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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올해 적어도 23만~24만여원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로 했다. 노동 현장에 일종의 가이드라인 구실을 하는 양대 노총의 요구안이 제시돼 올해 임금 협상의 서막이 올랐다. 앞서 삼성전자가 올해 임금 동결을 선언하는 등 재계도 비용 줄이기에 나서고 있어 노사 간의 치열한 샅바 싸움이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3일 올해 가맹 조직의 임금 인상 요구안을 23만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노총은 이달 초 24만5870원(7.8%)을 제시했다. 이들 양대 총연맹의 임금 인상 요구안은 가맹단체들에 직접적인 강제력을 발휘하진 않으나, 올해치 임금 협상을 앞둔 각 산별노조와 개별 기업노조에 일종의 지침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양대 노총이 23만~24만여원 정액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데에는, 저성장 기조의 탈출구를 소득주도 성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깔렸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데는 기업이 막대한 이윤을 축적하는 동안 노동자의 실질임금 인상률은 사실상 0%대에 머무는 등 극단적인 소득 불평등이 원인이 됐다. 노동자 임금의 전반적인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으로 노동자와 서민을 살려야 한국 경제도 살릴 수 있다”고 짚었다.

양대 노총은 제시 금액을 두고 최소치라고 설명한다. 23만~24만여원을 올리더라도 노동자들이 생계를 꾸리는 데 필요한 표준생계비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다. 양대 노총은 인상 요구안 마련을 위해 가맹 조합원의 표준생계비를 조사했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평균 가구 규모는 3.64인이고 이에 해당하는 인원이 의식주와 통신·교육 등에 꼭 써야 하는 표준생계비를 조사해보니 555만여원이었다. 반면 조합원의 평균임금은 394만여원이어서, 표준생계비에 160만여원이 부족하다. 정액 급여 인상에 따른 각종 수당 인상분까지 고려하면 고정급을 114만여원 올려야 하지만,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소득분배개선치 등을 고려한 인상률 8.2%를 적용하면 23만원이 나온다는 게 민주노총 설명이다.

여기서 양대 노총이 인상률이 아닌 인상액을 제시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허윤정 한국노총 정책부장은 “동일 비율로 올리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달에 200만원을 받는 비정규직의 8%는 16만원이지만, 400만원을 받는 정규직의 8%는 32만원으로 인상 금액은 두 배 차이가 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을 보면, 지난해 8월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의 49.9%에 머물렀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민주노총은 아예 23만원을 요구안으로 제시하고 한국노총도 정규직은 7.8%를 인상하더라도 비정규직은 24만5870원이라는 정액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양대 노총의 요구안에 대한 재계의 반응은 차갑다. 한 분기에 5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는 삼성전자마저 올해 초 임금 동결을 선언하는 등, 재계는 경제 상황이 나빠지리란 예측을 앞세운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홍보기획본부장은 “경제 여건도 안 좋은데 23만~24만원은 너무 큰 액수다. 특히 중소 영세기업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2.3% 인상안을 낸 경총은 이르면 이번주 안에 자체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이달 안에 마무리하려 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4월 총파업을, 한국노총은 5월 대정부 투쟁 계획을 가다듬고 있는데다 6월엔 내년치 최저임금 결정을 해야 해 양대 노총의 임금인상 요구안은 계속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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