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형태공시 후폭풍.."대기업이 되레 나쁜일자리 양산"
대기업 근로자 10명중 4명은 '비정규직'
조선·철강 업종, 비정규직 비중 높아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사망자 속출
【세종=뉴시스】김지은 기자 = 기업 규모가 클수록 파견·하도급·용역 등 간접고용과 단시간 고용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안정에 앞장서야 할 대기업이 되레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장 3233곳의 고용형태공시 결과를 보면 전체 근로자 459만3000명 중 사업주 소속(직접 고용) 근로자는 367만6000명(80%), 소속 외(간접 고용) 근로자는 91만8000명(20%)으로 집계됐다.
또 고용형태는 직접고용이지만 기간이 정해진 기간제 근로자는 84만2000명으로 18.3%에 달했다.
즉 전체 근로자 가운데 10명 중 4명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인 셈이다. 직접고용 근로자 중 정규직을 뜻하는 '근로계약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는 283만4000명으로 전체의 61.7%에 그쳤다.
더구나 기업규모가 클수록 간접고용 근로자의 비율이 높았다. 1000인 미만 기업은 소속외 비율이 13.4%인 반면 1000인 이상 기업은 소속외 비율이 23%에 이르렀다. 특히 조선업, 철강업 등 일부 제조업은 파견·하도급 근로자가 비율이 다른 업종보다 두드러지게 높았다. 아울러 건설업은 소속 외(44.6%)와 기간제(52.7%)의 비율이 동시에 높아 고용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처음 파악한 단시간 근로자 비율은 숙박 및 음식점업(41.8%), 교육서비스업(17.7%), 도매 및 소매업(12.2%) 등 서비스업종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형태공시제는 상시 300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가 근로자 고용형태를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로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대기업들이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사회적 장치인 셈인데 정부의 고용개선 정책이 미진한 탓에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건설업과 조선업의 산재는 작업의 특성과도 연관이 있지만 무엇보다 다단계 하도급 등 규모가 큰 비정규직의 문제가 산재발생 증가와 직결된다고 봐야 한다"며 "대표적인 조선사업장인 현대중공업에서는 최근까지 비정규직 산재사망 사건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수 업종에서 공통적으로 간접고용 비율과 기간제 비율이 반비례하다는 점은 기간제 처우개선이나 정규직화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간접고용이 악용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공장노동 등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작업이 특징인 제조업에서 간접고용 비율이 높다는 점 또한 간접고용 악용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비정상적인 고용형태의 증가에 대해 노동부는 '향후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기업의 자율적인 고용개선을 유도하겠다'는 대책이 전부"라며 "정부는 상시업무에는 정규직을 채용해야 한다는 점을 원칙적으론 인정하고 있지만 정규직화 방안은 쏙 뺀 자율개선 가이드라인에 맡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이번 공시 결과는 정부는 고용 안정에 대한 노력과 의지가 없고 대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공공행정 분야도 간접 고용이 10% 포인트 크게 증가했다"며 "현 정부의 고용 문제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이어 "임금과 복지에서 동일한 대우를 해줄 수 없기 때문에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아웃소싱을 많이 하는데 주변 업무들을 많이 할 경우 업무 위험이나 사고 대처에 미흡하기 때문에 안전이 우려된다"며 "대기업은 비정규직 제도를 악용해 산재 사망, 사고의 책임을 피하고 인건비를 절약하는 현실이 증명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