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들 “황창규식 구조조정의 여파”대책 마련 호소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KT 직원이 또 자살했다.
지난 19일 새벽 KT 강북본부 의정부지사 소속 직원 B씨가 아파트 17층에서 투신해 자살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선로유지보수팀으로 원대복귀 명령을 받은 다음날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별도의 유서를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B씨의 직장동료들은 “회사가 B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있다
B씨는 원대복귀 명령을 받기 전 약 6개월 동안 KT 네트워크 부분 선로팀에 소속돼 근무해왔으나 업무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동료 직원은 “고인의 수첩에 업무 관련 지시 사항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원래 일한 부서는 선로팀이 아니었는데 전공과 무관한 일을 맡다보니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다. 회사의 압박에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 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KT직원의 자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3명의 KT직원이 자살했으며 올해도 B씨까지 3명이 자살하는 등 총 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KT직원의 자살이 잇따르는데에는 황창규 회장 부임 직후 단행된 구조조정의 여파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구조조정을 겪은 KT의 한 직원은 “형식은 명예퇴직이지만 직원의 입장에선 ‘나가라’는 소리였다. 윗분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워 회사를 그만둔 직원도 있지만 끝까지 버틴 직원도 있다. 그런 경우 본인의 업무와 전혀 무관한 곳으로 발령낸다. 사무실에서 일하던 사람을 전봇대 타라고 하면 충격이 얼마나 커겠나. 그래도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고 전보 발령받은 곳에서 일하다가 업무 미숙으로 질타받고 견디다 못해 자살을 하는 것이다. 나도 그렇지만 많은 직원들이 KT를 평생직장으로 알고 열심히 일해왔는데 사장이 바뀌고 회사가 너무 비인간적으로 변했다. 이대로 방치하면 KT는 ‘자살기업’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KT 경영진의 시각이다. 자사 직원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경영진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기껏 나온 대책이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옥상을 폐쇄한 정도다.
실제로 KT는 지난해 황창규 회장 부임 후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후 전국 지사 건물 옥상을 폐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목적은 ‘자살 방지’였다. 광화문 본사를 비롯해 서대문지사, 강서지사, 서초지사, 반포지사, 신촌지사, 포항지사 등 20여곳 넘게 옥상이 폐쇄됐다. 이후 직원들이 “옥상 폐쇄는 소방법 위반이다”라고 문제를 제기하자 일부 지사는 옥상을 다시 개방하는 등 갈팡질팡했다.
지난해 명예퇴직한 KT 간부는 <월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황창규 회장의 구조조정으로 8300여명의 직원이 KT를 떠났다. 황회장이 취임 첫해 KT에서 받은 연봉은 5억700만원이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임원 결의로 급여의 30%를 반납한 것까지 제하면 총 급여액이 4억2900만원이었다. 통신업계 CEO 중 가장 낮고 18억2600만원의 연봉을 받은 전임 이석채 KT회장에 비교하면 4배 가량 적다. 황회장은 이것으로 구조조정의 명분을 다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KT 직원의 자살사건은 지금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인간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는가. 최고 경영자인 황회장은 어떤 형태로든 직원의 자살을 방지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KT 직원의 잇단 자살과 관련, 황창규 회장의 리더십과 비교되는 경영인이 있다. 일본 국민들 사이에 ‘경영의 신’으로 존경받는 기업인 이나모리 가즈오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본항공(JAL)이 파산하자 정부의 요청으로 긴급 투입돼 경영을 맡았다. 그도 황창규 회장과 마찬가지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하지만 직원을 대하는 자세는 달랐다. 그는 직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회사를 그만두게 해 미안하다. 회사를 재건해 꼭 돌아오게 만들겠다. 더 이상 가족에게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게 하겠다”라며 손을 맞잡고 다짐했다. 채찍 대신 소통과 진정성을 보인 것이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3년이 채 안돼 그 약속을 지켰다. 회사를 흑자로 전환한 뒤 떠난 직원들을 속속 복귀시켰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그러나 회사로부터 연봉을 한푼도 받지 않았다.
김미화 기자 mhkim@wolyo.co.kr
정말 안타깝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