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수노조 차별 금지’ 긴급이행명령 당연하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어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삼성여객 등 부산지역 7개 운수업체 사용자들과 교섭대표노조인 부산지역버스노동조합에 대해 대전지방법원에 긴급이행명령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공정대표의무는 복수노조 체제에서 임금 및 단체 협상의 대표교섭권을 갖게 된 ‘교섭대표노조’나 사용자가 ‘소수노조’나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아야 할 의무를 말한다. 앞서 중노위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이들은 이행하지 않고 도리어 법원에 취소 소송을 냈다. 중노위의 긴급이행명령 신청은 이들이 몇년씩 걸리는 소송을 통해 시정명령 이행을 장기 지연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여 해당 노사에 시정명령 이행을 명령하기를 바란다.
중노위에 따르면 부산지역 7개 운수업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는 교섭대표노조원들에게만 해외연수와 복지비, 자녀학자금을 제공하는 등 소수노조인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에 대한 차별을 일삼았다. 소수노조에는 조합원 숫자가 적다는 이유로 노조 사무실조차 제공하지 않았으며, 근로시간면제한도를 배분하지 않아 법으로 보장된 조합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켰다. 사용자에게 우호적인 노조에만 각종 혜택을 제공해 비우호적인 노조에서 조합원이 탈퇴하도록 해 노조의 운영에 지배, 개입하는 교묘한 부당노동행위이기도 하다. “차별이 장기화하면 노조 운영 자체가 불가능할 우려가 있다”는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의 절박한 목소리에 공감이 간다.
노동조합법의 공정대표의무 조항은 교섭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소수노조의 권익을 최소한으로나마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조문이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중노위 집계 결과 2011년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된 이래 월 평균 12~13건의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 신청이 각급 노동위원회에 접수되고 있다.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도입되자 이를 소수노조 탄압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는 것이다. 기존 노조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앞다퉈 신규 노조 설립을 지원하고, 신규 노조를 다수로 만들어 기존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수법을 구사한다. 복수노조 도입의 폐해다. 단체교섭권이 없는 노조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노조 활동 위축은 노사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