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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CEO ‘황당한 고액 보수’

한겨레신문 2015.04.03 06:35 조회 수 : 3148

대기업 CEO ‘황당한 고액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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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당기순손실 기록한 기업의 총수들 보수 현황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동부그룹의 김준기 회장은 지난해 동부제철과 동부메탈에서 각각 10억3천만원과 12억1천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동부제철은 지난해 1조3천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동부메탈도 747억원의 적자를 냈다.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동국제강의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사장은 지난해 각각 14억2천만원과 11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동국제강 역시 지난해 2298억원의 적자를 냈다.

<한겨레>가 상장사들이 제출한 2014 사업연도 사업보고서를 2일 분석한 결과, 경영실패로 대규모 적자를 면치못한 대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이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대의 고액 보수(일부 퇴직금 포함)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이 2054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26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도 4635억원의 적자를 낸 한진해운에서 퇴직금 52억원을 포함해 57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또 19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유수홀딩스에서도 12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최 회장은 경영실패로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한진에 넘겼다.

유동성 위기로 구조조정 중인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로지스틱스에서 각각 11억원과 6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두 회사는 지난해 각각 2207억원과 53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재벌닷컴은 지난해 경영 실패나 실적 악화로 대규모 적자를 낸 기업에서 5억원 이상 고액 보수를 받은 최고경영자(CEO)급 경영진이 119명이라고 밝혔다.

‘100억대 비자금 조성 혐의’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은 14억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은
비상근 회사서 더 많은 연봉

심지어 회사 부실이 심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거나 희망퇴직과 명예퇴직 방식으로 수천명, 수백명의 직원들을 반강제로 내보낸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도 거액의 보수를 챙겼다. 두산중공업의 박지원 부회장은 지난해 17억6천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483억원의 적자를 냈다. 회사는 실적부진을 이유로 지난해말 250여명의 직원을 희망퇴직 형식으로 내보냈다. 지난해 상반기 8300여명의 직원을 명예퇴직으로 내보낸 케이티의 황창규 회장도 5억원을 받았다. 케이티는 지난해 1조141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조선경기 악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이재성 전 회장은 퇴직금 24억3천만원을 포함해 총 37억원을 받았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사무직 1500여명을 명예퇴직으로 내보냈다.

비상근하는 회사에서 상근 회사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상식 밖의 사례도 있다. 코오롱그룹의 이웅열 회장은 ㈜코오롱 등 5개 계열사에서 45억6천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 회장은 그룹 주력사이자, 상근 회장직을 맡고 있는 ㈜코오롱에서는 7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비상근인 코오롱생명과학으로부터는 30% 많은 9억원을 받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매출이 1306억원으로 ㈜코오롱의 3%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회사다. 이 회장은 역시 비상근인 코오롱글로벌으로부터도 ㈜코오롱과 똑같은 7억원을 받았다. 재벌총수가 규모가 작고 비상근으로 일하는 회사에서 규모가 크고 상근으로 일하는 회사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은 상식 밖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개혁연대의 강정민 연구원은 “하는 일이 적은 비상근 보수가 상근보다 훨씬 많거나 같은 것은 회사의 보수규정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코오롱은 “임원보수 규정에는 상근, 비상근 구분이 없다”고 해명했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14억7천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 중 퇴직금 6억7천만원을 뺀 근로소득은 약 8억원이다. 조씨는 2013년에는 보수총액이 5억원에 미달해 공개대상에서 빠졌는데, 회사쪽은 3억2천만원이라고 밝혔다. 조씨는 2013년과 2014년에 직급과 업무에 변화가 없었는데, 급여는 150% 늘었다. 대한항공은 “근로소득 8억원 중에는 사실상 퇴직금인 3억4천만원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을 감안해도 조씨의 보수는 43% 늘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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