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10억장 다 어디갔을까
경향신문 이윤주 기자 입력2015.01.18 18:49기사 내용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이 지난해말 10억4000만장으로, 국민 1인당 보유 장수가 20장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에 공급된 화폐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풀렸지만 그 이후로는 종적을 감추고 있어 5만원권이 지하경제의 몸집 불리는데 쓰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5만원권의 시중 발행 잔액은 52조34억원으로 1년새 11조3222억원이 늘었다. 잔액 기준으로는 발행 첫 해인 2009년말 9조9230억원을 기록한 뒤 2010년 18조9962억원, 2011년 25조9603억원, 2012년 32조7665억원, 2013년 40조6812억원 등으로 규모가 커졌다.
기념주화를 제외하고 시중에 풀린 전체 화폐중 5만원권의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발행 첫해인 2009년 26.6%에서 지난해 말 69.5%에 달할 정도로 급증한 것이다. 장수로 환산하면 10억4000만장으로 국민 1인당 20.6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환수율은 현저히 낮다. 특정 기간 중 발행액 대비 환수액 비율인 5만원권 환수율은 지난해말 기준 29.7%에 그쳤다. 한국은행 금고를 빠져나간 5만원권이 100장이라면 금고로 되돌아온 5만원권은 30장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5만원권의 연도별 환수율은 발행 첫해인 2009년 7.3%에 그쳤지만 2010년 41.4%, 2011년 59.7%, 2012년 61.7%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2013년 48.6%로 뚝 떨어졌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조하면서 오히려 탈세 등 지하경제 수요가 늘어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정확한 원인 분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경향이 강화되고 화폐 보유성향이 높아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금리기조, 낮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현금선호 경향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11월말부터 시행된 개정 금융실명제법의 영향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차명 금융계좌를 금지하고 형사 처벌 등 제재를 강화하자 차명계좌를 보유하던 자산가들이 계좌를 해지하고 5만원권 등 현금으로 일부 자산 구조를 바꿨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금융실명제를 전후로 물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지점에 원하는 만큼의 5만원권을 다 공급하지 못하다 보니 자동화기기에 5만원권을 충분히 넣어두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똘채나 윤모네 집에도 꽤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