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약관, 현실과 안맞아
정보기술 분야의 인기 강사인 김중태 아이티(IT)문화원장은 지난주부터 갑자기 집에서 인터넷을 쓸 수 없게 됐다. 초고속인터넷 광랜 가입자인 김씨가 피시 2대를 켜자, 아내의 피시에서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다. 첫 화면에 “추가단말 서비스 5000원을 내면 인터넷에 접속이 가능하다”는 팝업창이 뜰 따름이었다. 며칠 동안 안내창이 뜨더니, 지난 20일부터는 아예 김씨의 피시 1대마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무선공유기를 통해 스마트폰과 태블릿피시의 인터넷 연결에는 문제가 없었다. 차단된 피시에서도 인터넷익스플로러 브라우저 대신 파이어폭스나 크롬 등을 사용하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었다. 통신사업자가 인터넷 접속 단말기 2대 이상을 쓰는 가입자 중 특정한 기기와 특정한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경우에만 차단한 것이다.
다른 초고속인터넷 회사 관계자는 “우리도 약관은 1대의 기기만 쓰게 돼 있지만, 무선공유기를 통해 복수 단말기를 사용하는 고객 요구를 관행적으로 허용해왔다”며 “서너대의 노트북을 쓰는 가정이라도 늘 사용하는 게 아니고 데이터통신(트래픽) 양이 많지 않으면 제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유무선 인터넷 공유기가 보급되던 초기에 일부 통신사는 “불법”이라며 단속했으나, 공유기와 인터넷기기가 늘어나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를 문제삼지 않고 있다. 또다른 업체의 관계자는 “다양한 인터넷 접속기기 등장으로 망 부담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 약관과 실제 적용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며 “약관 변경 등이 필요하나 종량제나 프리미엄 요금제로 불똥이 튀어 회사가 난처해질까봐 고민”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21일 “통신사와 계약을 하고 그 범위 안에서 내가 어떤 기기로 트래픽을 사용하느냐는 내 권한”이라며 “양이 제한된 트래픽인데 수도꼭지마다 요금을 받겠다는 통신사의 정책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