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초청 강연한 이석채 KT 회장]
관료주의적 공기업에서 경쟁적 기업으로 바뀐 사례
노조와의 협력 통해 젊은 피 영입하고 조직 개편
"KT 성공 경험과 노하우, 국제적 벤치마킹 대상"
"한국 기업에 대해 예전에 이런 농담이 있었어요. 회식 중에 쥐가 갑자기 나왔다면? 현대는 먼저 본 사람이 그냥 잡아버린답니다. 삼성은 '저 쥐를 누가 어떻게 잡을까'에 대해 회의를 열고 기획을 한답니다. KT는? 협력사에 연락한답니다. '쥐가 나타났으니 처리하라'고…."진지한 표정으로 강의를 듣던 70여명의 학생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 이 비유를 든 강사는 다름 아닌 KT CEO, 이석채 회장이었다. 과거 KT가 '갑(甲)의 위치'에서 수많은 협력업체에 궂은 일을 맡기던 관행을 풍자한 것이다.
3일 오후 2시(현지시각). FT(파이낸셜타임스)가 2008년부터 4년 연속 '세계 1위 경영대학원'으로 선정한 런던비즈니스스쿨(LBS)의 제9강의실에서는 특별한 수업이 열렸다. LBS가 이날 'KT의 인상적인 혁신'을 연구 사례 주제로 삼아 이 회장을 특강 강사로 초청한 것이다.
- ▲ 이석채 KT 회장이 3일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KT의 인상적인 혁신’이라는 주제의 수업에서 “협력회사는 심부름꾼이 아니라 귀중한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장원준 기자
강연에 나선 이 회장은 "협력사는 결코 심부름꾼이 아니라 귀중한 동반자라는 점을 임직원에게 각인시켰고,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KT의 경영 모토로 내세웠다"며 "이를 통해 협력사의 진정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또 "2008년의 KT는 연공서열 관행 속에 신입 직원은 거의 뽑지 못해 조직이 늙어가고 있었다"며 "이후 노조와의 협력을 통해 나이 든 직원 6000여명의 퇴직을 유도하고 고졸 직원을 포함한 신입직원을 2000명 넘게 뽑았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이어 "취임 직후 연 임원회의에 여성임원이 한 명도 없더라"며 "인구의 51%를 차지하고 가정 경제 결정권을 쥔 여성을 이렇게 홀대하고 있는 데에 크게 놀라 여성 임원 영입에 나섰다"고 말했다.
"어떻게 노조를 설득했느냐"는 학생 질문에 이 회장은 "회사가 이대로 가면 죽는다는 상황을 CEO가 솔직하게 설명해 신뢰를 쌓았다"고 답했다. "퇴직 직원의 상당수에는 임금은 좀 깎이더라도 일은 계속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어요."
KT와 KTF의 합병에 관한 일화도 소개했다. "당시 경쟁 관계에 있는 대기업들이 '통신 공룡'의 부작용을 명분으로 내세워 집요하게 반대했어요. 그래서 '최고의 작전은 기습'이라는 전략으로 전격적으로 합병을 성사시켰습니다." KT는 2011년 '지속가능한 유무선 통신기업 1위(다우존스 선정)'에 오를 수 있었다고 이 회장은 평가했다.
이날 저녁 6시에는 바로 옆 제10강의실에서 LBS의 다른 전공 학생들과 일부 교수진, 외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이 회장의 특강이 다시 열렸다. 70여석의 자리는 만원을 이뤘다.
이 회장은 "명문 LBS가 KT를 연구 대상으로 삼은 데서 알 수 있듯이, 그동안 KT가 '세계 최고의 IT 격전지' 한국에서 공격적으로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는 국제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세계의 IT 기업들을 상대로 실전형 유료 컨설팅을 해주고 협력의 기회도 찾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