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투자 못해”…‘재계 11위’ kt 모기업의 불편한 진실
타 구단 “만약 성사됐다면 kt에 큰 도움”
황창규 회장 취임후 ‘투자 약속’ 물거품
제10구단 kt가 핵심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트레이드 기회를 잡고도 현금 3억원 집행을 망설여 무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일반인에게 3억원은 큰 돈이지만, 야구단 운영에선 주전 선수 한 명의 연봉으로 계산할 수 있는 액수다. 그러나 스포츠동아 취재 결과 kt는 3억원의 현금 지급을 거부하며 알짜 트레이드 기회를 놓쳤다.
kt는 20일 LG와 1대2 트레이드에 합의하기 이전 A구단과 선수 교환에 대해 매우 깊이 있는 의논을 했고, 합의 직전까지 갔다. A구단은 주전 경쟁에서 밀린 백업 야수 2명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kt에 유망주 투수 1명과 트레이드를 제안했다. kt는 ‘트레이드 불가 핵심 유망주’라고 답했다. A구단은 다른 팀도 아닌 신생팀과의 트레이드이기에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단,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른 젊은 투수 한 명에 현금 3억원으로 수정 제안을 했다. 그러나 kt는 최종적으로 ‘현금 지급은 어렵다’고 답해 무산됐다.
kt와 A구단의 트레이드 불발은 현장에서 받아들이기에는 매우 비상식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타 구단들도 관심을 보였고,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현금으로 조건이 수정되자, kt 실무진이 매우 기뻐했고 코칭스태프도 크게 반겼다고 들었다. 그러나 최종 결제 과정에서 무산됐다. 협상을 주고받았던 양측 실무자 모두 당황했다”며 “현장 코칭스태프의 실망이 매우 컸다”고 귀띔했다.
kt의 모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15년 4월 발표한 재계순위(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11위(공기업 제외)의 대그룹이다. 그러나 지난해 4월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대규모 명예퇴직을 통한 감원, 계열사 매각 등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1년여 만에 계열사는 56개에서 49개로 줄었다. 이석채 전 회장 시절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던 kt 위즈에 대한 그룹 내 시선도 달라졌다. 내실 있는 투자도 있었지만, 외국인선수 선발과 외부 FA(프리에이전트) 영입 등에서 대규모 자금 투입은 없었다.
kt 구단 관계자는 “현금은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최종 결정 과정에서 무산됐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kt는 선수단 지원 등에선 타 구단에 버금가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모기업의 영향으로 적극적 투자를 망설이면서 좋은 기회를 날렸고, 현장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