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영세자영업자…상반기 10만7000명 급감
고용된 직원이 없는 영세자영업자가 올해 상반기 기준 397만 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만 7000명 줄었다고 통계청이 9일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근처의 폐업된 가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397만5000명으로 20년만에 최저
경기부진·메르스로 어려움 커져
경기부진·메르스로 어려움 커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경기 부진으로 폐업이 많아지면서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영세자영업자 수가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장기간의 경기 부진의 고통이 고용원 한 명도 두기 어려울 정도로 가장 취약한 부문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9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고용된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397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08만2000명)보다 10만7000명 줄었다. 이는 1995년 상반기(397만1000명)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다. 고용된 직원이 없는 영세자영업자는 1994년 이후 400만 명대(연간 기준)를 유지했으나 올해는 300만 명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진입 장벽이 낮은 도소매·음식숙박업에서 일하는 영세자영업자들은 대형할인점이나 유통 체인점에 밀리고, 영세자영업자끼리 과열 경쟁으로 점차 구조조정 되고 있는 추세다. 올 들어 메르스와 경기부진으로 매출이 떨어져 어려움이 더 커졌다. 메르스 여파는 세월호 참사보다 한층 강력했다. 지난 6월 소매판매 감소 폭(3.7%)은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지난해 4월(0.8%)의 4.6배 수준이었다.
일반 자영업자들의 체감경기는 최악이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자영업자의 7월 현재생활형편 소비자동향지수(CSI·기준치=100)는 전월(86)보다 3포인트 떨어진 83을 나타냈다. 현재와 6개월 전 경기 상황을 비교한 현재경기판단 소비자동향지수는 전월보다 4포인트 하락해 60에 불과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2009년 3월(34) 이후 7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영세자영업자의 감소 폭이 커지면서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취업자 2568만명 가운데 자영업자는 557만명으로 전체의 21.7%를 차지했다. 영세자영업자와 달리 직원을 두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올해 상반기 159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3만명)보다 6만5000명 늘었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이어지자 정부는 과당 경쟁을 줄이는 정책을 펴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지역·업종별 ‘자영업 과밀지수’를 담은 상권정보시스템을 올해 안에 내놓을 계획이다. 자영업자들의 전직을 지원하는 ‘희망리턴 패키지’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청은 최대 60만원까지 지원하던 자영업자의 임금취업자 전직 지원금을 지난달부터 75만원으로 늘렸다. 중기청 담당자는 “신규창업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 비중은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