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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직원들이 청년희망펀드 모금을 위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23일 KT와 KT노동조합은 임금 65만원 정액 인상을 골자로 하는 올해 임금단체 교섭안에 합의하면서 정부의 청년희망펀드에 KT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기로 했다.
청년희망펀드 기부행렬에 임원이 아닌 직원들까지 동참한 것은 KT가 처음이다. 일부 시중은행에서 직원들에게 청년희망펀드 기부동참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긴 했지만 재계에서 직원들이 청년희망펀드에 참여한 곳은 거의 없다.
재계 10위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쾌척한 40억원에 임원들 기부금 10억원을 보태 총 50억원을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했다. 재계 12위 두산은 박용만 회장 30억원, 임원 5억원 등 총 35억원을 기부했다.
KT는 지난해 매출액이 연결기준으로 23조4216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계열사수도 40개로, 자산총액 기준으로 재계 11위다. 그룹 외형상 KT도 최소 35억원 이상을 기부해야할 처지다.
그런데 KT는 오너가 없어 이 기부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그룹들은 기부금의 70~80%를 오너들이 부담하고 임원들이 나머지를 부담하고 있지만 KT 황창규 회장은 오너가 아니다. 황 회장은 올들어 10억8300만원의 보수를 받았지만 전문경영인일 뿐이다. 게다가 회사 재무상태도 좋지 않다. KT는 지난해 291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당기순손실도 9661억원에 달했다. 2013년 순손실 602억원보다 더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년희망펀드 기부를 위해 직원들까지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KT 노사는 이번 임단협에서 임원뿐 아니라 직원도 자발적 기부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결정되진 않았지만 일부 부서에서는 5만원 가량을 월급에서 제하고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이 5만원씩 기부할 경우, 9억원 가량이 조성된다. KT 조합원은 총 1만7910명이다.
KT 관계자는 "내부에서 수십억원 수준의 기부금 마련을 추진 중"이라며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방안이 전달된 것은 없지만 직원들도 기부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KT처럼 민영화된 포스코는 임원들만 청년희망펀드 기부에 동참하기로 했다. 11월 급여부터 권오준 회장이 20%를, 전 임원들이 매달 10%를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하는 식이다. 기부금 합계는 월평균 3억3000만원, 연간 40억원 규모다.
청년희망펀드는 지난달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조성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펀드에 2000만원을 기부하는 한편 매달 월급의 20%(약 320만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이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0억원을 기부하는 등 재계 오너들의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