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자가 받은 징계, 대법원 등에서 잇따라 부당하다고 결정
동구마케팅고 비리제보 안종훈, KT전화투표 부정제보 이해관, 보호관찰소 인권침해 제보 배현봉씨를 보호하는 판결 등 이어져
공익제보자 제대로 보호하기 위한 법개정도 시급해
공익제보를 이유로 부당한 조치를 당한 제보자를 구제하는 결정이 잇따라 나왔다. 지난 4월 23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동구마케팅고의 비리사실을 제보한 안종훈 교사에 대한 두 번째 파면조치에 대해 취소결정을 내렸고, 23일에는 대법원에서 KT의 전화투표 부정의혹을 제보한 이해관 전 KT새노조위원장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고 확인했다. 같은 날, 법무부 보호관찰소(소년원) 인권침해 실태를 제보한 배현봉 전 법무부 직원의 해임사유에 대해 무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들이 받은 징계나 인사조치가 모두 제보로 인한 보복성 행위였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결정)은 제보를 빌미로 불이익을 주는 부당한 행태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징계의 부당성을 알리는 의견서를 법원과 교원소청심사위원, 권익위에 제출하는 등 이들 제보자에 대한 지원활동을 해왔던 만큼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 이번 결정의 취지를 받아들여 학교와 KT, 법무부는 추가 보복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또한 이들 사건에서도 드러나듯 부당한 처분에 대한 사법·행정기관의 구제를 받기까지 최소 2~3년이 소요되었고, 그 동안 이들 제보자들은 경제적 정신적 피해에 노출되고 있는 만큼 국회는 서둘러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제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안종훈 교사는 지난 2012년 4월 학교의 회계비리 사실을 교육청에 알린 후 학교로부터 지난 2014년 8월 파면처분을 받았으나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파면처분 결정으로 지난해 12월 복직되었다. 그러나 학교는 2015년 1월 안 교사를 다시 파면처분 했다. 이에 대해 지난 4월 23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1차 파면 때와 마찬가지로 학교 측의 파면처분이 정당한 근거 없이 무리하게 이뤄졌다며 파면처분 취소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해관 전 KT새노조위원장은 2011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를 주관한 KT가 해외전화망 접속 없이 국내전화망 안에서 신호처리를 종료하고도 소비자들에게는 국제전화요금을 청구했다는 의혹을 2012년 언론과 권익위에 신고했다. 제보 이후 KT는 이 전 위원장에게 2월 정직처분과 무연고지인 가평 지사로 전보조치를 내렸다. 이번 판결은 이 전 위원장이 2012년 5월 부당정직 및 부당전보에 대해 구제 신청한 것에 따른 것으로, 2014년 10월 고등법원이 KT의 징계 및 전보가 부당하다고 판결한 것을 대법원이 최종 확정한 것이다. 정직 및 전보조치 외에, KT가 추가로 제보자에게 해임처분(2012.12.31)한 것에 대해서는 권익위가 부당하다며 복직을 결정했으나 KT가 이에 불복해 현재까지 행정소송이 진행중이다.
배현봉 법무부 보호관찰사는 보호관찰소에서 벌어진 구타와 집단폭행 행위 등 인권침해 행위를 2011년 언론사에 제보했다. 그 후 법무부는 공익제보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배씨를 허위공문서 작성 등을 이유로 기소하고 해임했다. 하지만 법원은 2014년 6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고 올해 4월 23일 대법원은 이를 최종 확정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 및 부패방지법에 따르면 공익신고자에게 신고에 따른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법의 허점으로 공익제보자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안종훈 교사의 경우에는 공익신고자로 인정되지 않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과 부패방지법에서는 안 교사의 제보처럼 사립학교법 위반 또는 회계부정에 따른 업무상 횡령 등은 공익침해 행위로 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관 전 위원장은 권익위로부터 보호조치 결정을 받았음에도 제보로 인한 부당한 조치를 그대로 감수해야 했다. 불이익조치자가 보호조치결정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최종 판결을 통해 보호조치결정 처분이 확정될 때까지 보호조치가 이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전 위원장은 보호조치 결정이 난 후 현재까지 3년 가까이 소송에 대응하면서 보호조치도 받지 못 했을 뿐더러, 극심한 경제적·심리적 고통까지 겪어야 했다. 배현봉 보호관찰사 역시 막대한 소송비용과 생활비 등으로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따라서 ‘공익제보자 보호’라는 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현행법이 조속히 개정되어야 한다. 참여연대는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공익침해행위 인정범위 확대 △대리신고 및 익명신고 허용 △보호조치 이행강제금 규정 △공익신고자에 대한 전직 및 재취업 지원 등의 내용을 포함한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 청원안을 2013년 12월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공익제보자 보호조치 강화의 필요성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국회는 공익신고자보호법과 부패방지법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