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전국민에 월100만원 '기본소득'준다…'복지일원화'
"실업률 낮출 수 있어" vs "결과적으로 혜택 줄어들 것"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핀란드가 모든 국민에게 월 800유로(약 101만원)를 지급하고 대신 기존의 모든 복지 혜택을 폐지하는 일원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매체 쿼츠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핀란드 사회보장국(KELA)이 작성 중인 이 계획의 최종안은 내년 11월에 나온다. 계획이 실행되면 모든 성인이 월 800유로의 기본소득(basic income)을 보장받지만, 대신 다른 복지 혜택은 모두 폐지된다.
이에 대한 정치권 분위기나 여론 모두 긍정적이다. KELA가 수행한 여론조사에서 기본소득 계획에 대한 지지율은 69%였고 주요 정당도 대부분 계획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이 계획을 지지하는 유하 시필레 핀란드 총리는 "기본 소득은 사회보장체계의 간소화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핀란드가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목적은 역설적으로 실업률을 낮추려는 것이다. 핀란드 실업률은 15년 만의 최고치인 9.53% 수준이다. 현재 실업자에 주어지는 복지급여를 포기하지 않으려 저임금 임시직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전 국민에 기본소득이 보장되면 이런 일자리를 맡게 된다는 것이다.
유럽 등지의 일부 자치단체에서 제한적인 기본소득 제도가 성공을 거둔 선례도 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캐나다 도핀 마을에서 1974∼1979년 이를 실험해본 결과, 평균 근로시간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는 남성은 재학기간이, 여성은 출산휴가가 더 길어진 영향이 컸기 때문이며,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우간다에서는 실업자에게 월 소득의 2배 규모로 보조금을 지급하자 근로시간은 오히려 17% 늘고 소득은 38%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 밖에 위트레흐트를 비롯한 네덜란드 일부 도시가 조만간 제한적인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며, 스위스도 내년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제도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리사 휘셀레 KELA 국장은 이 계획이 실행되면 정부 비용 수백만 유로가 절감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전 국민에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재원은 막대하다. 성인 인구 약 490만명에 매달 800유로씩 지급하면 총 지급액은 연간 약 467억 유로(약 59조원)에 이르게 된다. 정부는 내년 전체 재정수입을 491억 유로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핀란드 경기도 최근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형평성 문제도 당연히 제기된다. 납세 규모가 다르기는 하더라도 부유한 시민에게 형편이 어려운 시민과 같은 기본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공평한가, 미성년 자녀를 여럿 둔 비혼 가구가 자녀 없는 성인 1인 가구와 같은 돈을 받고도 살림을 유지할 수 있는가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기본 소득이 보장되는 대신 다른 복지 혜택이 전면 폐지되면 주거지원, 장애인 보조금 등을 받던 사람은 결과적으로 더 적은 복지 혜택을 받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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