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경영' KT, 중소기업 살린다더니… |
납품업체에 원가이하 입찰 강요…KT 측 "즉각 감사대상" |
2012년 04월 22일 오후 12:47 |
강은성기자, 김관용기자 esther@inews24.com |
[강은성기자, 김관용기자]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중소 협력사와의 '상생'을 강조해온 KT가 이면에서는 협력사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석채 회장이 지난 2010년 7월 '3불(不) 정책'을 발표한 이후 KT는 '윤리경영'을 강조해 왔지만 계약 당사자인 중소기업들은 KT로부터 원가 이하 입찰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22일 장비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추진하고 있는 '가입자 단말(ONT) 광모뎀' 구축사업에서 납품 업체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입찰 방식을 제시했다. 가입자 가정내에 설치되는 광모뎀 사업에 중소 장비업체들이 납품할 부품과 장비를 발주한 것인데, KT가 제시하는 가격을 수용하면 계약을 통한 공급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KT는 기존 광모뎀 공급 협력사인 국내 7개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을 대상으로 45만대 가량의 광모뎀 추가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T는 이미 4월 초에 7개 업체에게 일정 비율씩의 공급 물량을 배정했으며, 이에 따라 해당 업체들은 물량 제조를 위해 관련 자재까지 확보한 상태다. 문제는 KT 측이 제시한 가격이다. 총 150억원 규모인데, 장비업계는 이 가격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KT가 제시한 가격이 턱없이 낮아 제조 원가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라며 "이미 물량을 배정받아 자재를 확보한 제조사들은 수용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계약 형태도 불공정한 측면이 있다고 장비업체들은 강조한다. 물량을 배정받은 업체 관계자는 "KT 측이 부른 가격을 수용하지 않으면 공급권은 물론이고 향후 광모뎀 사업권까지 박탈하겠다는 조항이 있다"고 지적했다. 업체들은 가격을 전달하고 입찰에 응하도록 하는 프로세스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KT는 입찰을 23일 정오(12시)에 시행할 계획인데, 납품 사업자에게는 지난 19일 150억원의 가격을 제시했다. 주말을 제외하면 사실상 이틀의 시간동안 의사결정을 하라고 종용한 셈이다. 이에 더해 해당 업체들은 KT가 이번 사업을 발주하면서 기능 보강을 요구했으면서도 개발비는 고사하고 추가된 부품값 마저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비업체 관계자는 "KT는 과거의 최저가입찰방식에서 벗어나 보통 2~3개 업체를 선정, 물량과 가격으로 차등 계약하는 일몰복수가방식으로 장비를 구매했다"면서 "이번에 도입된 방식은 네트워크 장비기업들에게는 매우 불리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협력사 도우려던 수요예보제, 단점도 있어 이번 사안은 이석채 회장이 중소 협력사의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수요예보제'가 원인이 된 셈이어서 협력사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다. 수요예보제란 2010년부터 KT가 추진하는 것으로 KT의 사업계획 및 수요 규모를 시점에 따라 제시함으로써 협력사들에게 실질적인 정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아울러 '구매물량 변동예보'를 실시해 KT가 도입하려는 품목에 대해 협력사가 미리 자재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에 따라 협력사가 해당 물품을 구비해 놓은 상황에서 입찰가를 원가 이하로 책정해버리면 오히려 자재를 구비해 놓은 중소 협력사에 타격이 되돌아간다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KT 측은 "윤리경영에 대한 의지는 CEO부터 일반 직원까지 매우 투철하다"면서 "더구나 중소 협력사와의 구매계약에 관한 사항은 윤리경영실에서 특히 유념해 감시하고 있는 만큼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추진할 리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원가이하 입찰 논란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윤리경영실에서 내부적으로 구매가격 기준을 정해놓고, 실무부서에서 기준 이하의 구매를 추진할 때는 즉각 감사를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해당 사업)실무자가 단독으로 그같은 계약을 추진했다 하더라도 협력사가 윤리경영실에 민원을 제기하면 윤리경영실에서 즉각 감사에 나선다. 그 경우 불공정계약을 추진한 실무자에 대해 책임을 묻게 된다"면서 "(직원들이)윤리경영실의 이같은 감사 풍토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