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창규 KT 회장 |
[소비자경제신문=장휘경 기자] KT는 재벌기업이 아닌 공기업 이미지를 갖는 민영기업이다. 여전히 국민기업이란 느낌이 강하다.
다만 KT는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이라 총수가 없다 보니 대표이사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 속에서 알게 모르게 권력 핵심부의 심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역대 KT 회장들이 모두 정부에 의해 만들어졌듯, 현재 삼성전자 사장 출신의 황창규 KT 회장 역시 정부와 매우 밀착돼 있는 인물이다. 1년 넘게 KT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황 회장의 업적을 살펴보면서 그에 대해 들여다보자.
‘고급두뇌’ 황 회장, 이석채 전 회장과 다를 바 없어
황창규 KT 회장은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인재다. 황의 법칙이란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이런 이론을 만들 만큼 ‘고급두뇌’로 통하던 황 회장은 취임 당시 KT 안팎에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황 회장이 취임하고서 한 일은 8000여명의 대규모 인원 감축에 KT미디어허브 등 자회사들의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등 구조조정이었다. 지난해 황 회장은 이석채 전 회장이 앉혀놓은 임원들을 자르고 그 대신 자신의 사람들을 대신 등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은 이 전 회장의 색깔을 없앤다면서 삼성 출신의 자기 사람을 낙하산으로 자기 휘하에 앉혔다”며 “사실 황 회장 자체가 낙하산이나 다름없다. 그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최경환 새누리당 당 대표와 친한 것으로 알려져 2014년 1월 취임 당시 현 정권의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밝혔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는 와중에 황창규 KT 회장은 이석채 전 회장의 색깔 지우기에 급급해 실적이 악화되는 것을 방관했다고 볼 수 있다. KT는 지난해 엽엉손실 2918억 원이 발생해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83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이에 따른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매출액도 2013년 대비 1.6% 감소한 23조4215억 원을 기록했다.
황 회장 취임 당시였던 2013년 12월 27일 3만300원이었던 KT주가는 2년째가 된 지금도 주주들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12일 종가 기준으로 KT는 2만9200원 대에 머무르며 좀처럼 주가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황창규 회장이 이석채 전 회장이 벌려놓은 일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이 회장은 1년이 넘게 구조조정과 계열사 인수·합병 및 매각을 진행하면서 오히려 실적 악화를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계열사 매각 수익으로 1조원의 적자를 메우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비통신 계열회사인 KT렌탈을 롯데그룹에 판 데 이어, KT캐피탈도 매물로 내놨다.
업계 관계자들은 KT가 계열사 매각으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면 지난해 난 적자를 메울 것으로 예측했다. KT 관계자는 “계열사 매각 추진은 그룹 ICT 역량 강화에 집중하기 위한 방편이다”며 “그룹 핵심 경쟁력 제고와 성장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둘러댔다.
KT 측은 적자가 난 이유에 대해서는 “유선과 상품 수익 하락, 명예 퇴직 비용”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단통법으로 인해 단말기 지원금과 고객들에게 주는 혜택이 모두 매출로 잡히지 않은 것도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난해는 적자였어도 올해부터는 인건비 개선 효과가 나타나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T 직원들, 사기 잃을 대로 잃어
인원 감축으로 인한 인건비 축소는 CEO가 할 수 있는 가장 냉정하면서 손쉬운 선택이다. 이는 2009년 이석채 전 회장이 행했던 6000여명 구조조정과 같은 맥락으로서 무고한 직원이 자살하거나 돌연사하는 사건까지 발생하게 했다. 이에 대해 노동인권단체는 “단순 자살이 아니라 황창규에 의한 타살이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황 회장이 직원들을 혁신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많은 시민들이 황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졸속경영, 비인간적 경영이라고 규탄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그가 지난해 초 KT 회장에 선임됐을 때 그의 업적을 잘 쳐준 이들은 그의 활약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 동안 그는 낙하산 인사 논란, 대규모 인원 감축, 1조원 적자 등을 보여주면서 KT 안팎에 실망감을 줬다.
황 회장은 이를 만회하려는 듯 계열사 정비에 박차를 가하며 “올해부터 본게임이 시작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KT의 가입자 감소와 대량 인원 감축으로 인해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209억 원, 매출 5조4364억 원, 당기순이익은 2806억 원 등을 나타내며 기대를 해보자는 분위기도 있다. 문제는 KT 매출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유선전화와 초고속 인터넷 실적이 하향길 걸으면서 신성장 동력을 하루속히 찾아야 하는 숙제가 놓여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 초 황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부터가 본 게임이라며 신사업에 대한 포부를 밝혔었다”며 “그러나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져 뒷받침할 저력이 없는데 무슨 사업 성과를 내겠느냐”고 비관적인 시각으로 의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