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이후 근로소득에 비해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가 완화되면서 ‘자산가’와 ‘월급쟁이’의 소득 격차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열심히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 격차보다 애초 출발점이 다르게 설정되는 자산의 격차가 커지면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남상호 연구위원이 통계청 가계금융 복지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4259인 데 비해 자산을 포함한 지니계수는 0.6014였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에서 값이 클수록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의미로 자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보다 더 심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설문에 의존하는 가계금융 복지조사의 한계 때문에 우리 사회의 실제 자산 불평등 수치는 이보다 더 높다. 동국대 김낙년 교수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상위 10%의 소득점유율은 43.9%인 데 비해 자산 점유율은 62.8%에 달한다.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은 조세 등 정부의 재분배 정책이 오히려 자산가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세수 추계를 보면 근로자의 세 부담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6년 새 근로소득세는 13조772억원에서 25조3591억원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자산소득에 대한 조세제도는 해마다 완화되고 있다.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첫 세제 개편안의 핵심은 10∼50%였던 상속·증여세율을 6∼33%로 내리는 것이었다. 국회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지만 이후도 해마다 중소기업 가업상속 공제 확대 및 완화, 1세대 1주택 상속공제 신설, 가업 상속재산 공제 확대 등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는 완화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부(富)의 이전도 활발해졌다. 2009년 2조4303억원에 불과했던 상속·증여세 수입은 지난해 4조6252억원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고, 전체 국세수입에서 두 세수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1.57%에서 2.36%로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5월 ‘소득 분배와 빈곤’ 보고서에 “지난 30년간 소득 불균형이 더 심해졌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조세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OECD는 “조세 등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한국의 정책효과는 소득 불평등을 약 9%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이는 OECD 평균(27%)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자산소득에 의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면 사회적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지니계수가 0.0172포인트 높아질 때 일반 범죄는 6300건 증가한다고 밝혔다. 갈수록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경기장’을 평탄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1일 “최근 몇 년간 상속·증여세는 유명무실해졌다”면서 “프랑스식 부유세 도입 등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려는 정부 의지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성규 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