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어떻게든 자르는데… 대신증권ㆍKT 저성과자 해고 사례 보니
정부는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는 공정인사 지침을 발표하면서 ‘쉬운 해고’가 아니라 해고 요건을 명확하게 만들어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해고 이유를 법으로 엄격하게 제한하는데도 일반해고가 남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저성과를 빌미로 편법 해고를 일삼은 대표적 사례가 대신증권과 KT다. 두 기업 모두 교육 훈련 및 배치 전환을 악용해 구조조정을 했다. 대신증권은 2012, 2013년 ‘고성과 조직 구축을 위한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퇴출 대상자를 현업에서 배제시킨 뒤 다른 영업점과 본사를 1, 2주 간격으로 오가도록 보직을 계속 바꾸거나, ▦산 정상에서 인증 사진을 찍기 ▦외부 명함 10장 받아오기 ▦거리에서 전단지 배포하기 등 직무와 전혀 상관 없는 지시 반복으로 자존심을 짓밟아 회사에 남으려는 의지를 잃게 만들었다. 대신증권은 이 2년 동안 1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증권이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전인 2011년 노무법인에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설계는 육성이나 목표는 퇴출인 상시적인 구조조정 프로그램”이라고 적시돼 있다. 사실상 퇴출에 최적화된 방식이었다.
2011년 4월 직원 반기룡씨의 양심 선언으로 드러난 KT의 저성과자 퇴출 사례도 충격적이다. 민영화 이후 퇴출을 목표로 한 공공연한 인력 관리가 인권단체 등의 문제 제기로 공론화되자 KT는 2000년대 중반부터 비밀리에 이른바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 방안’을 마련해 시행했다. 2005년 사측이 작성한 부진인력 관리대상자는 모두 1,002명이었는데 업무 부진자뿐 아니라 노조 활동가도 포함됐다.
뒷날 알려진 KT의 퇴출 작업은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우선 거주지에서 먼 곳으로 근무지를 발령하고, 종전에 하던 업무와 관계없는 생소한 업무를 배정한 뒤, 직무수행 평가를 쉽게 하기 위해 단독 업무를 맡긴 다음, 업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주의ㆍ경고를 거쳐 결국 징계를 가하고 해고하는 프로세스였다. 114 안내원이었던 여직원들에게 전신주에 올라 전화를 개통토록 하는 업무를 주고 실적이 나쁘단 자술서를 쓰게 한 뒤 그걸 토대로 발부한 경고장을 근거로 해고하기도 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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