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T, 황창규 회장 ‘수상한 거래’…포착<종합>
‘황의 법칙’ 신화의 주역, 자신이 ‘발주’하고 자신이 ‘수주’ 받고?
견재수기자 (ceo0529@kjtimes.com) 2014.12.18 21:58:28
[kjtimes=견재수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수상한 거래로 구설수에 올랐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주한 노후 전산장비 교체 사업에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KT를 우선현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공정성 논란에 단초를 제공하면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KTOA의 회장이기도 한 황 회장이 이번 사업 입찰로 인해 여러모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는 반응이다. 자신이 발주를 내리고 자신이 수주를 받은 꼴이 됐다는 점을 들어서다.
물론 해당 입찰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KTOA가 공정한 심사와 평가를 내려 업무 수행능력이 있음에도 KT가 회장사라는 이유 때문에 경쟁 입찰에서 배제되는 것은 이른바 ‘역차별’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KT컨소시엄과 경쟁을 펼친 H컨소시엄 측은 여전히 이번 입찰 참여업체에 대한 심사 평가 기준이 과연 공정했는지 여부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입찰은 11월 25일 공고, 12월 5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또 나흘 뒤인 9일 입찰 제안서를 낸 KT컨소시엄과 H컨소시엄 양쪽 관계자들이 KTOA에서 사업 수주를 위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우선협상대상자 확정은 다음날인 10일 바로 이뤄졌다.
그런데 H컨소시엄 관계자들은 이번 입찰이 공개경쟁 입찰임에도 자신들과 경쟁하게 될 업체가 어딘지 전혀 알지 못하다가 지난 9일 발주사인 KTOA를 찾아가 제안서 프리젠테이션을 실시하기 바로 적전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H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단 2개 컨소시엄이 입찰 경쟁을 하는데 상대가 KT 였다면 당연히 이번 입찰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발주사의 수장이 황 회장이고 회장의 회사인 KT가 수주 경쟁에 뛰어 들었는데 어떤 바보가 경쟁을 하겠다고 입찰 제안서를 넣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발주사인 KTOA가 우리 측에 입찰 제안서를 접수하라고 대표 격인 H사에 며칠 전부터 수차례 전화한 것으로 안다”면서 ”회장사와 입찰 경쟁을 하는 바보가 어디 있냐는 동종 업계의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부분 중소IT업체들이 모여 있어 이번 입찰에 사활을 거는 마음으로 수개월 동안 준비했는데 그동안 쏟은 노력과 비용이 물거품이 됐다”고 토로했다.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KT 측은 “H컨소시엄 측에서 입찰 직전까지 우리가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H컨소시엄 측의 주장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KTOA가 민간 사단법인이기 때문에 공공기관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너무 확대해석하는 감이 있는 것 같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번 입찰 결과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도 설왕설래 하는 분위기다. 특히 회장사의 수주 결과를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심사 평가 점수를 공개해야 공정성 논란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KTOA 관계자는 “H컨소시엄 측의 책임자 격인 H사가 원한다면 보여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외 컨소시엄을 구성한 협력사들이 공개를 요구한다면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곳에 공개를 하면 다른 곳도 보여 달라고 요구할 것 같아서라는 다소 애매한 이유를 들었다.
심사 기준에 대해서도 KTOA 관계자는 “KT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에는 우선적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 있었다”며 “발주하는 입장에서 가격이 낮은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당연한 것”고 설명했다.
그러나 H컨소시엄 관계자는 “KT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이유 중 하나가 KT의 입찰 단가가 낮아서라는 얘길 우리도 들었지만 순간 웃음이 났다”며 “이번 입찰에서 가격적인 부분은 입찰 경쟁에서 큰 변별력이 없다는 걸 알만 한 사람은 다 안다”고 KTOA 측의 설명을 일축했다.
이어 “우리의 기술점수가 KT보다 낮다고 하면 굴지의 KT니까 당연히 우리보다 높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가격’을 입찰 결과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업의 규모가 얼마로 책정돼 있던 본 계약 시 현실적인 상황에 맞춰 처음 정한 사업비보다 더 늘거나 또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H컨소시엄 관계자의 주장에 더 무게를 둘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 시각이다.
H컨소시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처음에는 KT가 부정당업체라는 사실을 모르고 KTOA 측에서 모르고 있었다는 얘길 들었다”며 “KT가 참여한 것은 도의적으로 애매한 게 사실이고 공공사업 부정당업자인 만큼 다시 한 번 내부 검토를 하겠다”는 말을 KTOA 관계자가 직접 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버지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에 피붙이 아들과 생판 모르는 사람이 입사 시험을 보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황의 법칙’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존경받는 분인데 자신이 발주하고 자신이 수주하는 작금의 상황을 우리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