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정권의 심장부까지 진격하자"
이날 민주노총의 도로 점거는 본격적인 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뤄졌다. 조합원들은 당초 신고됐던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 앞을 벗어나 정동사거리 대로를 점거했다. 경찰은 수차례의 경고방송과 해산명령을 내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정동사거리 한 개 차로를 제외한 대부분 차로가 점거된 채 집회가 시작됐고, 1시간30분 가까이 이어진 경찰의 경고방송과 해산명령은 집회 참석자들의 규탄 발언에 묻히고 말았다.
조합원들은 집회를 마친 직후 "청와대로 가자"며 행진을 시작했다. 집회에 참석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는 잡초처럼 동지들의 손을 잡고 정권의 심장부까지 진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4월 열린 세월호 집회와 5월1일 노동절 집회를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경찰은 이날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80명의 경력으로 검거전담반까지 꾸려 접근을 시도했지만 집회 참석자들에 막혀 한 위원장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청와대 행진 차벽에 막혀…골목길 곳곳 몸싸움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정동사거리에서 세종대로사거리 방면으로 행진을 벌였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경찰이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 앞 도로를 차벽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차벽을 뚫기 위한 조합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조합원들은 경찰의 방패를 밀고 당기거나 물병을 던지기도 했으며, 욕설과 함께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경찰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조합원들을 밀어내고 바닥에 내동댕이치기도 했다.
-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마친 뒤 광화문으로 재집결하고 있다.2015.09.23. photothink@newsis.com 2015-09-23
1차 행진이 막히자 조합원들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 정동사거리로 재집결했다. 각자 흩어져 이동한 뒤 오후 5시30분께 광화문 광장에 모이기로 한 것이다. 3800여명의 조합원들은 골목길 등을 이용해 세종사거리 방면으로 행진을 계속 시도했고, 1200여명의 조합원들은 정동길을 따라 시청 앞으로 이동했다. 조합원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시민들과 함께 섞이면서 경찰에는 비상이 걸렸다. 경찰은 골목길로 빠져나오는 조합원들을 막느라 진땀을 흘렸다. 일부 시민들은 골목길이 모두 막히자 강하게 항의하며 길을 터줄 것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광화문광장 차벽에 또 막혀…해산 과정에서 캡사이신 살포
흩어졌던 조합원들은 오후 5시30분께부터 광화문 광장에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뒤편으로는 이미 경찰의 차벽이 설치된 상태였다. 조합원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 "노동개악 저지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고 민중가요를 불렀다. 상당수 조합원은 대열에 합류하지 않고 세종문화회관이나 KT 건물 앞 등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후 6시께 자진 해산하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산별노조 대표자 등에게 전화를 걸어 자진해산할 것을 권했다는 후문이다. 경찰은 이들이 자진해산 움직임을 보이자 더 적극적으로 이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일부 중대는 조합원들을 인도로 밀어낸 뒤 캡사이신을 살포하기도 했다. 캡사이신이 살포되자 조합원들이 "해산 중인데 왜 캡사이신을 뿌리느냐", "폭력 경찰" 등을 외치며 강하게 저항해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13명의 조합원은 현장에서 검거·연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