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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은 짧고, 고통은 길다" – 이해관 전 KT새노조 위원장 인터뷰



2011년, 이해관 당시 KT새노조 위원장은 뉴세븐원더스의 말장난에 대통령까지 놀아난 ‘세계 7대 경관’ 국제전화 투표 사기극을 고발했습니다. 제주도를 세계 7대 경관으로 만들려는 소박한 마음으로 국민들은 ‘001-1588-7715’을 꾹꾹 누르며 음성은 180원, 문자는 150원을 내고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KT 전화는 국제전화가 아니었습니다. 거짓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국제전화 사기극에서 KT 임직원 중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KT는 고작 350만 원의 과태료만 냈을 뿐입니다.  이렇게 사건은 끝났습니다.

이해관


아, 아닙니다. 사건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해관 전 KT새노조 위원장은 KT의 기만을 고발했지만, KT의 대답은 ‘해고’였습니다. 3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겨우 얼마 전에야 행정소송 1심이 끝났습니다. 결과는 이 전 위원장을 해고한 KT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것.

이해관 참여연대

 

사필귀정이라고요? 하지만 과연 그렇습니까?

여전히 이 위원장은 복직하지 못했습니다. KT는 행정법원 결정에 불복해 즉각 항소했습니다. 국민 기만한 사건에선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지만, 그 기만극을 고발한 공익제보자는 해고로 지금 이 순간에도 해고자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2015년 5월, 대한민국의 현실은 바로 그렇습니다.

이해관 전 KT새노조 위원장에게 그 비정하리만큼 차가운 현실에 관해 물었습니다.

  • 일시: 2015년 5월 26일 오전
  • 인터뷰이: 이해관 전 KT새노조 위원장 ㅣ 인터뷰어: 민노씨

– 자기소개


KT 새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이해관이다. KT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당했고, 최근 행정소송(1심)에서 이 해고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정의? 공익 제보? 원천봉쇄하는 사회

이해관 전 KT새노조 위원장

이해관 전 KT새노조 위원장


– 최근(2015년 5월 14일) 해고는 부당하다는 행정법원 결정이 있었다.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국제전화 사기사건을 폭로하고 나서 2012년에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 3월에 징계당했고,
  • 5월에는 가평으로 전보됐으며,
  • 12월에는 해고당했다.

즉, 징계, 전보, 해고 각각에 대해 총 3건의 재판이 있었던 셈이다. 먼저 있었던 징계와 전보에 대해선 KT의 징계와 전보 처분이 부당하다는 최종 판결(대법원)을 받았지만, 가장 나중에 일어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건인 해고에 대해선 이제야 행정법원 1심을 통해 KT의 해고조치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 KT는 이번 법원 결정에 승복했나. 

아니다. 이미 오래전에 해고에 대해선 국가권익위원회가 원상회복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KT가 불복해 행정소송이 진행된 것이다. 이번 행정소송 결과 역시 해고가 부당하다는 것이지만, KT는 이에 불복하고, 항소한 상태다.


– KT의 가짜 국제전화로 KT는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는데. 

말도 안 된다. 정말 골 때린다.

공정위는 KT의 사기죄에 대해 무혐의로 판정했다. 180원으로 받겠다고 표시하고, 180원을 받았으니 표시광고법 위반이 아니라는 거다. 그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국민들은 국제전화인 줄 알고, 180원 정도는 받아야지 하고 투표했다. 그렇게 국민을 속였는데, 실정법 위반이 아니란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참여연대 등이 KT를 사기죄 고발했지만,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단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부당이득이 생겨야 하는데, KT는 기만적인 국제전화 투표를 통해 얻은 이익금을 제주행정자치도에 기부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무혐의로 처분했다.

방통위는 어떤가. 방통위는 전기사업기본법 번호관리 세칙위반으로 겨우 350만 원의 과태료 물은 게 전부다.


– 미흡하다는 판단인가. 

이게 무슨 처벌이야.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사과도 안 하고, 반성도 안 하고. 최근 행정법원에서도 명백한 보복해고라고 했는데, KT의 누구도 나에게 사과하지 않는다. 나 개인에 대한 보복 이전에 국민에 대한 우롱이다.  이런 식으로 국가기관이 힘 있는 회사를 봐주니까 세월호 같은 사건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 돈 있고, 힘 있으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으니까. 괜히 양심선언 해봤자 자신만 손해니까. 그렇게 침묵하고, 과적하고, 불법개조하고… 그렇게 생긴 사건이 세월호 아니냔 말이다.


– 지난 3년 넘게 3건의 소송을 진행했고, 또 진행 중이다. 

3건의 소송으로 3년을 넘게 시달리고 있다. 해고가 가장 큰 건인데, 이제 막 1심이 끝났다. 말로 다할 수 없이 심신이 피폐해진다. 여전히 실효적인 구제, 보호조치가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


– 그렇다. 이제 1심 끝났다. 

공익제보자들 사이에 이런 말이 있다.

“고발은 짧고, 고통은 길다.”

실질적인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없다. 3년째 해고 생활, 회사에서는 월급 한 푼 안 나온다. 누가 견딜 수 있겠나. 누가 상식과 정의를 위해 고발할 수 있겠나. 현재의 제도와 사회 분위기는 불의를 봐도 절대 고발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의를 위한 고발과 비판을 원천봉쇄하는 사회다.


– 다른 나라는 어떤가. 

미국은 기업에 대한 내부 고발이 사실로 밝혀지면 해당 기업의 부당이득을 환수해 고발자에게 상당액을 보상한다. 그래서 내부 고발자들이 ‘로또’ 맞는 것처럼 횡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제도 덕분에 기업이 아무리 힘 있고, 돈 있어도 함부로 못 한다. 우리는 기업의 고위 임원들이 불법행위를 버젓이 지시하는 환경 아닌가.

휴대폰 기본요금, 이제 없앨 수 있다 

이해관 전 KT새노조 위원장

이해관 전 KT새노조 위원장


– 요즘 근황은. 

통신 공공성 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KT 전직 임직원과 함께 포럼에 참여한다. 요즘은 주로 통신비 인하를 위한 논의를 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회사는 관뒀지만, 따로 취업하기도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놀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뭐라도 사회에 기여할 게 없을까 해서 포럼을 만들었다. 연구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통신비 인하를 위해 각자의 체험과 지혜를 모으고 있다.


– 최근 데이터 선택 요금제가 화제다. 

그 자체로는 요금 인하 방안이 아니다. 소비자의 선택권은 넓어졌다는 의미는 있다. 음성, 데이터, 문자 중 이제 데이터 중심으로 이용 패턴이 이동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졌다는 의미가 있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요금 인하 효과는 미미하다. 왜냐하면 이제 음성과 문자 대신 데이터가 중요해진 시대니까.

– 국내 통신요금의 문제는 뭐라고 보나. 

두 가지다.

첫째,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된다. 맨날 똑같은 요금이 거의 담합에 가까운 방식으로 책정된다. 다 비슷비슷하다. 최근의 데이터 요금제는 이 점에선 진일보한 의미가 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데이터 중심 이용 패턴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 따라서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대다수 소비자에게는 큰 요금 절감 효과가 없다.

둘째, 통신사가 돈을 벌어도 너무 번다. 조 단위로 버는데, 수출산업도 아니고, 내수산업이다. 바꿔 말하면, 국민들 호주머니 털어서 잇속을 챙긴다. 이런 폭리구조를 아직 누구도 손조차 대지 못한다. 


– 개선책은? 

기본요금을 없애면 된다. 정의당, 새정치민주연합뿐만 아니다. 기본요금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기본법 개정안은 새누리당에서도 올린 법안이다. 전기통신기본법상 요금청구 항목에서 기본료를 폐지하면 된다.


– 기본요금, 왜 없애야 하나. 

통신산업은 알다시피 대규모 장치산업이다. 그래서 어마어마한 초기 투자비가 들어간다. 그래서 법을 통해서 이 초기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취지로 마련한 게 ‘기본요금’이다. 하지만 이미 초기 투자 자본은 회수한 지 오래다. 인프라는 이제 깔렸다. 최초로 망을 구축하는 것과 그 망을 고도화하는 것은 그 투자 비용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간단히 말하자. 이제 통신 3사가 기본요금을 받아야 하는 합리적 근거가 완전히 사라졌다. 


– 이제 통신기기와 서비스는 생필품이다. 

고속도로가 있고, 국도가 있다. 고속도로는 이용료를 내지만, 국도는 좁고 불편한 대신 이용료를 내지 않는다. 데이터 통신은 이제 민노씨 말처럼 생필품이다. 국가재난 상황도 이제는 앱으로 공지한다는 시대다. 극단적으로 데이터 초과로 이용중지를 당한다거나 어찌할 건가.  물론 재난 상황이니 이런 사용할 수 있게끔 하겠지만, 이런 상황이 바로 ‘공공성’이라는 거다. 재난은 별론으로 낯선 곳에 놀러 갔다가 갑자기 병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인데 데이터를 다 써서 찾지 못한다거나 하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는 있지 않을까?   이제 ‘데이터 접근권’을 이야기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는 최소 권리 말이다. 이제 데이터는 일종의 국도와 같다.


– 우리는 ‘인터넷 강국’ ‘인프라 세계 최고’ 이러고 있는데. 

그래서? 그래서 인터넷 강국, 인프라 세계 최고의 결과가 뭔데? 결국, 그 토대에서 만들어진 수익이 어디로 가나? 인터넷 강국의 꿀물은 통신사 수익으로 귀결한다. 그  수익이 컨텐츠 생산자의 권리나 일반 국민의 데이터 접근권을 확대해야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 그래야 박근혜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미래창조경제가 진짜 만들어질 수 있지 않겠나. 네트워크를 가진 통신사들이 공공성이 대단히 높은 통신 인프라로 사익만 추구하면, 국민 경제 발전이나 소비자 후생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 통신비 인하를 위한 가장 실현 가능성 높은 접근법은. 

앞서 이야기했듯, 기본요금 폐지다. 이미 법안으로 올라와 있기도 하고.


– 기본요금를 없앴다고 치자. 그대신 요금을 전면 개편해서 높게 받으면?

SKT는 지배적 사업자로서 요금인상을 위해서는 방통위 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함부로 높이지는 못할 것이다. 그동안 새롭게 등장한 요금 상품들은 3G나 LTE처럼 새로운 변화에 수반해서 적어도 그 기술 변화를 핑계 삼아 요금을 올렸다. 아무리 통신사들이 용가리 통뼈라도 함부로 요금을 인상하지는 못한다. 이런 기술 변화를 통한 요금 인상 외에는 모두 요금 인하를 대외적으로는 표방하고, 요금제를 내놓는다. 물론 기본료가 사라진다고 해도 꼼수는 부리겠지만, 쉽게 요금을 인상하지는 못할 것이다.


– 그럼 무엇보다 기본요금 폐지법안을 통과시켜야겠네. 

그렇다. 우상호(새정치), 심상정(정의당), 배광덕(새누리) 의원 등이 이미 기본요금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개정법안을 냈다. 가장 전향적인 건 정의당이지만, 세 의원 모두 개정안의 골자는 기본요금 폐지다.


–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어땠든 국회에서도 통신비 인하는 ‘핫 트랜드’다. 통신요금 인하는 사회적인 합의가 끝난 문제다. 국회에서도 그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 통과 여부만 남은 문제다. 물론 통과가 쉽지는 않겠지. 기본요금를 없앨 수 있는지는 이제 오직 국민의 관심과 참여에 달렸다.

사족이지만, 통신사의 로비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사족 아닌데?) 국회가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게 한두 번도 아니고, 결국 ‘통신비’와 관련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국민 여론이 만들어질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한다고 본다.


– 통신비 원가 공개를 위한 활동도 활발히 해왔는데. 

3년 전부터 주장하지만, 기업들은 ‘영업비밀’이라고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이거 제대로 공개되면 정말 골 때릴 거다.


이해관 CP


– KT의 인력 퇴출 프로그램 ‘CP’를 비판했다. CP는 현재 어떤 모습인가. 

KT는 300명을 특별 관리 대상(명예퇴직 거부자)으로 분류해 업무지원단이라는 별도 조직을 만들었다. 이들이 하는 일이 핸드폰 들고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전화가 잘 터지나 테스트하는 일을 한다. 연구원 했던 분도 있고, 한국의 인터넷 장인이라고 불렸던 기술자도 있다. 한마디로 모욕을 주려고 이런 일을 시킨다.


– 그런 하릴없는 일을 시키면서 월급을 주다니, 실업자에겐 ‘꿀 보직’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인정한다. 하지만 사람들을 내보내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던 사원에게 굴욕감을 주기 위해 연구하던 사람에게 핸드폰 들려서 동네를 떠돌아다니게 한다. 기업이 사람을 고용하는 건 그 사람의 능력에 맞는 용도로 쓴다는 것이다. 연구원에게 핸드폰 들려 내보낸 뒤에 잘 터지나 테스트하라는 건…. 개인이나 사회나 국가 모두에 문제다.


– 공감한다. 

사회의 취업난이 극심한 걸 안다. 그런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회사의 부당한 강요나 인격적인 굴욕감도 잘리지 않으려면 마땅히 견뎌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 같다.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면 자신을 비인격적으로 취급하게 되고 사회 전체가 비인간적으로 변한다. 그 점을 직시해야 한다.


– 이 전 위원장 역시 KT의 피해자로 생각하나.

물론이다. 몸이 좋지 않아 치료받겠다고 병가를 신청했는데 그걸 무시하고, 회사는 내가 ‘무단결근했다’고 처리했다. 그리고 나를 해고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없다. 회사는 그저 조직의 힘을 동원해 내 행동(공익 제보)에 보복을 가한 것이다. 법원도 KT의 해고를 의도적인 보복행위로 판단했다. 부당하고, 비인간적이다.


– 앞으로 활동 계획을 듣고 싶다. 

두 축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우선, 통신공공성포럼을 통해 통신비 인하 운동을 꾀하면서 통신비 인하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 보완책을 마련해볼 생각이다. 더불어 공익 제보자 모임을 중심으로 공익 제보자와의 연대를 확대해보고 싶다. 물론 KT새노조 활동은 기본이다. (새노조 분위기는?) 꾸준히 조합원이 들고 있다.


– 마무리 인사를 겸해 마지막 말씀 부탁. 

KT 국제 전화 사기 사건은 이석채 회장 때 일어난 일이다. 현재는 황창규 회장 체제 아닌가. 새로운 임원진이 과거와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똑같이 보복하고, 잘못을 사과하지도 않는다. 유감이다. 하루빨리 복직됐으면 좋겠다. 그게 현재로선 가장 큰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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