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성능이 10배 향상되거나 가격이 1/10로 떨어지는 게 모든 IT 발전의 룰(규칙)이다."
'무어의 법칙'이 30년 넘게 이어진 인터넷 패러다임도 바꿀 수 있을까? 지금까지 단순 파이브 역할을 해온 통신 네트워크가 지능화되면서 기존 스마트 단말기 기능을 대폭 흡수하리란 전망이 나왔다. 듀얼코어, 쿼드코어 등 고성능을 앞세운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경쟁이 끝날 날도 머지 않은 것이다.
"데이터 폭발, 네트워크 증설이나 요금 인상으로 해결 못해"
미래인터넷포럼 의장을 맡고 있는 최양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17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미래 인터넷 컨퍼런스 2012' 기조 연설에서 "앞으로 데이터 폭발을 해소하려면 네트워크 증설이나 요금 인상으론 한계가 있다"면서 "사고의 전환을 통해 인터넷 자체를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교수는 "통신사 수익률은 계속 떨어지는 반면 무게 중심이 단말기 회사와 콘텐츠/서비스 회사로 이동하면서 단말기 가격이 100만 원대에 진입했고 클라우드 폭발이 우려되고 있다"면서 "단말기와 클라우드 기능 일부를 네트워크로 재배치하면 단말기 구조가 단순화돼 가격도 싸지고 신기술도 쉽게 들어와 사용자와 공급자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말기와 네트워크, 콘텐츠/서비스/데이터센터로 3분된 구조에서 네트워크는 파이프로 전락해 지능을 잃고 중복 투자로 비효율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속도가 향상되는 한편 고도로 지능화되면 휴대용 단말기는 과거 클라이언트 컴퓨터처럼 연산장치나 메모리가 필요 없게 된다.
"단말기 가격 떨어지고 배터리 수명도 늘어날 것"
최 교수는 "단말기 기능이 단순화되면 제조사는 단말기 제조 비용이 줄어 저소득층이나 개발도상국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고 새로운 디자인 적용이 쉬워진다"면서 "사용자도 배터리 수명이 늘어 휴대성이 높아진 값싼 단말기로 고성능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중심 설계의 대표적 사례가 '콘텐츠 중심 설계(NDN; Named Data Networking)'다. 사용자 단말기에서 서버 주소를 파악해 연결하는 게 지금까지 'IP(인터넷 프로토콜) 통신'의 근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서버 주소를 모르더라도 콘텐츠나 데이터 이름만 알면 가장 가까운 '라우터'에 질문을 던지고, 지능을 갖춘 라우터가 해당 서버로 가는 최적 경로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정보를 찾아 가지고 있다 알려준다. 이밖에 네트워크에 소프트웨어 기능 넣는 소프트웨어 중심 설계(SDN), 이동성 중심 설계, SNS 중심 설계 등 다양한 방식들이 연구되고 있다.
최 교수는 "2020년이 되면 지금 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고 나머지 95%는 새로 설계된 네트워크, 단말기 등이 차지할 것"이라면 "5%에 연연할 게 아니라 지금이 바로 패러다임을 바꿀 때"라고 강조했다.