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직장' 아마존닷컴 직원들 무자비한 생존경쟁
뉴욕타임스, 회사의 쥐어짜기 행태 비판…실리콘밸리 인사들은 옹호
(뉴욕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박성제 임화섭 특파원 = '공룡'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닷컴의 직원들이 무자비한 생존 경쟁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마존의 힘들고 두려운 직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마존닷컴이 14가지 리더십원칙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치열한 경쟁에 놓이게 된다고 소개했다. 14가지 리더십원칙은 ▲고객에 1차 중점을 둘 것 ▲직원들도 오너십을 갖고 장기 핵심 과제를 실천할 것 ▲계속해서 혁신할 것 ▲능력이 있는 사람을 고용할 것 ▲작게 생각하지 말 것 ▲계속해서 배울 것 등을 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마존닷컴 직원들은 입사한 첫날 오리엔테이션에서부터 특이한 근로 방식을 배운다고 소개했다. 신입 직원들은 이전 직장에서 배웠던 잘못된 습관을 버리도록 교육받으며, 무자비한 속도(pace) 때문에 벽에 부딪혔을 때 돌아오는 유일한 해결책은 "벽을 돌파하라"는 것이다.
아마존닷컴에서는 직원 간 상호 공격을 권장하고 있다. 회의에서 다른 직원의 아이디어를 물고 늘어져 날려 버리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밤늦은 시간에 일하는 것도 직원들이 겪는 고통이다. 상사가 자정이 지난 이후에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바로 회신이 없으면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유를 캐묻는다. 회사의 내부 전화번호부는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의 상사에게 비밀스럽게 회신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이는 직장 동료를 일부러 훼방 놓는 수단으로 자주 이용된다고 직원들은 말하고 있다.
아마존닷컴에 입사한 직원 중 상당수는 몇 년 내에 회사를 떠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우수한 직원은 아마존닷컴 주가 상승의 영향으로 돈을 모을 꿈에 부풀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들은 회사를 자발적으로 떠나거나 해고된다. 인사부 국장 출신의 전 직원은 적자생존을 주장한 찰스 다윈을 떠올리며 "다윈주의(Darwinism)"라고 말했다.
아마존닷컴의 경쟁적인 기업문화 때문에 괴로워하는 직원도 많다. 아마존닷컴에 입사한 뒤 책 마케팅 부서에서 2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한 보 올슨은 "회의장을 나오면 얼굴을 감싼 어른들을 볼 것"이라면서 "나와 같이 일했던 대부분 직원은 자기 책상에서 흐느낀 적이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아마존닷컴이 직원들을 최대한 쥐어짜는 능력 때문에 이전보다 강해졌으며, 지난달에는 월마트를 넘어 최대 시장가치 소매기업이 됐다면서 하위직 근로자에게도 비밀준수 협약을 강요해 회사 내부의 모습은 대부분 미스터리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에 대해 실리콘밸리 등의 유력 테크 기업가들은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아마존닷컴을 옹호하고 NYT의 기사를 비판하기도 했다.
딕 코스톨로 전 트위터 CEO는 이 기사가 맥락을 무시하고 "점수를 따기 위해" 일부 사례를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명 벤처 투자가인 마크 앤드리슨은 "일 못하는 사람들이 스스로에 관해 기분이 좋도록 느끼도록 설계된 직장의 수를 생각하면…"이라는 트윗을 남겼다. 기사에 인용된 전직 직원의 평가 중 "아마존은 일 잘하는 사람들이 가서 스스로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는 곳"이라는 말이 화제가 되고 있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벤처 투자가인 조시 엘먼은 이 기사에 대해 "많은 면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혁신을 하고 있는 (아마존의 기업)문화를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인생의 위기와 건강 문제를 맞은 사람들에 대한 처우는 만약 사실이라면 끔찍한 일이다. 인정(人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NYT 기사에는 암에 걸린 아버지의 병구완 때문에 야근과 주말 근무를 못 하게 되자 상사로부터 '문제'라는 평가를 받고 결국 회사를 그만둔 여성 직원의 사연과 쌍둥이를 임신했다가 유산을 겪어 수술을 받은 여성 직원이 바로 다음날 출장을 떠나야 했던 사례 등이 소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