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Talk] 정부-노조, 누가 경제 성장 발목 잡나?
정부와 여당이 ‘노사정 합의안’을 압박하면서 노조 때리기가 강도를 더하고 있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11일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협력 분위기를 깨는 일부 대기업 노조들의 무분별한 임금인상 요구와 파업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0일 “법에 보장된 합법 파업이라도 머리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고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제계는 15일 합의안이 통과된 후에도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며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노동조합이 한국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정부·여당·재계의 주장은 사실일까요. 경향신문이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노동기구(ILO), 세계경제포럼(WEF) 등의 최근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에 가까웠습니다.
지난 7월 발표된 IMF의 ‘불평등과 노동시장 기관’(Inequality and Labor Market Institutions)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조합 조직률이 하락할수록 소득 불평등이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떨어질수록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해를 경제 정책과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에 반영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OECD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불평등과 성장’(Inequality and Growth) 보고서에서 소득 불평등 확대가 경제성장률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두 기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오히려 진실은 노조가 약해지면서 소득 불평등이 커지고 성장률이 떨어졌다는 쪽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노동조합 가입을 권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오바마는 미국의 노동절인 지난 7일 “내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하는가. 누군가 내 뒤를 든든하게 봐주기를 바라는가. 나라면 노조에 가입하겠다”며 “노조가 없거나 금지한 나라도 많다. 그런 곳에서 가혹한 착취가 일어나고 노동자들은 늘 산재를 입고, 보호 받지 못한다. 노조운동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불평등’에 주목하는 세계, 노조탓만 하는 한국
1980년대 초부터 선진 경제권을 중심으로 소득 불평등이 증가했습니다. 현재 OECD 회권국의 상위 10%의 소득은 하위 10% 소득 대비 9.5배로 30년만에 최대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불평등 증가는 지니계수를 볼 때도 명백합니다. 소득 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한 사회 구성원이 똑같은 소득을 버는 완전 평등 상태에서 0을, 사회의 모든 부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완전 불평등 상태에서 1을 나타냅니다. 1980년대 중반 OECD 회원국의 평균 지니계수는 0.29였으나 2012년에는 0.32로 3지니 포인트 올랐습니다.
불평등은 특히 임금소득보다 금융소득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금융소득에 대한 지니계수는 선진국에서 0.84로 임금소득에 대한 지니계수 0.36과 자영업소득에 대한 지니계수 0.58보다 컸습니다.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필요성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소득 불평등이 커지는 만큼 각국 정부의 재분배 정책도 강화됐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거의 해마다 실질 소득 불평등이 커져 정부의 재분배 정책이 소득 불평등 확대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제적인 경제 기구·단체는 최근 소득 불평등이 성장률 하락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OECD는 ‘불평등과 성장’ 보고서에서 소득 불평등이 인적자본 축적을 막고 하위 계층의 교육 기회를 줄여 계층간 이동과 기술 발달을 막아 성장률을 떨어뜨린다고 밝혔습니다.
OECD 조사에 따르면 과거 25년간 지니계수가 3포인트 오를 동안 누적 성장률은 평균 8.5% 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불평등이 1985년 수준으로 2005년까지 유지됐을 경우 1990년~2010년 사이 멕시코와 뉴질랜드에서는 10% 포인트 이상, 영국과 핀란드, 노르웨이에서는 9% 포인트의 성장률 상승을 기대할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소득 불평등이 하위 계층을 중심으로 가계 부채를 심화시켜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했습니다.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는 최상위 소득계층으로의 소득 집중이 사회의 정치·경제 시스템을 그들에 유리한 형태로 바꿔 사회 전체의 복지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ILO는 소득 불평등이 증가하면서 총수요와 노동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저임금 일자리의 확대로 총수요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소비가 감소하고,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면서 노동생산성 향상을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 약화, 금융규제 완화가 불평등의 한 원인”
소득불평등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지금까지는 기술진보와 세계화가 저숙련 노동자의 일자리 상실로 이어져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비슷한 수준의 기술진보와 세계화를 거친 나라들 사이에서도 불평등의 진행 속도가 제각기 다르다는 점이 관찰되면서 금융 규제의 완화와 최상위 계층의 소득세율 인하 등 제도적 요인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IMF는 제도적 요인이라 할 노동조합 약화를 불평등의 한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IMF의 ‘불평등과 노동시장 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정책과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에서 노동조합이 미치는 영향력이 작을수록 소득 불평등이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IMF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81~2010년 1분기 사이 소득 불평등과 노동조합 조직률은 -0.462의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0% 포인트 하락하는 동안 소득 상위 10%의 소득은 약 5% 증가했습니다.
지니 계수도 노동조합 조직률과 -0.364의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떨어질수록 지니계수가 상승했다면 그 만큼 소득불평등이 커졌음을 의미합니다.
보고서의 저자 중 한명인 IMF 이코노미스트 플로렌스 조모트는 ‘IMF 서베이’와의 인터뷰에서 “공공정책에 미치는 (노조의) 영향력 축소가 소득 재분배에 영향을 줬다”며 “관찰기간 동안 나타난 상위 소득층으로의 부의 집중과 지니계수 상승의 약 절반 정도를 노조 약화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21세기 자본론>의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와 엠마누엘 사에즈 UC 버클리 경제학 교수 등도 금융규제 완화, 감세 정책과 함께 노동조합 약화를 소득 불평등의 원인으로 거론했습니다.
노동조합이 약해지면서 중간소득자의 임금은 정체된 반면 소득 최상위층에 속하는 기업 임원들은 노조의 견제를 받지 않은 채 높은 보수를 챙겼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노동조합이 강할 경우 기업은 노동자 대표와 협상에 나서는 경향이 강했고 노조는 최고경영자의 보수 결정에 일정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미국의 경우를 보면 노조 가입률 하락과 중산층의 소득 하락, 상위층의 소득 증가가 명백히 대조를 보입니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0일 “법에 보장된 합법 파업이라도 머리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고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제계는 15일 합의안이 통과된 후에도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며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노동조합이 한국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정부·여당·재계의 주장은 사실일까요. 경향신문이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노동기구(ILO), 세계경제포럼(WEF) 등의 최근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에 가까웠습니다.
지난 7월 발표된 IMF의 ‘불평등과 노동시장 기관’(Inequality and Labor Market Institutions)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조합 조직률이 하락할수록 소득 불평등이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떨어질수록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해를 경제 정책과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에 반영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미국의 경우 노동조합 가입률과 소득 상위 10%가 차지하는 소득 비율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출처 : 미국 경제정책연구소
OECD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불평등과 성장’(Inequality and Growth) 보고서에서 소득 불평등 확대가 경제성장률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두 기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오히려 진실은 노조가 약해지면서 소득 불평등이 커지고 성장률이 떨어졌다는 쪽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노동조합 가입을 권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오바마는 미국의 노동절인 지난 7일 “내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하는가. 누군가 내 뒤를 든든하게 봐주기를 바라는가. 나라면 노조에 가입하겠다”며 “노조가 없거나 금지한 나라도 많다. 그런 곳에서 가혹한 착취가 일어나고 노동자들은 늘 산재를 입고, 보호 받지 못한다. 노조운동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불평등’에 주목하는 세계, 노조탓만 하는 한국
1980년대 초부터 선진 경제권을 중심으로 소득 불평등이 증가했습니다. 현재 OECD 회권국의 상위 10%의 소득은 하위 10% 소득 대비 9.5배로 30년만에 최대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불평등 증가는 지니계수를 볼 때도 명백합니다. 소득 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한 사회 구성원이 똑같은 소득을 버는 완전 평등 상태에서 0을, 사회의 모든 부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완전 불평등 상태에서 1을 나타냅니다. 1980년대 중반 OECD 회원국의 평균 지니계수는 0.29였으나 2012년에는 0.32로 3지니 포인트 올랐습니다.
룩셈부르크, 벨기에, 캐나다, 핀란드, 프랑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 경제권에서의 십분위별 가처분소득 증가율 연간 평균 변화율을 보면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10분위만 소득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출처:IMF
불평등은 특히 임금소득보다 금융소득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금융소득에 대한 지니계수는 선진국에서 0.84로 임금소득에 대한 지니계수 0.36과 자영업소득에 대한 지니계수 0.58보다 컸습니다.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필요성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소득 불평등이 커지는 만큼 각국 정부의 재분배 정책도 강화됐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거의 해마다 실질 소득 불평등이 커져 정부의 재분배 정책이 소득 불평등 확대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제적인 경제 기구·단체는 최근 소득 불평등이 성장률 하락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OECD는 ‘불평등과 성장’ 보고서에서 소득 불평등이 인적자본 축적을 막고 하위 계층의 교육 기회를 줄여 계층간 이동과 기술 발달을 막아 성장률을 떨어뜨린다고 밝혔습니다.
OECD 조사에 따르면 과거 25년간 지니계수가 3포인트 오를 동안 누적 성장률은 평균 8.5% 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불평등이 1985년 수준으로 2005년까지 유지됐을 경우 1990년~2010년 사이 멕시코와 뉴질랜드에서는 10% 포인트 이상, 영국과 핀란드, 노르웨이에서는 9% 포인트의 성장률 상승을 기대할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1985~2005년 사이 불평등 정도에 변화가 없었다고 가정할 경우, 아일랜드와 프랑스, 스페인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에서 1990~2010년 사이 누적 성장률이 실제 성장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OECD ‘불평등과 성장’ 보고서
소득 불평등이 하위 계층을 중심으로 가계 부채를 심화시켜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했습니다.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는 최상위 소득계층으로의 소득 집중이 사회의 정치·경제 시스템을 그들에 유리한 형태로 바꿔 사회 전체의 복지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ILO는 소득 불평등이 증가하면서 총수요와 노동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저임금 일자리의 확대로 총수요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소비가 감소하고,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면서 노동생산성 향상을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 약화, 금융규제 완화가 불평등의 한 원인”
소득불평등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지금까지는 기술진보와 세계화가 저숙련 노동자의 일자리 상실로 이어져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비슷한 수준의 기술진보와 세계화를 거친 나라들 사이에서도 불평등의 진행 속도가 제각기 다르다는 점이 관찰되면서 금융 규제의 완화와 최상위 계층의 소득세율 인하 등 제도적 요인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IMF는 제도적 요인이라 할 노동조합 약화를 불평등의 한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IMF의 ‘불평등과 노동시장 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정책과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에서 노동조합이 미치는 영향력이 작을수록 소득 불평등이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IMF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81~2010년 1분기 사이 소득 불평등과 노동조합 조직률은 -0.462의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0% 포인트 하락하는 동안 소득 상위 10%의 소득은 약 5% 증가했습니다.
지니 계수도 노동조합 조직률과 -0.364의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떨어질수록 지니계수가 상승했다면 그 만큼 소득불평등이 커졌음을 의미합니다.
보고서의 저자 중 한명인 IMF 이코노미스트 플로렌스 조모트는 ‘IMF 서베이’와의 인터뷰에서 “공공정책에 미치는 (노조의) 영향력 축소가 소득 재분배에 영향을 줬다”며 “관찰기간 동안 나타난 상위 소득층으로의 부의 집중과 지니계수 상승의 약 절반 정도를 노조 약화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21세기 자본론>의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와 엠마누엘 사에즈 UC 버클리 경제학 교수 등도 금융규제 완화, 감세 정책과 함께 노동조합 약화를 소득 불평등의 원인으로 거론했습니다.
노동조합이 약해지면서 중간소득자의 임금은 정체된 반면 소득 최상위층에 속하는 기업 임원들은 노조의 견제를 받지 않은 채 높은 보수를 챙겼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노동조합이 강할 경우 기업은 노동자 대표와 협상에 나서는 경향이 강했고 노조는 최고경영자의 보수 결정에 일정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미국의 경우를 보면 노조 가입률 하락과 중산층의 소득 하락, 상위층의 소득 증가가 명백히 대조를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