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일하는 곳은 '창조적 일자리'입니까
창조경제가 모호하다지만 이럴 때 대략 느낌이 온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국민 누구나 경제·사회적 가치 창출의 주체가 돼 지속적인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는 경제 패러다임.
창조경제는 신시장을 만들고 수출로 성장률을 끌어올린다. 물론 한낱 빨래건조대가 정보기술(IT) 융합을 지향하는 한국형 창조경제의 대표 모델로는 부족할지 모르겠다. 날씨를 감지하고 예측해 빨래 걷을 시간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주는 시스템이 나온다면 모르겠지만.
창조경제의 최종 목표는 일자리다. 그것도 ‘창조(적) 일자리’다. 지난 13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창조 일자리 변화 추이 분석’을 살펴봤다. 창조 일자리는 ‘창의적 산출물을 통해 경제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직업군과 일자리’로 규정됐다. 이경선 부연구위원은 “과거 영국에선 문화콘텐츠, 지식재산권 산업 등 특정 산업군을 창조 일자리로 삼았지만 요즘은 다르다”며 “한국형 창조경제는 모든 산업의 창조산업화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창조 일자리는 산업의 경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높은 점수를 받은 55개 업종(창조역량 1~2유형)이 창조 일자리로 분류됐다. 사진가 디자이너 기자 작가 등 콘텐츠 관련직이 일단 포함됐다. 의회의원이나 기업 임원 등 자율성이 중요한 직종도 들어간다. 유치원 교사, 영양사, 영업 종사자, 경찰소방 종사자 등도 눈에 띈다.
소득 수준이나 사회적 지위는 별개인 모양이다. 약사 한약사는 자동차 운전원, 배달원 등과 함께 창조역량 1~6유형 가운데 아랫단인 4유형에 속했다. 위험할 수도 있는 창의력 대신 정확도와 질서가 중요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직접 약재를 캐고 약을 만들던 몇백년 전의 약사는 창조 일자리에 포함됐을 수도 있다.
기자도 그렇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로봇이 기사 작성을 대신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한다. 그때면 기사를 쓰는 일도 더 이상 창조적 역량이 아니다. 기계가 대체한 다른 저부가가치 직종처럼 기자들도 실업에 몰릴 것이다. 기술 발전이 불러오는 불평등의 단상이다.
이를 피하려면 더 높은 창조적 역량을 발휘하거나 변신해야 한다. 하지만 빨래건조 시스템에 대한 남다른 관심으로 창업한다고 한들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려운 문제다. 이미 수백개의 제품을 만든 사람들이 남다르게 차별화를 시도했을 터. 더 이상의 혁신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한국이 1인당 부가가치를 높이는 창조경제를 무시하긴 어렵다.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최근 산업계의 주목을 받는 사물인터넷(IoT)도 그렇지만, 현재 위치와 앞으로 가야 할 길의 간격을 부지런히 좁히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