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엘리트들의 비윤리성 혹은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무책임성?
통신사의 전산시스템은 매우 많은 양의 복잡한 개인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그 자체가 고부가가치 상품이기도 하다. 특히 개인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만큼 통신사들은 매우 보수적으로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고 유지한다. 그래서 전산개발업체들 입장에서는 갑중 갑, 슈퍼갑이 통신사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의 대표 통신기업 KT가 “전산개발”에 실패했던 적이 있다. (관련기사 :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4022110553414620&outlink=1)
BIT! 이른바 무선, 유선의 전산망을 세계 최초로 통합한다던 이 야심찬 기획에 KT는 1조원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이 엄청난 규모의 돈이 투입된 이 전산개발이 실패로 판명된 것이다. 결국 KT는 투입된 개발비 중 2700억원을 손실 처리하였고 그 결과 창사 130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하였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어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까? 당시 KT 회장은 MB낙하산으로 유면세를 떨치던 이석채 씨였다. 그는 현재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산통합 개발에 관여했던 이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 중의 핵심은 처음부터 기술자들은 소수인 반면 쓸데없는 외국 개발자들을 대거 투입하여 인건비를 과다 계상하여 지급했다고 한다. 인건비는 많이 나가는데 일할 사람은 없었단 얘기다. 이와 관련된 내부자들이 내게 전해준 증언에 따르면 이 전산개발 사업은 비자금 조성 목적이었다면 모를까 실질적인 전산개발을 위한 것이라면 완전 미친 짓이었다고 한다.
한국의 기업들은 IMF 경제위기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총수의 전횡을 막고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각종 전문가로 구성된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였다. KT에도 많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외이사로 결합하여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쟁쟁한 KT 사외이사 중 한 분이 대한민국 최고의 IT 전문가로 손꼽히는 차상균 서울공대 교수이다.
그가 사외이사로 재직하던 시기에 바로 KT는 대규모 전산개발에 실패하였다. 물론 그 모든 게 차상균 사외이사의 책임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단지 사외이사였을 뿐이니까. 그러나 적어도 그가 IT 전문가라면 KT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전산개발이 실패로 귀결된 것에 대해 책임감 정도는 느껴야 하지 않을까?
금년 3월로 그의 사외이사 임기는 종료되었다. 그런데 KT 이사회는 오는 3월 25일로 예정된 KT주주총회에서 또 다시 차상균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였다. 특별한 예외가 없다면 그는 또 다시 3년 임기의 사회이사로 선임될 것이다.
과연 이러한 헌상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한국 엘리트들의 도덕적 불감증 혹은 개인들의 윤리적 일탈인가 아니면 “사외이사”로 대표되는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허상을 보여주는 사건일까!(관련기사 : http://weekly.donga.com/List/3/all/11/1515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