없다"
건설·증권 100~1000명 '뭉텅이 감축'
외환위기 때보다 내상 더 클 수도


대구 범어동에 사는 김모(51)씨는 요즘 한숨으로 하루를 보낸다. 올 초 24년간 근무했던 K사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창업 대열에 뛰어든 게 화근이었다. 김씨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대구에 M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열었다. 종잣돈 3억원이 들었다. ‘월 수익률 최소 30%’라는 본사의 설명에 나름 기대도 가졌다. 하지만 요즘 하루 매출이 1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드라마에 나오는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대사를 실감합니다. 퇴직을 종용한 회사도, 프랜차이즈 본사도 원망스럽지요. 지금은 어떻게든 손해를 줄이고 (사업을) 정리하고 싶은 심정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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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터 같다는 기업에선 요즘 생기가 사라지고 있다. 대대적 사업 재편에다 조직 통폐합, 인원 감축 같은 뉴스가 쏟아지면서 샐러리맨들의 풀이 꺾였다. 김씨의 옛 동료인 이모(50) 부장은 “올 들어 숙면을 해본 적이 며칠 없다. 살아 있지만 실상은 살아 있지 못 한 ‘미생(未生)’ 신세 같다, 누구도 안심 못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안감은 매출 300대 기업의 고용 변화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본지가 300대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완성차나 자동차부품, 유통업체 정도만 빼고는 ‘일자리 안전지대’가 전혀 없다. 실적이 나빠진 건설·증권·보험업계에선 100~1000명 단위로 ‘뭉텅이 감축’이 이뤄졌다. 매출과 이익이 고공행진인 기업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최근 5년간 1만47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 1위’ 업체로 꼽혔던 LG디스플레이에서는 올 9개월 새 1000여 명이 빠져나갔다. 회사 측은 “(인력 수요가 적은) 대형 디스플레이 생산에 주력하다 보니 자연 감소는 그대로인데 신규 수요는 줄었다”고 전했다. 불과 1년 만에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난 삼성전자 등 대규모 사업 재편을 앞둔 업체를 포함하면 올해 대기업의 인원 변동 폭은 훨씬 커질 전망이다.

 최근의 ‘감원 칼바람’은 1997년 외환위기 때와 구별된다. 당시 정리해고는 대부분의 기업에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이번엔 기업별로 조용히 진행돼 ‘침묵의 저격자’ 같다. 사업 재편이나 분사, 아웃소싱 확대 등이 주요한 배경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던 KT는 올 4월 8300여 명을 명예퇴직시켰다. CJ제일제당은 제약 사업부를 분사시키면서 1200여 명이 한꺼번에 줄었다. SK네트웍스도 분사를 통해 370명을 감원했다. 삼성그룹에서 화학·방위산업 4개 계열사를 인수한 한화그룹에서도 인원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명예퇴직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직원에 대한 위로금도 많이 줄 형편이 못 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놓은 명퇴 위로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위로금 계산에 회사 부채와 이익상태를 반영하도록 하고, 잔여임기 인정한도 역시 최대 10년까지만 인정하도록 했다. 경총 관계자는 “기업 실적이 악화하면서 촉발된 구조조정이어서 기업이 과거처럼 수억원대의 위로금을 줄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건국대 이장희(경영학) 교수는 “상대적 좌절감이 더 크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면에서 최근의 구조조정은 외환위기 때보다 내상이 더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 세계도 마찬가지다. 인화의 기업문화로 유명한 GS칼텍스조차 지난 5월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해 임원 9명(15%)을 내보냈다. 퇴직 임원이 급증하면서 ‘이직 시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삼성 같은 대기업 임원 출신에서 중견·중소기업으로 이동하는 공급이 늘면서 연봉 등 처우가 낮아진 것이다. 헤드헌팅업체인 유앤파트너스의 유순신 대표는 “품귀 현상을 빚던 해외 법인장은 이제 공급이 넘친다”며 “보통 2억~4억원인 전직 삼성그룹 상무·전무급 연봉도 상당히 줄었다”고 말했다.

 해법을 고민해야 할 재계 리더들의 발이 묶여 있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는 더 심각하다. 이달 초 열린 한·일 재계회의 환영 만찬은 극과 극인 두 나라 재계 상황을 속살까지 보여줬다. 일본 게이단렌 회장단은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일본 도레이 회장을 포함해 전원이 참석했다. 회장단 외에도 ‘참가 신청’한 일본 기업들이 줄을 이었다는 후문이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참석 가능한 10대 그룹 회장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딜로이트컨설팅 김경준 대표는 “재계가 방어적인 경영에 머물러 있으면 미래 성장 사업을 찾지 못해 축소형 구조조정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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