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비정규직 위험지대
파견직 이유 안전관리대상서 제외
고용 불안에 감염 사실 은폐하기도
잠재적 슈퍼 전파자로 떠올라
응급실 이송요원ㆍ전산 업무 파견직, 청원경찰과 간병인, 청소원 등 대형병원에 간접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희생자이자 잠재적 슈퍼 전파자로 떠올랐다. 이들은 파견직이란 이유로 병원 안전관리대상에서 제외됐거나, 해고를 걱정해 스스로 감염 사실을 감추다 뒤늦게 격리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격리 전까지 수백명과 접촉, 대규모 감염 우려를 키우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우지영 사무장은 “환자들이 무서워한다는 이유로 청소 노동자에게 마스크를 쓰지 못하게 하는 등 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는 제대로 된 예방조치에서조차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십 명을 감염시킨 1번ㆍ14번 환자에 이어 또 다른 슈퍼 전파자로 지목된 환자는 137번ㆍ143번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병원 파견직으로 근무했고, 감염 상태에서 다수의 사람과 접촉했다는 유사점을 갖고 있다. 대전 대청병원에서 2주간 컴퓨터 파견 업무를 했던 143번 환자는 지난달 25~28일 해당 병원에 머물던 16번 환자에게서 감염됐지만 역학조사ㆍ격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규직이 아니란 이유로 관리망에서 제외된 것인데, 확진이 나오기 전까지 부산의 병원 4곳, 약국 3곳을 들리며 770여명과 접촉했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가 비정규직으로, 메르스 진원지 중 하나인 대청병원에 근무한 사실을 숨겼다고 설명했다.
메르스 2차 유행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이송요원(파견직)으로 일했던 137번 환자는 증세가 나타난 이달 2일부터 격리되기까지 9일간 환자 76명을 직접 이송하는 등 430명 이상의 사람과 접촉했다.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삼성서울병원이 의료진ㆍ직원 관리를 해왔다고 했으나 파견업체직원 등 비정규직에 대해선 관리를 소홀히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삼성서울병원 내 비정규직 2,944명 전원에 대해 감염 증상 여부를 확인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서울아산병원 청원경찰로 근무하던 92번 환자도 안내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메르스에 감염됐고, 비정규직으로 병원 관리 밖에 놓여 있는 간병인 가운데 지금까지 총 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 내 비정규직에 대한 안전관리가 여전히 허술하다는 것은 일찍부터 제기된 사안이다. 하루하루 생계를 잇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이들의 고용불안ㆍ저임금 노동과 병원의 무관심이 맞물려 이번 메르스 사태를 확산시키는 또 다른 배경이 되고 있는 셈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